經典/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증일아함경 제39권

通達無我法者 2008. 1. 2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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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일아함경 제39권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43. 마혈천자품 ②
   [ 5 ]
  ②
  "그 때 악마 파순은 성이 불꽃처럼 일어나 곧 사자 대장에게 명령하였다.
  '네 무리의 군사를 속히 집결시켜라. 저 사문을 치러 가리라. 그리고 어떤 세력이 있기에 나와 싸울 수 있는지 관찰해 보리라.'
  나는 그 때 생각하였다.
  '보통 사람이 싸우려 해도 잠자코 있을 수 없는데 하물며 욕계(欲界)에서 세력이 있고 귀한 사람이겠는가? 반드시 저 자와 싸워 보리라.'
  비구들아, 나는 그 때 인자(仁慈)의 갑옷을 입고, 손에는 삼매(三昧)의 활과 지혜의 화살을 들고 그들을 기다렸다. 그 때 악마 대장이 거느린 군사의 수는 18억이었고, 그들은 원숭이와 사자 등 제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내게 찾아왔다.
  그 때 나찰(羅刹)의 무리 중에는 한 몸에 몇 개의 머리가 달린 자도 있었고, 혹은 수십 개의 몸에 한 개의 머리만 가진 자도 있었으며, 두 어깨에 세 개의 목이 있고 가슴에 입이 붙은 자도 있었다. 어떤 자는 손이 하나뿐이고, 어떤 자는 손이 두 개, 또 어떤 자들은 손이 네 개였다.
  두 손으로 머리를 받쳐들고 입에 죽은 뱀을 물은 자도 있었고, 머리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입으로 불빛을 내는 자도 있었으며, 두 손으로 입을 벌리고는 달려들어 삼켜버리려는 자도 있었고, 배를 가르고 서로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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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며 손에는 칼을 잡고 창을 둘러멘 자도 있었다.
  어떤 자는 절구를 들고 있기도 했고, 산을 짊어지거나 돌을 지고 큰 나무를 둘러멘 자도 있었으며, 두 다리는 위에 있고 머리가 밑에 있는 자도 있었다. 그들은 코끼리·사자·호랑이·이리·독충(毒蟲) 따위를 타고 다니기도 하였고, 혹은 걷기도 하며 공중을 날기도 하였다.
  그 때 악마는 이러한 무리들을 거느리고 내가 앉아있던 보리수를 에워쌌다. 이 때 악마 파순(波旬)이 내 왼쪽에서 내게 말하였다.
  '사문이여, 빨리 일어나라.'
  비구들아, 나는 그 때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였다. 악마가 나에게 말하였다.
  '사문이여, 내가 두렵지 않은가?'
  내가 말하였다.
  '나는 지금 마음을 잘 단속하고 있으므로 두려울 것이 없노라.'
  그러자 파순이 말하였다.
  '사문이여, 나의 이 네 무리 군사가 보이느냐? 그런데도 너는 혼자 몸으로 무기도 군사도 없이, 까까머리에 드러난 몸으로 세 가지 법의만 걸치고서서 (나는 두려울 것이 없다)고 말하는구나.'
  그 때 나는 파순에게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인자(仁慈)의 갑옷 입고 삼매의 활에
  손에는 지혜의 화살을 들었네.
  복된 업으로 군사를 삼았으니
  내 이제 너의 군사 쳐부수리.
  
  이 때 악마 파순이 다시 내게 말하였다.
  '내가 그대 사문에게 많은 이익을 주리라. 그러나 만일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너를 잡아 그 몸을 가루로 만들리라.
  또 그대 사문은 얼굴이 단정하고 나이도 한창 청춘이며 찰리의 전륜성왕 종족으로 태어났다. 빨리 여기서 일어나 다섯 가지 욕망[五欲]을 누리도록 하라. 내 장차 그대를 전륜성왕이 되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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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파순에게 대답하였다.
  '네가 말한 것들은 무상(無常)한 것이고 변하는 것이어서 그리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 그것은 버려야 할 것으로서 내가 탐내는 것이 아니다.'
  악마 파순이 다시 나에게 말하였다.
  '사문이여, 지금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무엇을 마음에 두고 있는가?'
  그 때 내가 대답하였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근심과 두려움이 없는 곳, 즉 안온하고 담박한 열반(涅槃)의 성에서 지내는 것이며, 생사(生死)에 떠돌면서 고뇌에 잠겨 있는 이 중생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일이다.'
  악마는 나에게 말했다.
  '사문이여, 만일 지금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면 네 다리를 잡아 바다 속으로 던져버리리라.'
  이 때 나는 파순에게 대답했다.
  '내가 천상과 인간을 관찰해보건대, 악마이건 마천(魔天)이건 사람이건 사람이 아니건, 또 너의 네 무리라 할지라도 나의 털끝 하나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악마가 대꾸하였다.
  '사문이여, 지금 나와 싸우자는 것인가?'
  내가 말하였다.
  '싸울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악마가 대꾸하였다.
  '너의 원수는 누구인가?'
  내가 말하였다.
  '교만이다. 교만이란 곧 증상만(增上慢)을 일컫는 말이니, 자만(自慢)·사만(邪慢)·만중만(慢中慢)·증상만이니라.'
  악마가 나에게 말하였다.
  '네가 무슨 방법으로 그 여러 가지 교만을 없애려고 하는가?'
  그 때 내가 파순에게 대답하였다.
  '파순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자인삼매(慈仁三昧)·비삼매(悲三昧)·희삼매(喜三昧)·호삼매(護三昧)·공삼매(空三昧)·무원삼매(無願三昧)·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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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삼매(無相三昧)가 있다. 자삼매(慈三昧)로 말미암아 비삼매를 얻고, 비삼매로 말미암아 희삼매를 얻으며, 희삼매로 말미암아 호삼매를 얻는다. 공삼매로 말미암아 무원삼매를 얻고 무원삼매로 말미암아 무상삼매를 얻나니, 이 세 가지 삼매의 힘으로 너와 싸울 것이다. 행(行)이 다하면 괴로움이 다하고 괴로움이 다하면 결박이 다하며 결박이 다하면 열반에 이른다.'
  악마가 나에게 말하였다.
  '사문이여, 법으로써 법을 멸할 수가 있는가?'
  내가 대답하였다.
  '법으로써 법을 멸할 수 있다.'
  악마가 나에게 물었다.
  '어떻게 법으로써 법을 멸할 수 있는가?'
  그 때 내가 대답하였다.
  '바른 소견이 삿된 소견을 멸하고 삿된 소견이 바른 소견을 멸하며, 바른 다스림이 삿된 다스림을 멸하고 삿된 다스림이 바른 다스림을 멸하며, 바른 말이 삿된 말을 멸하고 삿된 말이 바른 말을 멸하며, 바른 업(業)이 삿된 업을 멸하고 삿된 업이 바른 업을 멸하며, 바른 생활이 삿된 생활을 멸하고 삿된 생활이 바른 생활을 멸하며, 바른 방편이 삿된 방편을 멸하고 삿된 방편이 바른 방편을 멸하며, 바른 기억이 삿된 기억을 멸하고 삿된 기억이 바른 기억을 멸하며, 바른 선정이 삿된 선정을 멸하고 삿된 선정이 바른 선정을 멸한다.'
  악마가 나에게 말하였다.
  '사문이여, 그대가 오늘 비록 그렇게 말은 하지만,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너는 지금 빨리 일어나 내가 너를 잡아 바다 속으로 던지는 일이 없게 하라.'
  이 때 나는 다시 파순에게 말하였다.
  '너는 한 번 보시하는 복을 짓고도 지금 욕계(欲界)의 마왕이 될 수 있었는데 내가 옛날에 지은 공덕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그런데도 너는 (매우 어렵다)고만 말하고 있구나.'
  파순이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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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지은 복은 네가 지금 증험해 알고 있다. 너는 지금 무수한 복을 지었다고 스스로 말하는데 그것을 누가 증명하는가?'
  비구들아, 나는 그 때 오른손을 펴서 손가락으로 땅을 어루만지며 파순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은 공덕을 이 땅이 증명해 알리라.'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 때 지신(地神)이 땅에서 솟아올라 합장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마땅히 증명하리이다.'
  지신이 이렇게 말하자 악마 파순은 근심하고 괴로워하더니 곧 물러나 사라졌다.
  비구들아, 이런 사실로 보아 알 수 있다. 올바른 법도 오히려 없애야 하거늘 하물며 잘못된 법이겠느냐? 나는 오랜 세월 동안 너희들을 위해 일각유경(一覺喩經)을 설명하면서도 그 글을 기록하지 않았는데, 더구나 그 뜻을 해석한 것이겠는가? 왜냐 하면 이 법은 오묘하고 깊어 이 법을 수행하는 성문(聲聞)이나 벽지불(辟支佛)은 큰 공덕을 얻어 감로(甘露) 같은 무위(無爲)의 경지를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것을 뗏목의 비유라고 하는가? 이른바 교만을 의지하여 교만을 없애는 것이니, 교만이 모두 없어지면 다시는 온갖 번뇌의 어지러운 생각이 없게 되느니라. 마치 삵쾡이의 가죽을 아주 잘 가공하면 주먹으로 치더라도 소리가 나지 않고 뻣뻣한 데도 없는 것처럼, 만일 비구에게 교만이 없어진다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전혀 없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나는 너희들에게 말하는 것이다.
  '설사 도적에게 사로잡히더라도 나쁜 생각을 내지 말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온 세상을 가득 채워라. 저 매우 부드러운 가죽처럼 그렇게 오래 시간을 보내면 그는 무위의 경지를 얻게 될 것이다.'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설법하셨을 때 그 자리에서 3천 천자(天子)는 모든 번뇌가 다해 법안(法眼)이 깨끗해졌고, 60여 비구는 법복을 벗고 속인으로 돌아갔으며, 또 60여 비구는 번뇌가 다하고 뜻에 이해가 생겼으며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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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갈국(摩竭國)의 신령스러운 강 항수(恒水) 가에서 대비구(大比丘)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갈국에 어리석고 지혜가 적은 목동이 있었다. 그는 항수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소를 건너게 하려고 하면서 양쪽 기슭의 깊고 얕은 곳을 살펴보지도 않고 곧장 소를 물로 몰아넣었다. 그는 여윈 놈과 아직 어린 송아지들을 먼저 건너게 하였는데, 그 소들은 강 가운데에 이르자 너무도 피로해 저쪽 언덕으로 건너갈 수가 없었다. 다음에는 그다지 힘세지도 않고 그리 약하지도 않은 중간 소들을 건너게 하였으나 그들도 건너지 못하고 중간에서 고통을 당하고야 말았다. 다음에는 아주 힘센 놈을 건너게 하였으나 그들도 강에서 곤란을 겪었다.
  마찬가지로 지금 내 제자로 있는 비구들 중에도 마음이 어둡고 둔하며 지혜가 없어서 살고 죽을 자리를 분별하지 못하고 악마의 다리인지 배인지도 분별하지 못하면서 생사의 흐름을 건너려고 하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금계(禁戒)의 법을 익히지 않았기 때문에 곧 파순이 틈을 노리게 된다. 그들은 삿된 길을 좇아 열반을 구하면서 멸도하기를 바라지만 끝내 그 결과를 얻지 못한다. 그래서 스스로 죄업을 짓고 또 남들을 타락시켜 죄에 빠지게 하느니라.
  또 마갈국에 영리하고 지혜가 많은 목동이 있었다. 그는 소를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건네려고 할 때 먼저 깊고 얕은 곳을 살펴보고는 아주 힘센 소를 맨 앞에 건너게 하여 저쪽 언덕에 이르게 하였다. 그 다음에는 그다지 힘이 세지도 않고 그리 약하지도 않은 중간 소들을 건너게 하여 저쪽 언덕에 이르게 하였고, 다음에는 아주 약한 놈을 건너게 하여 무사히 건넜고 송아지들은 그 뒤를 따라 또 무사히 건너게 하였느니라.
  
  
1)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7권 1,248번째 소경인 「목우자경(牧牛者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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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구들아, 여래도 그와 같이 금세(今世)와 후세(後世)를 잘 살펴보고, 생사의 바다와 악마의 길을 관찰하고는 스스로 8정도(正道)를 따라 생사의 재앙을 건넜으며, 또 그 길로 인도하여 건너지 못한 자들을 건네 주느니라.
  마치 저 소를 바르게 인도할 때 하나가 바르게 건너면 다른 놈들은 다 그 뒤를 따르는 것처럼, 나의 제자들도 마찬가지로 번뇌가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심해탈(心解脫)하고 혜해탈(慧解脫)하며, 현세에서 몸소 증득하고는 스스로 유행하며 교화하고 악마의 경계를 넘어 무위의 경지에 이르느니라.
  또 저 힘센 소가 항수를 건너 저쪽 언덕에 이르는 것처럼, 나의 성문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5하분결(下分結)을 끊고 아나함(阿那含)이 되어서는 그곳에서 반열반에 들고 이 세상으로 돌아오지 않으며, 악마의 경계를 넘어 무위의 경지에 이르느니라.
  그리 힘이 세지도 않고 그리 약하지도 않은 저 중간 소들이 항수를 아무런 의심 없이 건너는 것처럼, 나의 제자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3결(結)을 끊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엷어져 사다함이 되어서는 이 세상으로 돌아와 괴로움을 완전히 없애며, 악마의 경계를 끊고 무위의 경지에 이르느니라.
  저 쇠약한 소들이 많은 송아지들을 이끌고 저 항수를 건너는 것처럼, 나의 제자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결박을 끊고 수다원(須陀洹)이 되어 반드시 건너게 되며, 악마의 경계를 건너고 생사의 재앙을 건너게 되느니라.
  저 어린 송아지들이 어미를 따라 건너는 것처럼, 나의 제자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믿음을 지키고 법을 받들어 악마의 모든 결박을 끊고 무위의 경지에 이르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악마에게 붙잡히면
  생사의 끝을 다하지 못하네.
  여래는 이제 끝까지 살펴
  지혜의 밝음을 세상에 나타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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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것
  범지들은 밝게 깨닫지 못하고서
  여전히 생사의 언덕을 거닐며
  건너지 못한 이를 건네주려 하네.
  
  이제 이 다섯 종류 사람들과
  그밖에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이들
  생사의 재앙을 건너고 싶다면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을 끝까지 다하라.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그 마음을 전일(專一)하게 가지고 게으름이 없이 실천하며, 또 방편을 구해 현성의 8품도를 성취하도록 하라. 성현의 길을 의지하면 스스로 생사의 바다를 건널 수 있으리라. 왜냐 하면 저 어리석은 목동은 바로 외도 범지들에게 비유한 것이니, 그들은 스스로 생사의 흐름에 빠지고 또 남들을 타락시켜 죄에 빠지게 한다. 저 항수는 곧 생사의 바다에 비유한 것이며, 저 지혜로운 목동은 바로 여래에 비유한 것이니, 현성의 8품도를 말미암아 생사의 재앙을 건넌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마땅히 방편을 구해 8성도를 성취하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에 있는 기바가이원(耆婆伽梨園)3)에서 1,250명의 제자들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다 아라한으로서 온갖 번뇌가 이미 없어졌고 여섯 가지 신통[六
  
  
2)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장아함경』 제17권 「사문과경(沙門果經)」과 동진(東晉) 시대 축담무란(竺曇無蘭)이 한역한 『불설적지과경(佛說寂志果經)』이 있다.
3) 팔리어로는 j vakambavana이고 기바암바라림(耆婆菴婆羅林) 혹은 기구동자암바원(耆舊童子菴婆園)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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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通]이 맑게 트인 자들이었는데, 오직 아난 비구 한 사람만은 그렇지 못했다.
  그 때 아사세왕(阿闍世王)이 7월 15일, 한해를 끝내는 때[受歲時]4) 밝은 별들이 초롱초롱한 한밤에 월광(月光) 부인에게 말하였다.
  "오늘은 15일, 보름달이 둥글고 너무도 청명(淸明)하오. 이런 밤에 무엇을 하면 좋겠소?"
  부인이 대답하였다.
  "오늘은 15일, 계(戒)를 설하는 날입니다. 마땅히 창기들로 하여금 풍류를 울리게 하고 5욕(欲)을 즐기는 게 좋겠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왕은 다시 우다야(優陀耶)5) 태자에게 물었다.
  "오늘밤은 너무도 청명하다. 무엇을 하면 좋겠느냐?"
  우다야 태자가 왕에게 아뢰었다.
  "이렇게 청명한 날 밤에는 네 종류의 군사를 모아 아직 항복하지 않은 외적(外敵)들이나 다른 나라를 정벌하러 가면 좋겠습니다."
  아사세왕은 그 말을 듣고 나서도 역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다시 무외(無畏) 태자에게 물었다.
  "이렇게 청명한 날 밤에는 무엇을 하면 좋겠느냐?"
  무외 왕자는 아뢰었다.
  "불난가섭(不蘭迦葉)은 온갖 산수(算數)에 밝고 더불어 천문(天文)과 지리(地理)를 잘 알고 있어서 사람들이 받들고 우러르니, 그에게 찾아가서 이 의심을 물어보소서. 그는 왕께 지극히 오묘한 이치를 설명하여 끝내 걸림이 없을 것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나서도 역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왕은 다시 수니마(須尼摩)라는 대신(大臣)에게 물었다.
  "이렇게 청명한 날 밤에는 무엇을 하면 좋겠느냐?"
  
  
4) 여름 석 달 동안의 안거(安居)를 끝내면 1법랍(法臘)을 더하게 되므로 안거 해제일인 7월 15일을 불교에선 수세(受歲)라고 한다.
5) 팔리어로는 Udaya이고 우다야발다(優陀耶跋陀:Udaya-bhadra), 혹은 우야바다(優耶婆陀)라고도 하며, 의역하면 백현(帛賢)이라고 한다. 아사세왕이 사랑했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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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니마가 왕에게 아뢰었다.
  "오늘밤은 이렇게 너무나도 청명합니다. 아이단(阿夷耑)이라는 사람이 여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그는 아는 것이 많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그에게 찾아가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를 물어보소서."
  왕은 그 말을 듣고 나서도 역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바사(婆沙)라는 범지(梵志)에게 물었다.
  "이렇게 청명한 날 밤에는 무엇을 하면 좋겠느냐?"
  범지가 아뢰었다.
  "오늘은 15일, 밤이 너무도 청명합니다. 지금 구야루(瞿耶樓)라는 사람이 여기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그에게 찾아가 그 뜻을 물어보소서."
  왕은 그 말을 듣고도 역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마특(摩特) 범지에게 물었다.
  "이처럼 청명한 밤에는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범지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파휴가전(波休迦旃)이라는 사람이 여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선 그를 찾아가 그 일을 물어보소서."
  왕은 그 말을 듣고도 역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왕은 다시 군사를 맡은 색마(索摩)에게 물었다.
  "이처럼 청명한 밤에는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색마가 아뢰었다.
  "선필로지(先畢盧持)라는 사람이 여기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그는 온갖 산수에 밝다고 합니다. 그에게 찾아가 그 일을 물어보소서."
  왕은 그 말을 듣고도 역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최승(最勝)이라는 대신에게 물었다.
  "오늘은 15일, 밤이 이처럼 청명한데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최승이 왕에게 아뢰었다.
  "지금 니건자(尼揵子)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모든 경전을 두루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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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스승들 중에서도 최상입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그를 찾아가 그 뜻을 물어보소서."
  왕은 그 말을 듣고도 역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모두들 이처럼 어리석고 미혹하여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고 교묘한 방편도 없구나.'
  그 때 기바가(耆婆伽)6) 왕자가 왕의 왼쪽에 있었다. 왕은 기바가를 돌아보고 물었다.
  "이처럼 청명한 밤에는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이 때 기바가가 앞으로 나아가 꿇어앉아 왕에게 아뢰었다.
  "지금 여래께서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빈취원(貧聚園)에서 노닐며 1,250명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계십니다. 원컨대 대왕께서 찾아가 그 일을 물어보소서.
  저 여래께서는 광명과 같으신 분이라서 어떤 의심이나 걸림도 없으시며, 3세의 일을 다 알아 꿰뚫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합니다. 그 분이 왕을 위해 그 일을 연설하시면 왕께서 가지신 의심이 탁 트여 스스로 깨닫게 될 것입니다."
  아사세왕은 기바가의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였으며 착한 마음이 생겨 곧 기바가를 찬탄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왕자여, 그 말 참 잘하였다. 왜냐 하면 지금 내 몸과 마음은 불타고 있다. 또 나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부왕을 죽이고 나서 항상 '누가 내 마음을 깨우쳐 주겠는가?' 하고 생각했었다. 지금 기바가가 한 말은 내 마음에 쏙 드는구나. 참으로 기특한 일이다. 여래라는 말만 들고도 번쩍 크게 깨닫겠구나."
  이 때 왕은 기바가에게 이렇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오늘 이 밤은 너무도 청명하건만
  내 마음 깨달을 수가 없네.
  
  
6) 팔리어로는 J vaka-kom rabhacca이고 기바(耆婆) 혹은 기역(祇域)이라고도 하며 활(活)·수명(壽命)으로 한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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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들은 제각기 말해 보아라.
  누구를 찾아가 이 이치 물어야 할까?
  
  불란가섭과 아이단과
  니건자와 범지의 제자들
  그들은 의지할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은 날 구제하지 못하리.
  
  오늘 이 밤은 너무나 청명하며
  
  조그만 티도 없고 달도 둥그네.
  내 이제 기바가에게 묻나니
  누구를 찾아가 이 이치 물어야 할까?
  
  그러자 기바가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그 부드러운 음성만 들어도
  저 마갈어(摩竭魚)를 벗어나리니
  원컨대 즉시 부처님께 나아가
  두려움 없는 세계에서 영원히 사소서.
  
  왕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옛날에 보시를 베풀었어도
  부처님께는 아무 이익도 드리지 못했고
  저 부처님의 참 제자를 죽였으니
  그 이름은 빈바사(頻婆娑)라 하네.
  
  이제 너무도 부끄럽고 창피해
  세존을 뵐 낯이 없는데
  너는 어떻게 내게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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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분을 찾아가 뵈라고.
  
  기바가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부처님은 이것저것 차별이 없고
  온갖 번뇌가 이미 다 없어졌으며
  평등하여 두 가지 마음 없나니
  이것이 부처님 법의 본 뜻입니다.
  
  설사 전단향(栴檀香)을
  오른손에 바른다거나
  칼을 들어 왼손을 자르더라도
  그 마음 조금도 흔들리지 않나니
  
  그 아들 라운(羅云)을 가엾이 여기듯
  똑같은 숨길로 차별하지 않으며
  마음을 지키면서 제바(提婆)를 대하니
  원수이건 친구이건 다름이 없네.
  
  원컨대 대왕께서는 몸을 굽히어
  여래의 얼굴을 찾아가 뵈소서.
  그 의심 끊어야 하나니
  조금도 주저하실 것 없사옵니다.
  
  이 때 아사세왕이 기바가 왕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빨리 5백 마리 수놈 코끼리와 5백 마리 암놈 코끼리에 멍에를 메우고 5백 개의 등불을 밝혀라."
  기바가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왕이시여."
  그 때 기바가 왕자는 곧 천 마리 코끼리에 멍에를 메우고 5백 개 등불
  
[1069 / 1393] 쪽
  을 켜고는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대왕께선 때를 아소서."
  아사세왕은 많은 시종들을 거느리고 이원(梨園)으로 가다가 도중에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어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왕은 기바가 왕자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내가 지금 너에게 속고 있는 것은 아니냐? 나를 원수에게 데려가는 것은 아니냐?"
  기바가가 아뢰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좀 더 앞으로 나아가소서. 여래께서는 여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계십니다."
  아사세왕은 그래도 두려운 생각이 들어 거듭 기바가에게 말하였다.
  "장차 너에게 유혹을 당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또 여래께서는 1,250명의 제자를 거느리셨다고 들었는데 지금 그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구나."
  기바가가 아뢰었다.
  "여래의 제자들은 항상 삼매(三昧)에 들어 있어 어지러운 생각이 없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조금만 더 나아가소서."
  아사세왕은 곧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문으로 들어갔고, 강당 앞에 이르러 잠자코 서서 성중을 관찰하다가 기바가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시느냐?"
  그 때 성중은 모두 염광삼매(炎光三昧)에 들어 강당(講堂)을 두루 비추고 있었다.
  이 때 기바가가 즉시 꿇어앉아 오른손을 펴 여래를 가리키며 말하였다.
  "제일 한가운데 구름을 벗어난 태양 같으신 저 분이 바로 여래이십니다."
  아사세왕이 기바가에게 말하였다.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특별하구나. 이 성중의 마음이 고요함이 이 정도라니. 또 이런 광명은 어떤 인연으로 있는 것인가?"
  기바가가 아뢰었다.
  "삼매의 힘으로 광명을 놓기 때문입니다."
  
[1070 / 1393] 쪽
  왕이 다시 말하였다.
  "내가 지금 이 성중을 관찰해보니 너무도 고요하다. 우리 우다야 태자도 이처럼 고요하고 함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 때 아사세왕은 합장하고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저를 보아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시여."
  왕은 여래의 음성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다. 여래께서 왕이라고 부르셨기 때문이었다. 아사세왕은 부처님 앞에 나아가 땅에 엎드려 두 손을 여래의 발 위에 얹고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기시어 이 참회를 받아주소서. 저는 죄 없는 부왕을 잡아 해쳤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 참회를 받아 주소서. 다시는 그런 일을 범하지 않고, 과거의 잘못을 고쳐 미래를 닦아나가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럴 때입니다. 마땅히 지금 즉시 참회하여 때를 놓치지 마십시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허물이 있을 때 스스로 고칠 줄 알면 그를 상인(上人)이라고 말합니다. 나의 법은 매우 넓고 크니 지금 즉시 참회하십시오."
  이 때 왕은 여래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여쭈고 싶은 것이 있사온데 여래께서 허락하신다면 감히 여쭙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의심스러운 것이 있으면 마땅히 지금 물으십시오."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현세(現世)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에서 그 과보를 받습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과거에 이 이치를 누군가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일찍이 이 이치를 다른 사람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또 불란
  
[1071 / 1393] 쪽
  가섭에게도 '어떤가? 불란가섭이여, 현세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에서 그 과보를 받는가?' 하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는 '복도 없고 보시도 없으며 이승과 저승, 그리고 선악(善惡)의 과보도 없다. 세상에는 아라한 따위를 성취한 이도 없다'고 저에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그 때 과보를 받는 것에 대해 물었는데 그는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오이에 대해 물었을 때 능금에 대해 설명하는 것처럼 저 가섭도 그와 같았습니다.
  그 때 저는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이 범지가 세력이 있는 종족인 왕이 묻는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서 그저 임시방편으로 다른 일을 끌어다 대답하는구나.'
  세존이시여, 저는 그 때 그의 목을 베고 싶었지만, 그 말만 받아들이지 않고 곧 쫓아 보냈습니다.
  언젠가 저는 다시 아이단에게 가서 그 이치를 물었습니다. 그 때 아이단은 저에게 '설사 강 왼쪽에서 중생을 죽여 한량없는 죄를 짓는다 하더라도 그 죄도 없고 또한 나쁜 과보도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때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지금 현세에 과보를 받는 이치에 대해 물었는데 이 사람은 살생의 과보를 가지고 대답하는구나. 마치 어떤 사람이 배에 대해 질문을 하는데 능금에 대해 설명하는 것과 같구나.'
  그래서 저는 곧 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저는 다시 구야루(瞿耶樓)에게 가서 그 이치를 물었습니다. 그 사람은 '강 오른쪽에서 헤아릴 수 없는 온갖 공덕을 짓는다 하더라도 거기에는 또 선한 행위의 과보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때 저는 다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지금 물은 이치에 대해 끝내 대답하지 못하는구나.'
  그래서 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다시 파휴가전에게 가서 그 이치를 묻자 그는 저에게 '한 사람이 세상에 나오면 한 사람이 죽는다. 오직 한 사람이 있어 그가 왔다갔다하면서 그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는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때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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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지금 물은 것은 현세의 과보(果報)에 대한 것인데, 저 자는 생사(生死)를 오고가는 모습에 대해 설명하는구나.'
  그래서 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저는 다시 선비로지(先毗盧持)7)에게 가서 그 이치를 물었습니다. 그 때 그는 '과거는 이미 사라졌으니 다시는 생기지 않는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그것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는 머무르지 않으니, 머무르는 것은 곧 변하고 바뀐다'고 대답했습니다. 이 때 저는 다시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지금 현세의 과보에 대해 물었는데 이 자는 3세를 가지고 대답한다. 이것은 올바른 이치가 아니다.'
  그래서 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저는 다시 니건자에게 가서 그 이치를 물었습니다.
  '어떤가? 니건자여, 혹 현세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에서 과보를 받게 되는가?'
  그는 저에게 대답하기를 '아무 인(因)도 없고 아무 연(緣)도 없이 중생들은 결박되고, 또 아무 인도 없고 아무 연도 없이 중생들은 결박에 집착하며, 아무 인도 없고 아무 연도 없이 중생들은 청정해진다'고 했습니다. 그 때 저는 다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범지들은 이처럼 어리석고 미혹하여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이 마치 눈 없는 장님과 같구나. 묻는 뜻에는 끝내 대답하지 않는 것이 마치 전륜성왕의 종족들을 희롱하는 것 같구나.'
  그래서 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그 이치를 여쭙습니다. 현세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에서 그 과보를 받습니까? 원컨대 세존께서 그 이치를 자세히 말씀하여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시여, 제가 이제 왕에게 이치를 물을 터이니 좋을 대로 대답하십시오. 대왕이시여, 그 좌우의 심부름꾼에게 아끼던 물건을 상으로 주는
  
  
7) 산야이비라리불(散若夷毗羅梨沸: Sanjaya Bela hi-putta)이라고도 하며, 육사외도 중 한 사람이다. 앞에서는 선필로지(先畢盧持)라고 하였다.
[1073 / 1393] 쪽
  전주(典酒)나 주재(廚宰)가 있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있습니다."
  
  "만일 그 심부름꾼이 오랫동안 수고했다면 또 상을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공을 따라 표창하여 원망이 없게 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현세에 복을 지으면 현세에서 그 과보를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대왕이시여, 이미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백성을 사랑한다면 상을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으면 목숨을 걸고 원망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원래는 비록 천한 출생이었다 하더라도 점점 공을 쌓으면 왕과 즐거움을 같이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세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에서 과보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공로가 있는 사람이 세월이 흐른 뒤에 왕을 찾아와 '저희들이 세운 공로는 왕께서 이미 잘 알고 계십니다. 왕께서 소원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하고 말한다면 왕께서는 허락하시겠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들의 소원을 따라 주고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공로가 있는 그 사람이 왕의 곁을 떠나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청청한 행을 닦으려고 한다면 왕께선 들어주시겠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들어주겠습니다."
  
[1074 / 1393] 쪽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이 제 곁에 있는 것을 보게 된다면, 왕께선 무엇을 해주고 싶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받들어 공양하고, 때때로 예배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현세에 복을 지으면 현세에 그 과보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 공로가 있는 그 사람이 계율을 완벽하게 지키고 범하는 일이 없다면 왕께선 무엇을 해주고 싶으십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목숨을 마칠 때까지 음식·의복·침구·병을 치료할 의약품을 공급해주되 모자람이 없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현세의 몸으로 복을 지으면 현세에서 과보를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만일 그가 사문이 되어서 번뇌를 다해 번뇌가 없어지고, 심해탈(心解脫)하고 혜해탈(慧解脫)하여 몸소 증득하고는 자유로이 노닐면서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태(胎)를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안다면 왕께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섬기고 의복·음식·침구·병을 치료할 의약품 등을 공급하되 모자람이 없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런 사실로 보아서도 현세에 복을 지으면 현세에 과보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 그가 목숨을 마치고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세계에서 반열반(般涅槃)한다면, 대왕께서는 무엇을 해주고 싶으십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네 거리에 큰 절[神寺]을 세우고 또 향과 꽃을 공양하며 비단과 번기와 일산을 달고 받들어 섬기며 예배하겠습니다. 왜냐 하면 그는 곧 하늘의 몸이요 사람의 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1075 / 1393] 쪽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현세에 복을 지으면 현세에 그 과보를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이 비유로 인해 이해하였습니다. 오늘 세존께서 거듭 그 이치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지금부터는 그 이치를 믿고 받들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제자로 받아주소서. 저 스스로 부처님과 법과 비구스님들께 귀의합니다.
  이제 거듭 참회합니다. 저는 어리석고 미혹해 아무 죄도 없는 부왕을 잡아 죽였습니다. 이제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귀의하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죄를 용서하시고 영원히 함이 없는 묘한 법을 연설해 주소서. 이와 같이 저는 지은 죄의 과보를 알고 선한 바탕이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는 죄 없이 목숨을 마치고 나서 팔을 굽혔다 펼 정도의 아주 짧은 시간에 천상(天上)에 태어나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두 종류의 사람인가? 첫째는 죄의 근본을 짓지 않고 선(善)을 닦는 사람이요, 둘째는 죄를 짓고 나서 곧 그것을 고치는 사람입니다. 이른바 이런 두 종류의 사람들은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태어나며 또 아무런 지체함도 없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람이 지독한 악행을 지었어도
  허물을 뉘우치면 차츰 엷어지나니
  나날이 뉘우치길 쉬지 않으면
  죄의 뿌리는 영원히 뽑히리라.
  
  "그러므로 대왕이시여, 법으로 다스리고 잘못된 법으로 다스리지 마십시오. 법으로 다스리는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좋은 곳인 천상에 태어납니다. 그가 목숨을 마치면 그 이름이 널리 퍼져 사방에
  
 
[1076 / 1393] 쪽
  두루 알려지고, 뒷사람들은 다들 '옛날에 바른 법으로 다스려 교화하고 아첨이나 굽힘이 없었던 왕이 있었다'는 말을 두고두고 할 것입니다. 그가 태어난 곳을 일컬어 전하는 사람은 그 수명이 더욱 늘어나 일찍 죽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왕이시여,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켜 3존(尊)인 부처님과 법과 성중을 향하도록 하십시오. 대왕이시여,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합니다."
  그 때 아사세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이내 물러갔다. 왕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저 아사세왕이 부왕을 살해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오늘 사문의 첫째 과(果)를 얻어 4쌍8배(四雙八輩) 속에 들어갔을 것이고, 또 현성의 8품도를 얻어 여덟 가지 욕망을 없애고 여덟 가지 재앙을 벗어났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 큰 행운을 얻었으니, 즉 뿌리가 없었던 믿음[無根之信]8)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죄를 지은 사람은 방편을 구해 뿌리가 없었던 믿음을 성취하도록 해야 한다. 나의 우바새(優婆塞)들 중에 뿌리가 없었던 믿음을 얻은 사람은 아사세가 바로 그이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여덟 가지 법이 있어 세상을 따라 돌고 돈다.
  어떤 것이 그 여덟 가지인가? 첫째는 이익[利]이요, 둘째는 손실[衰]이며, 셋째는 헐뜯음[毁]이요, 넷째는 칭찬[譽]이며, 다섯째는 칭송[稱]이요, 여섯째는 비난[譏]이며, 일곱째는 괴로움[苦]이요, 여덟째는 즐거움[樂]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여덟 가지 법이 세상을 따라 돌고 돈다'
  
  
8) 애초에 믿음이 없었는데 지금 부처님의 은혜로 믿음이 생긴 것을 말한다.
[1077 / 1393] 쪽
  고 하는 것이다.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이 세상에 나타나 이 세계에서 부처의 도를 이루었다. 그래서 세상의 여덟 가지 법에 집착하거나 찾아 떠돌지도 않는다.
  비유하면 마치 진흙탕에서 피어난 연꽃은 너무도 곱고 깨끗하며 티끌이나 흙탕물에 더러워지지 않아, 모든 하늘의 사랑을 받고 보는 이마다 기뻐하는 것처럼, 여래도 그와 같아서 태(胎)에서 생겨 거기서 자랐지만 부처의 몸을 이루었다.
  또 마치 유리라는 보배와 물을 맑게 하는 보배는 티끌에 물들지 않는 것처럼, 여래도 그와 같아서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세상의 여덟 가지 법에 물들지 않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정진하여 이 여덟 가지 법을 닦아야 한다.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생사에 떠돌지만 생사에 머무르지 않는 여덟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여덟 종류의 사람인가? 수다원(須陀洹)으로 나아가는 이·수다원을 얻는 이·사다함(斯陀含)으로 나아가는 이·사다함을 얻은 이·아나함(阿那含)으로 나아가는 이·아나함을 얻은 이·아라한(阿羅漢)으로 나아가는 이·아라한을 얻은 이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여덟 종류의 사람들이 있는데 생사에 떠돌지만 생사에 머무르지는 않는다'고 하는 것이
  
[1078 / 1393] 쪽
  니라.
  그런 까닭에 비구들이여, 부디 방편을 구해 생사의 재앙을 벗어나고 생사에 머무르지 말아야 하느니라.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마혈(馬血)·재(齋)9) ·난타(難陀)와
   제바달(提婆達)과 선벌(船筏),
   목우(牧牛)와 무근신(無根信)과
   세법(世法)·선(善)·팔인(八人)에 대해 설하셨다.
  
9) 고려대장경에는 '제(齊)'로 되어있다.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원(元)·명(明) 세 본에는 제(齊)가 재(齋)로 되어있다"고 하며, 또 팔관재에 대해 설한 경의 내용으로 보아서도 '재(齋)'자라야 옳을 것 같아 바꾸어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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