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증일아함경 제37권

通達無我法者 2008. 1. 2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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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일아함경 제37권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42. 팔난품 ②
  [ 4 ]
  
  아난이 아뢰었다.
  "차나(車那)1) 비구에게는 어떻게 처신해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법의 벌[梵法罰]2)을 주라."
  "범법의 벌은 어떤 것입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차나 비구와는 말하지 말라. 좋다고 말하지도 말고 나쁘다고 말하지도 말라. 그렇게 하면 그도 너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일 그가 저지르는 일을 따지지 않는다면 더욱 중한 죄를 짓지 않겠습니
  
  
1) 팔리어로는 Channa이고 차익(車匿)이라고도 하며, 욕작(欲作)·부장(覆藏)이라 한역한다. 정반왕(淨飯王)의 노예 집안에서 태어났고, 부처님이 성을 넘어 출가하셨을 때 몸소 말을 몰았던 사람로서 부처님이 도를 이룬 후 카필라성을 방문을 했을 때 출가하였다. 그는 육군비구(六群比丘)와 어울려 온갖 사견과 악행을 일삼다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참회하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2) 팔리어로는 brahma-da a이고 범벌(梵罰)·범단(梵檀)이라고도 하며 묵빈(默擯)이라 한역하는데, 함께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또 범천치죄법(梵天治罪法)이라고도 하는데 범천에서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방법으로 죄인을 다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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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더불어 말하지 않기만 하라. 그것이 곧 범법의 벌이다. 그래도 고치지 않거든 여러 사람들에게 데리고 가서 사람들과 함께 꾸짖고 쫓아내라. 그에겐 계를 설명하지도 말고 법회에 참석하지도 못하게 하라."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더불어 말하지 않기만 하라. 그것이 곧 범법의 벌이다. 그래도 고치지 않거든 여러 사람들에게 데리고 가서 사람들과 함께 꾸짖고 쫓아내라. 그에겐 계율을 설명하지도 말고 법회에 참석하지도 못하게 하라."
  그 때 세존께서는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저 원수에게
  그 원한 갚고 싶다면
  저 더없이 나쁜 사람과는
  언제나 말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라.
  
  그 때 구시나갈 백성들은 여래께서 밤중에 열반에 드실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온 나라 백성들이 쌍수 사이로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백성들은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께서 열반에 드신다는 소식을 지금 막 들었습니다. 저희들은 어떻게 정성을 표해야 합니까?"
  그 때 세존께서는 아난을 돌아보셨다. 아난은 곧 생각하였다.
  '지금 여래께서는 몸이 너무 피로하시어 나를 시켜 그 뜻을 가르치려 하시는구나.'
  이 때 아난은 오른 무릎을 땅에 붙이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 바아타(婆阿陀)와 수발타(須拔陀)라는 두 종성이 찾아와 여래와 성중에게 귀의하면서 말하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이 우바새가 되도록 허락하소서. 지금부터 다시는 살생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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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제사(帝奢)와 우파제사(優波帝奢), 불사(佛舍)와 계두(鷄頭), 이런 이들이 모두 찾아와 여래께 귀의하면서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이 우바새가 되도록 허락하소서. 지금부터 다시는 살생하지 않고 5계(戒)를 받들어 지키겠습니다'고 하나이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그들을 위해 널리 설법하시고 돌려보냈다.
  이 때 5백 명의 마라(摩羅)들도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물러갔다.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 최후의 증명을 받은 제자는 저 구시나갈의 5백 마라들이니라."
  그 때 수발(須拔) 범지는 다른 나라에서 구시나갈국으로 오다가 그 5백 인이 오는 것을 보고 곧 물었다.
  "그대들은 어디서 오는가?"
  5백 인은 대답하였다.
  "수발이여, 아십시오. 여래께서는 오늘 쌍수 사이에서 열반에 드십니다."
  이 때 수발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 여래께서는 저 우담발화가 억 겁만에 한 번 피어나듯 아주 가끔 세상에 출현하신다. 나는 지금 이런 저런 의심이 있어 모든 법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직 저 사문 구담만이 나의 의심을 풀어줄 수 있다. 나는 이제 저 구담에게 찾아가 이 뜻을 여쭈어 보리라.'
  수발 범지는 쌍수 사이로 가서 아난을 찾아가 아뢰었다.
  "저는 세존께서 오늘 열반하신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아난은 대답하였다.
  "사실입니다."
  "저에겐 아직도 의심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저 6사(師)의 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사문 구담의 말씀을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라고 세존께 여쭐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그만 두시오, 그만 두시오. 수발이여, 여래를 번거롭게 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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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면서 다시 아난에게 아뢰었다.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는 것은 참으로 만나기 어렵습니다. 우발라화가 아주 가끔 세상에 피어나듯 여래께서도 아주 가끔씩 세상에 출현하십니다. 제가 지금 여래를 뵌다면 충분히 저의 의심을 풀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 여쭈고 싶은 뜻은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아난이여, 저와 함께 세존께 가서 아뢰려 하지 않는군요. 또 저는 여래께서 과거의 무궁한 일도 아시고 미래의 무궁한 일도 아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오늘만은 받아들이지 않으십니까?"
  그 때 세존께서는 천이(天耳)로 수발이 아난에게 하는 말을 들으시고 아난을 불러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만 두어라, 그만 두어라. 아난아, 수발 범지를 막지 말라. 왜냐 하면 그가 와서 이치를 물으면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설법하면 그는 곧 제도될 것이다."
  이 때 아난이 수발에게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훌륭하십니다. 여래께서 안으로 들어가 법을 묻도록 허락하시는군요."
  수발은 이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어쩔 줄을 몰라하였다. 그는 세존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수발이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여쭈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세존께서 수발에게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지금 바로 물어라."
  수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온갖 산술을 알고 보통사람을 능가하는 면이 많은 여러 이교의 사문들, 즉 불란가섭(不蘭迦葉)·아이단(阿夷耑)·구야루(瞿耶樓)·파휴가전(波休迦旃)·선비로지(先毗盧持)·니건자(尼揵子) 등 이러한 무리들도 3세(世)의 일을 압니까, 모릅니까? 그 6사 중에 여래보다 훌륭한 사람이 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만 두어라. 그만 두어라. 수발아, 그런 것은 묻지 말라. 왜 번거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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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 누가 여래보다 나은지를 묻느냐?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너를 위해 설법하리니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수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제 깊은 이치를 묻겠사오니, 원컨대 세존께서는 곧바로 말씀해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처음으로 도를 배울 때는 29세였고, 사람들을 제도하기 위해 35세가 되도록 외도들 속에서 공부하였다. 그러나 그 뒤로는 어떤 사문 바라문도 찾아가 보지 않았다. 그 대중에게 현성의 8품도(品道)가 없다면 사문의 4과(果)도 없을 것이다. 수발아, 이것이 이른바 세상은 텅 비어 도를 얻은 진인(眞人)이 없다는 것이다. 그 성현의 법 안에 성현의 법이 있다면 사문의 4과가 있느니라. 왜냐 하면 사문의 4과는 모두 현성의 8품도를 말미암기 때문이니라.
  수발아, 만일 내가 위없는 바른 도를 얻지 못했다면 그것은 현성의 8품도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현성의 8품도를 얻었기 때문에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그러므로 수발아, 부디 방편을 구해 성현의 길을 성취하라."
  수발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도 그 현성의 8품도를 듣고 싶습니다. 원컨대 자세히 설명하여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8품도란 바른 소견[等見]·바른 다스림[等治]·바른 말[等語]·바른 생활[等命]·바른 업[等業]·바른 방편[等方便]·바른 기억[等念]·바른 삼매[等三昧]이니 수발아, 이른바 이것이 현성의 8품도이니라."
  이 때 수발은 곧 그 자리에서 법안이 깨끗해졌다.
  수발은 아난에게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제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 사문이 되기를 청합니다."
  아난이 말하였다.
  "그대가 직접 세존께 나아가 사문이 되기를 청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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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발은 세존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 사문이 되기를 청합니다."
  그 때 수발은 바로 사문의 몸이 되어 세 가지 법의를 입었다. 수발은 세존의 얼굴을 우러러 뵙고는 그 자리에서 번뇌로부터 마음이 해탈하였다.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 최후의 제자는 바로 이 수발이니라."
  수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세존께서 오늘 밤중에 반열반(般涅槃)에 드신다고 들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먼저 열반에 드는 것을 허락하소서. 저는 여래께서 먼저 열반하시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왜냐 하면 과거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모든 불세존들께서도 최후에 깨달은 제자가 먼저 반열반한 뒤에 여래께서 열반에 드셨기 때문이다. 이것은 모든 불세존들에게 늘 있는 법도로서 오늘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발은 세존께서 허락하시는 것을 보고 곧 여래 앞에서 몸과 뜻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는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세계에서 열반에 들었다. 그 때 온 땅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어서
  태어나면 반드시 죽음이 있네.
  태어나지 않으면 죽지 않나니
  그 적멸이 가장 즐거우니라.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분부하나니, 지금부터 비구들은 서로를 '그대[卿僕]'라고 부르지 말라. 나이 많은 이는 '거룩한 이[尊]'라 부르고 나이 적은 이는 '어진 이[賢]'라고 부르며 서로를 형제처럼 여겨라. 또 지금부터는 부모가 지어준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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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이제 비구들은 그 이름을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젊은 비구는 늙은 비구를 장로라 부르고, 늙은 비구는 젊은 비구의 성명을 불러라. 또 비구들이 제 이름을 지으려면 불·법·승 3존을 의지해야 한다. 이것이 나의 훈계니라."
  그 때 아난은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3)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녹야원(鹿野苑)에서 대비구들 5백 명의 함께 계셨다.
  그 때 파하라(波呵羅) 아수륜(阿須倫)4)과 모제륜(牟提輪) 천자는 때아닌 때에 세존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여래께서 아수륜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큰 바다를 매우 좋아하는가?"
  아수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정말 좋아합니다."
  "큰 바다에 어떤 기특한 것들이 있기에 너희들은 그것을 보고 그곳에서 즐거워하는가?"
  "큰 바다에는 보기 드문 여덟 가지 법이 있기 때문에 아수륜들은 그곳에서 즐거워합니다. 여덟 가지란, 저 큰 바다는 매우 깊고 또 넓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보기 드문 법입니다. 또 저 큰 바다에는 이런 신비로운 덕이 있습니다. 즉 5백 개의 작은 강들이 합쳐진 네 개의 큰 강이 저 큰 바다로 들어가면 그것들은 곧 본래 이름을 잃어버립니다. 이것이 두 번째 보기 드문 법입니다. 또 저 큰 바다는 어디나 똑같은 맛입니다. 이것이 세 번째 보기 드문 법입니다.
  또 저 큰 바다는 드나드는 조수가 그 때를 어기지 않습니다. 이것이
  
  
3)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8권 35번째 소경인 「아수라경(阿修羅經)」이 있다.
4) 팔리어로는 Pah r da asurinda이고 파라다(波羅陀) 아수륜·파라라(婆羅邏) 아수륜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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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번째 보기 드문 법입니다. 또 저 큰 바다는 귀신들이 사는 곳으로서 형상이 있는 무리는 모두 그 속에 있습니다. 이것이 다섯 번째 보기 드문 법입니다. 또 저 큰 바다는 매우 큰 형체들, 즉 1백 유순·1천 유순……(내지)……7천 유순이나 되는 형체도 모두 받아들이고 또 그래도 비좁지가 않습니다. 이것이 여섯 번째 보기 드문 법입니다.
  또 저 큰 바다에서는 자거·마노·진주·호박·수정·유리 등 여러 가지 보배가 나옵니다. 이것이 일곱 번째 보기 드문 법입니다. 또 저 큰 바다 밑에는 금모래가 있고 네 가지 보배로 된 수미산이 있습니다. 이것이 여덟 번째 보기 드문 법입니다. 이것이 모든 아수륜들로 하여금 그곳에서 즐거워하게 하는 여덟 가지 보기 드문 법입니다."
  이 때 아수륜이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의 법에는 특별히 뛰어난 어떤 것들이 있기에 모든 비구들로 하여금 그것을 보고 그 안에서 즐거워하게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수륜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을 그 안에서 즐거워하게 하는 보기 드문 여덟 가지 법이 있느니라. 여덟 가지란 무엇인가? 내 법에는 계(戒)가 갖추어져 있어 방일한 행이 없다. 이것이 첫 번째 보기 드문 법으로서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마치 매우 깊고도 넓은 저 바다에서처럼 거기서 즐거워한다.
  또 내 법 안에는 네 가지 종성이 있지만 그들이 내 법 안에서 사문이 되면 그전 이름을 쓰지 않고 다시 다른 이름을 짓는다. 마치 저 네 개의 강이 바다로 들어가면 똑같은 맛이 되어 다른 이름이 없는 것처럼 이것이 두 번째 보기 드문 법이니라.
  또 내 법에서는 계를 제정해 놓았기 때문에 그것을 따라 차례를 어기지 않는다. 이것이 세 번째 보기 드문 법이다. 또 내 법은 똑같은 한 맛이니, 그것은 이른바 현성의 8품도이다. 이것이 네 번째 보기 드문 법으로서 저 큰 바다가 모두 똑같은 맛인 것과 같으니라.
  또 내 법에는 갖가지 법이 가득 차 있다. 이른바 4의지(意止)·4의단(意斷)·4신족(神足)·5근(根)·5력(力)·7각의(覺意)·8진직행(眞直行)5)이니,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마치 저 큰 바다에 사는 온갖 귀신들처
  
  
5) 즉, 8정도(正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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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럼 그 안에서 즐거워한다. 이것이 다섯 번째 보기 드문 법이니라.
  또 내 법에는 갖가지 보배가 있으니, 이른바 염각의(念覺意)라는 보배와 법각의(法覺意)·정진각의(精進覺意)·희각의(喜覺意)·의각의(猗覺意)·정각의(定覺意)·호각의(護覺意)라는 보배이다. 이것이 여섯 번째 보기 드문 법으로서 마치 저 큰 바다에서 온갖 보배가 나는 것처럼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그 안에서 즐거워한다.
  또 내 법 안에서는 온갖 중생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세계에서 열반에 든다. 그래도 내 법에는 마치 저 큰 바다는 여러 강물이 들어와도 늘거나 줄어듦이 없는 것처럼 늘거나 줄어듦이 없다. 이것이 일곱 번째 보기 드문 법으로서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그 안에서 즐거워하느니라.
  또 내 법에는 금강삼매(金剛三昧)·멸진삼매(滅盡三昧)·일체광명삼매(一切光明三昧)·득불기삼매(得不起三昧) 등 헤아릴 수 없는 갖가지 삼매가 있어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즐거워한다. 마치 저 큰 바다 밑에 금모래가 있는 것처럼, 이것이 여덟 번째 보기 드문 법으로서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그 안에서 즐거워한다. 나의 법에는 이런 여덟 가지 보기 드문 법이 있어 모든 비구들이 그 안에서 너무도 즐거워하느니라."
  이 때 아수륜이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의 법 가운데 한 가지 보기 드문 법만 있더라도 저 바다의 여덟 가지 보기 드문 법보다 뛰어나 백 배·천 배를 하더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니, 현성의 8품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그 법을 잘 설명하셨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차례로 설법하셨다. 즉 보시론·계율론·천상에 태어나는 법과 탐욕은 더럽고 번뇌는 큰 재앙이므로 벗어나는 것이 가장 훌륭하다고 말씀하셨다.
  세존께서는 그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린 것을 보시고 모든 불 세존들께서 늘 말씀하시는 법인 괴로움[苦]·괴로움의 발생[集]·괴로움의 소멸[盡]·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에 대해 모두 말씀하셨다.
  그 때 아수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다섯 가지 진리가 있는데 지금 세존께서는 네 가지 진리만 말씀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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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들에겐 다섯 가지 진리를 말씀하시는구나.'
  이 때 천자는 그 자리에서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아수륜은 세존께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그 법을 잘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제 제 집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형편대로 하라."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발길을 돌려 떠났다.
  이 때 천자는 아수륜에게 말하였다.
  "아까 네가 '여래께서는 하늘들을 위해 다섯 가지 진리를 말씀하시면서 나를 위해서는 네 가지 진리만 말씀하신다'고 한 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왜냐 하면 모든 불세존께선 결코 두 말을 하시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부처님께선 결코 중생들을 버리지 않고 설법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시며, 또 그 설법은 끝이 없다. 또 사람을 가려 설법하지 않고 평등한 마음으로 설법하신다. 네 가지 진리가 있으니 그것은 괴로움·괴로움의 발생·괴로움의 소멸·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이다. 너는 이제 '여래께서는 다섯 가지 진리가 있다고 말씀하셨다'는 그런 헐뜯는 생각을 말라."
  아수륜은 대답하였다.
  "내가 저지른 잘못을 스스로 참회한다. 반드시 여래께 찾아가 이 이치를 여쭈어보리라."
  그 때 아수륜과 천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6)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6)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9권 36번째 소경인 「지동경(地動經)」과 『장아함경』 제1권 2번째 소경인 「유행경(遊行經)」이 있다.}
 
[1025 / 1393] 쪽
  "천지가 크게 진동하는 데에 여덟 가지 원인이 있다.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이 염부리 땅은 남북으로 2만 1천 유순이요, 동서로 7천 유순이며, 두께가 6만 8천 유순이다. 또 물 두께가 8만 4천 유순이요, 불 두께도 8만 4천 유순이며, 불 아래 있는 바람 두께는 6만 8천 유순이요, 바람 밑에는 금강의 바퀴가 있는데 과거 모든 불세존들의 사리는 모두 그곳에 있다.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혹 어떤 때 큰 바람이 움직였다 하면 불도 움직이고, 불이 움직이면 물이 움직이며, 물이 움직이면 땅이 곧 움직인다. 이것이 땅이 크게 진동하는 첫 번째 원인이니라.
  다음에는 보살이 도술천(兜術天)에서 그 신식(神識)이 내려와 어머니 태에 들 때에도 이 땅은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땅이 크게 진동하는 두 번째 원인이다. 다음에는 보살이 어머니 태에서 나올 때 천지가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천지가 크게 진동하는 세 번째 원인이다.
  다음에는 보살이 출가하고 도를 배워, 위없이 바르고 참되며 평등한 바른 깨달음을 이룰 때 천지는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땅이 진동하는 네 번째 원인이니라.
  다음에는 여래가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세계에 들어 열반할 때 천지는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땅이 진동하는 다섯 번째 원인이다. 다음에는 큰 신통이 있는 비구가 마음이 자유롭게 되어 뜻대로 무수한 변화를 일으키되, 혹 몸을 백 천 개로 나누었다가 다시 하나로 합하기도 하고, 허공을 날고 석벽을 통과하고 솟아나고 가라앉기를 마음대로 하며, 땅을 보아도 땅이라는 생각이 없어 모두가 공인 것임을 알 때 땅은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땅이 진동하는 여섯 번째 원인이니라.
  다음에는 큰 신통과 신비스러운 덕이 한량없는 하늘 사람이 그곳에서 목숨을 마치고 다시 그곳에 태어나, 과거의 복된 행으로 말미암아 온갖 덕을 두루 갖춰 본래의 하늘 형상을 버리고 제석(帝釋)이나 범천왕(梵天王)이 될 때 땅은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땅이 크게 진동하는 일곱 번째 원인이니라.
  다음에는 중생들이 목숨을 마치고 복이 다할 때가 되어, 국왕들이 제 나라에 만족하지 않고 서로를 침공하여 사람들이 굶주림이나 혹은 칼날에
  
[1026 / 1393] 쪽
  죽어갈 때 천지는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땅이 크게 진동하는 여덟 번째 원인이니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은 여덟 가지 원인이 천지를 크게 진동시키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7)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존자 아나율은 네 부처님께서 머무셨던 곳을 유행하고 있었다.
  그 때 아나율은 한적한 곳에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석가문(釋迦文) 부처님의 여러 제자 중에서 계덕(戒德)과 지혜(智慧)를 성취한 사람은 모두 계율을 의지하여 이 바른 법 안에서 자라난다. 여러 성문들 중 계율을 완전히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모두 바른 법을 떠나고 계율과 상응하지도 못한다. 계율과 지식, 이 두 가지 법에서 무엇이 더 훌륭할까? 나는 이제 여래께 찾아가 이 사실이 어떠한가를 여쭈어 보리라.'
  아나율은 다시 생각하였다.
  '이 법은 만족할 줄 아는 이가 행할 바로서 만족할 줄 모르는 이가 행할 바가 아니다. 이 법은 욕심이 적은 이가 행할 바로서 욕심이 많은 이가 행할 바가 아니다. 이 법은 한가히 지내는 이가 행할 바로서 번잡한 곳에서 행할 바가 아니다. 이 법은 계율을 지키는 이가 행할 바로서 계율을 범한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삼매에 든 이가 행할 바로서 어지러운 이가 행할 바가 아니고, 지혜로운 이가 행할 바로서 어리석은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많이 아는 이가 행할 바로서 아는 것이 적은 이가 행할 바가 아니다.'
  아나율은 이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을 사유한 뒤에 '나는 지금 세존께 찾아가 이 뜻을 여쭈어 보리라'고 생각하였다.
  
  
7)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18권 74번째 소경인 「팔념경(八念經)」과 후한(後漢) 시대 지요(支曜)가 한역한 『불설아나율팔념경(佛說阿那律八念經)』이 있다.
[1027 / 1393] 쪽
  그 때 세존께서는 사위성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이 때 파사닉왕은 여래와 비구스님들을 청해 거기서 90일의 여름 안거를 지내시게 하였다. 아나율은 5백 비구를 거느리고 천천히 세간을 유행하여 드디어 사위성에 도착하였고, 세존께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이 때 아나율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한적한 곳에서 '계율과 지식, 이 두 가지 법 중에서 어느 것이 더 훌륭한가'에 대해 사유하였습니다."
  이 때 세존께서는 아나율을 위해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계율이 훌륭한가, 지식이 훌륭한가
  네가 이제 의심을 내는구나.
  계율이 지식보다 훌륭하나니
  거기서 어찌해 의심 내는가.
  
  "왜냐 하면 아나율아, 알아야 한다. 만일 비구가 계율을 성취하면 선정을 얻을 것이요, 선정을 얻으면 지혜를 얻을 것이며, 지혜를 얻으면 지식을 얻을 것이요, 지식을 얻으면 해탈을 얻을 것이며, 해탈을 얻으면 무여열반에서 열반하게 될 것이니, 이로써 계율이 더 훌륭하다는 것을 환히 알 수 있느니라."
  이 때 아나율은 세존 앞에서 그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을 설명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나율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아나율아, 네가 지금 생각하는 것이 바로 대인의 사유이다. 욕심을 적게 가져 만족할 줄을 알고, 한적한 곳에서 지내며, 계율을 성취하고, 삼매를 성취하며, 지혜를 성취하고, 해탈을 성취하며, 지식을 성취하라. 아나율아, 너는 이런 뜻을 세워 그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을 깊이 사유하라. 여덟 가지란 무엇인가? 이 법은 정진하는 이가 행할 바로서 게으른 이가 행할 바가 아니다. 왜냐 하면 미륵 보살은 30겁 동안 정진하여 위없이 바르고 참되며 평등한 바른 깨달음을 이룰 것이요, 나도 정진의 힘으로 초월하여 부처를 이루었기 때문이니라.
  아나율아, 알아야 한다. 모든 불세존은 모두 똑같은 유(類)로서 그 계
  
[1028 / 1393] 쪽
  율과 해탈과 지혜가 같아 조금의 차이도 없으며, 또 공(空)이고 상(相)이 없고 원(願)이 없는 것도 같으며, 32상(相)과 80종호(種好)로 그 몸을 장엄하여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고 그 정수리를 볼 수 없는 것도 모두 같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정진만큼은 같지 않으니, 과거와 미래의 모든 불세존 중에서 정진으로는 내가 제일이니라.
  그러므로 아나율아, 이 여덟 번째 대인의 생각이 가장 뛰어나고 높고 귀한 것으로서 가히 비유할 바가 없느니라. 마치 우유에서 낙(酪)이 나오고 낙에서 수(酥)가 나오며 수에서 제호(醍醐)가 나오는데 그 중에서 제호가 가장 뛰어나 견줄 것이 없는 것처럼, 그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 중에서 정진이 가장 뛰어나 진실로 견줄 것이 없느니라.
  그러므로 아나율아, 그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을 받들고 사부대중에게 그 이치를 설명해 주라. 만일 그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이 세상에 널리 퍼진다면 나의 제자들은 모두 수다원의 도·사다함의 도·아나함의 도·아라한의 도를 성취할 것이다.
  왜냐 하면 나의 법은 욕심이 적은 이가 행할 바로서 욕심이 많은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만족할 줄 아는 이가 행할 바로서 만족할 줄 모르는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한가히 지내는 이가 행할 바로서 대중 속에서 사는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계율을 지키는 이가 행할 바로서 계율을 범하는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안정된 이가 행할 바로서 산란한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지혜로운 이가 행할 바로서 어리석은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많이 아는 이가 행할 바로서 아는 것이 적은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정진하는 이가 행할 바로서 게으른 이가 행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아나율아, 사부대중은 방편을 구해 이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을 행해야 하느니라. 아나율아,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아나율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1029 / 1393] 쪽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덟 종류의 무리가 있으니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여덟 종류란 무엇인가? 이른바 찰리 무리·바라문 무리·장자 무리·사문 무리·사천왕 무리·삼십삼천 무리·마왕 무리·범천왕 무리이니라.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나는 옛날에 찰리 무리들을 찾아가 서로 문안하고 변론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나만한 이가 아무도 없어, 나는 제일이었고 짝할 이가 없었다. 나는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며, 생각이 어지럽지 않으며, 계를 성취하고, 삼매를 성취하며, 지혜를 성취하고, 해탈을 성취하며, 많은 지식을 성취하고, 정진을 성취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또 기억한다. 나는 바라문 무리·장자 무리·사문 무리·사천왕 무리·삼십삼천 무리·마왕 무리·범천왕 무리에게 찾아가 서로 문안하고 변론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제일이요 짝할 이가 없어 그 중에서 가장 높고 또 비슷한 이마저 없었다. 나는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며, 마음이 어지럽지 않으며, 계를 성취하고, 삼매를 성취하며, 지혜를 성취하고, 해탈을 성취하며, 많은 지식을 성취하고, 정진을 성취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 때 그 여덟 무리 가운데서 제일이요 짝할 이가 없었으며, 그 중생들의 덮개가 되 주었다.
  그 때 그 여덟 종류의 무리들은 내 정수리를 볼 수 없었고 감히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했는데 하물며 서로 변론할 수 있었겠는가? 왜냐 하면 나는 하늘·사람·악마 혹은 악마의 하늘·사문·바라문들 중에서 이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한 이를 보지 못하였고, 여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것에 대해 말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부디 방편을 구해 이 여덟 가지 법을 행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1030 / 1393] 쪽
  그 때 아나빈저(阿那邠邸) 장자는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이 때 세존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장자의 집에서는 널리 보시하는가?"
  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는 밤낮으로 끊이지 않고 보시하나니 네 곳의 성문에서, 큰 저자에서, 제가 길을 가다가, 또 부처님과 비구스님들, 이렇게 여덟 가지로 보시를 베풉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그들이 요구하는 바대로 옷을 구하는 이에게는 옷을 주고 음식을 구하는 이에게는 음식을 주며, 나라 안의 보배라 할지라도 결코 거절하지 않으며 의복·음식·침구·질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을 모두 보시합니다. 또 어떤 하늘은 제게 찾아와 공중에서 '거룩한 자 비천한 자를 분별하라. 이 자는 계를 지키고, 이 자는 계를 범했다. 이 자에게 보시하면 복을 받고 저 자에겐 보시해도 과보가 없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음에 이런 자 저런 자가 전혀 없어 더 주고 덜 주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일체 중생에게 두루 똑같이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목숨을 의지하고 형체가 있는 중생들은 먹는 것이 있으면 살고 먹지 않으면 목숨을 보존하지 못합니다. 일체 중생에게 보시하면 그 과보가 한량없고, 그 받는 과보에도 늘거나 줄어듦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장자여, 평등하게 보시하면 그 복이 제일 거룩하니라. 그러나 중생들의 마음엔 우열이 있으니, 계를 지키는 이에게 보시하는 것이 계를 범한 이에게 보시하는 것보다 훌륭하니라."
  그 때 허공의 신들과 하늘들은 한량없이 칭송하였고,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거룩한 이 가려 보시하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니
  어리석은 이들에겐 늘고 줆이 있기 때문이라
  좋은 복밭을 구할 양이면
  여래의 대중보다 나은 자 누구인가?
  
[1031 / 1393] 쪽
  "그렇습니다. 지금 세존께서 하신 말씀은 너무도 명쾌하십니다. 계를 지키는 이에게 보시하는 것이 계를 범한 이에게 보시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아나빈저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너에게 성현의 무리를 설명하리니 잘 사유하고 기억해 마음 깊이 명심하라. 보시는 적어도 얻는 복이 많은 경우가 있고, 보시를 많이 하면 얻는 복도 많은 경우가 있느니라."
  아나빈저 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이치를 자세히 설명해 주소서. 어떤 경우에 보시를 적게 해도 얻는 복이 많으며, 어떤 경우에 보시를 많이 하면 얻는 복도 많습니까?"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라한을 향하는 이·아라한을 얻은 이·아나함을 향하는 이·아나함을 얻은 이·사다함을 향하는 이·사다함을 얻은 이·수다원을 향하는 이·수다원을 얻은 이가 있다. 장자여, 이른바 이런 성현의 무리에게는 보시를 적게 해도 많은 복을 얻고, 보시를 많이 하면 많은 복을 얻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네 가지 향(向)을 성취한 사람
  네 가지 과(果)를 성취한 사람
  그들을 성현의 무리라 하나니
  그들에게 보시하면 얻는 복 많으리.
  
  "아주 먼 과거의 여러 불 세존께도 꼭 지금의 나처럼 이런 성현의 무리가 있었고, 미래에 여러 불 세존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더라도 그분들 또한 이런 성현의 무리를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장자여,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성현의 무리들을 공양해야 하느니라."
  이 때 세존께서는 그 장자를 위해 미묘한 법을 연설하시어 다시는 물러서지 않는 자리에 서게 하셨다. 장자는 그 법을 듣고 한량없이 기뻐하
  
[1032 / 1393] 쪽
  였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한 뒤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 물러나 떠났다.
  그 때 아나빈저 장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나 선여인은 재물을 보시할 때 여덟 가지 공덕을 성취한다. 여덟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때를 맞춰 보시하고 때가 아닌 때 하지 않는다. 둘째는 깨끗한 것을 보시하고 더러운 것을 보시하지 않는다. 셋째는 제 손으로 직접 보시하고 남을 시키지 않는다. 넷째는 서원을 세워 보시하고 교만 방자한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 다섯째는 보시했다는 생각으로부터 해탈하여 그 과보를 바라지 않는다. 여섯째는 보시로 열반을 구하고 하늘에 태어나기를 구하지 않는다. 일곱째는 좋은 밭을 찾아 보시하고 거친 토양엔 보시하지 않는다. 여덟째는 이런 공덕으로 중생에게 보시하고 자기를 위해 하지 않는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선남자나 선여인은 재물을 보시할 때 여덟 가지 공덕을 성취하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지혜로운 사람 때맞춰 보시하며
  아끼고 탐내는 마음 전혀 없고
  자기가 지은 모든 공덕을
  남김없이 남들에게 보시한다네.
  
  이런 보시가 가장 훌륭하니
  모든 부처님들 찬탄하는 바라
  현재의 몸으로 그 과보를 얻고
  
[1033 / 1393] 쪽
  죽어서는 천상의 복을 누리리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그런 과보를 받고싶다면 이 여덟 가지 공덕을 행하라. 그러면 그 과보는 한량이 없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고, 감로(甘露)같은 보배를 얻어 차차 열반에 이르게 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지옥[泥犁]8)으로 가는 길과 열반(涅槃)으로 향하는 길을 설명하리니, 잘 사유해 기억하고 빠뜨림이 없게 하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어떤 것이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며, 어떤 것이 열반으로 향하는 길인가?
  삿된 소견[邪見]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소견[正見]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다스림[邪治]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다스림[正治]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말[邪語]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말[正語]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업[邪業]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업[正業]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생활[邪命]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생활[正命]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방편[邪方便]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방편[正方便]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기억[邪念]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기억[正念]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
  
  
8) 팔리어로 niraya이고 니리야(泥犁耶)라고도 하며, 지옥(地獄)이라 한역한다.
[1034 / 1393] 쪽
  된 선정[邪定]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선정[正定]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니라.
  비구들이여, 이것을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과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라 하느니라. 모든 불 세존께서 늘 하시는 설법을 나는 이제 다 마쳤다. 너희들은 한가한 곳에서 지내고 나무 밑이나 한데 앉기를 즐거워하며, 훌륭한 법을 생각하고 닦으며 게으름을 피우지 말라. 지금 부지런히 행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이 없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비시(非時)·니리(泥犁)·도(道)와
   수륜천(須倫天)과 지동(地動)과
   대인팔념(大人八念)과 중(衆)과
   선남자시(善男子施)와 도(道)에 대해 설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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