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증일아함경 제38권

通達無我法者 2008. 1. 26. 14:54
[1035 / 1393] 쪽
  
증일아함경 제38권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43. 마혈천자문팔정품(馬血天子問八政品) ①
  [ 1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마혈천자(馬血天子)2)는 인적이 없는 때에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 때 천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땅 위를 걸어 이 세계 끝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제 세존께 여쭙니다. 걸어서 이 세계 끝까지 갈 수 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무슨 뜻으로 그렇게 묻는가?"
  천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옛날 언젠가 바가범천(婆伽梵天)3)에 갔었습니다. 그 때 그 범천은 제가 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 '잘 오셨소. 마혈천자여, 이곳은 무위(無爲)의 세계로서 태어남도 없고 늙음도 없고 병듦도 없고 죽음도 없으며,
  
  
1)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9권 1,307번째 소경인 「적마경(赤馬經)」과 『별역잡아함경』 제15권 305번째 소경이 있다.
2) 팔리어로 Rohitassa devaputta이고 적마천자(赤馬天子)라고도 한다.
3)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원·명 세 본에는 바가범천(婆伽梵天) 사가범천(娑伽梵天)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1036 / 1393] 쪽
  끝도 없고 시작도 없으며, 근심·걱정·괴로움·번민도 없소'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때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곳이 바로 열반의 세계인가? 왜냐 하면 열반에는 태어남·늙음·병듦·죽음과 근심·걱정·괴로움·번민이 없기 때문이다. 이곳이 세계의 끝인가? 만일 세계의 끝이라면 걸어서 세계 끝까지 갈 수 있는 것이구나.'"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어떤 신통을 가졌는가?"
  천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마치 활을 잘 쏘는 역사의 화살은 걸림 없이 날아가는 것처럼 지금 제 신통도 그와 같이 걸림이 없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활을 잘 쏘는 네 남자가 각각 사방을 향해 활을 쏠 때 어떤 사람이 와서 그 사방의 화살을 땅에 떨어지기 전에 거두어 잡으려 한다고 하자. 어떤가? 천자야, 그 화살을 땅에 닿지 않게 하는 그런 사람을 매우 빠르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천자야, 알아야 한다. 저 위의 해와 달 앞에는 첩보천자(捷步天子)4)가 있다. 그는 가고 오며 나아가고 그침이 저 사람의 민첩함을 능가한다. 그런데 해와 달의 궁전은 그보다 더 빠르다. 그러나 민첩한 그 사람과 첩보천자와 해와 달의 속도를 합친다 해도 삼십삼천(三十三天)의 빠른 속도만 못하고, 삼십삼천의 빠른 속도도 염천(豔天)의 속도만은 못하다. 이와 같이 모든 하늘이 가진 신통은 서로에게 미치지 못하느니라.
  설사 네가 저 하늘들과 같은 그런 신통한 힘을 가졌다 하더라도 1겁에서 또 1겁, 내지 1백 겁 동안 가더라도 세계의 끝까지 갈 수 없을 것이다. 왜냐 하면 세계의 영역은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니라.
  천자야, 알아야 한다. 나는 아주 먼 옛날에 선인(仙人)이었던 적이 있
  
  
4)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원·명 세 본에는 첩보천자(捷步天子) 건보천자(健步天子)로 되어 있다"고 한다.
[1037 / 1393] 쪽
  는데, 그 이름은 마혈(馬血)로 지금의 너와 같았다. 그 때 나는 애욕이 이미 다하여 아무 걸림도 없이 허공을 날아다녔다. 나는 그 때 신통력이 남달라 손가락을 퉁기는 사이에 사방의 화살을 땅에 닿기 전에 거둬 잡을 수 있었다. 이 때 나는 그런 신통을 가지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이 신통으로 세계 끝까지 갈 수 있을까?'
  그래서 세계를 걸어가 보았지만 그 영역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게 목숨을 마친 뒤에 덕을 늘리고 업을 닦아 깨달음[佛道]을 이루었고, 나무 밑에 단정히 앉아 옛날에 겪었던 일들을 사유하였다.
  '과거 선인이었을 때 그런 신덕(神德)으로도 그 방향의 끝에까지 갈 수 없었다. 어떤 신통력이라야 그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이 때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반드시 성현의 여덟 가지 지름길로 가야만 생사(生死)의 끝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성현의 여덟 가지 지름길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바른 소견·바른 다스림·바른 말·바른 업·바른 생활·바른 방편·바른 기억·바른 삼매니라.
  천자야, 알아야 한다. 이것을 현성의 8품도라 하며, 이것으로 세계의 끝까지 갈 수 있다. 세계를 벗어날 수 있었던 과거 항하수 모래알처럼 많은 부처님들께서도 모두 이 현성의 8품도로 세계 끝까지 갔고, 만일 미래에 여러 불세존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신다면 그들도 이 성현의 길로 세계 끝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걸어가는 방법으론 끝이 없으리.
  이 세계를 벗어날 수 있는 자
  세계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나니
  신통으로 갈 수 있는 것 아니네.
  
  범부들 부질없이 마음을 내어
  그 속에서 곧 미혹을 일으키며
  
[1038 / 1393] 쪽
  참되고 바른 법 분별하지 못하고는
  다섯 갈래 길을 돌고 도는구나.
  
  성현들의 저 8품도
  그것은 건너가는 배가 되나니
  모든 부처님 그 길을 닦아
  이 세계의 끝까지 갔었느니라.
  
  장차 세상에 나타나실 부처님
  저 미륵과 같은 그 부처님들
  또한 이 8품도로
  이 세계의 끝까지 가게 되리라.
  
  그러므로 만일 지혜로운 사람이
  성현의 이 8품도를 닦아
  밤이나 낮이나 익히고 행한다면
  저 무위의 땅에 이르게 되리라.
  
  그 때 마혈천자는 여래로부터 현성의 8품도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 자리에서 온갖 번뇌가 다해 법안이 깨끗해졌다. 천자는 곧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 때 천자는 바로 그 날 하늘나라의 갖가지 아름다운 꽃을 여래 위에 흩뿌리며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오랫동안 생사에 굴러다니며
  이 세계를 건너보려 하였지만
  현성의 8품도는
  알지도 또 보지도 못했네.
  
  이제 나는 진리를 보고
  
[1039 / 1393] 쪽
  또 8품도에 대해 들어
  그 끝까지 갈 수 있었으니
  모든 부처님께서 도달하신 곳이라네.
  
  그러자 세존께서는 그 천자의 말을 인정하셨다. 천자는 세존께서 인정하시는 것을 보고 곧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 때 천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성현의 팔관재법(八關齋法)5)에 대해 설명하리니,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해 기쁘게 받들어 행하라."
  그러자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팔관재법이란 무엇인가? 첫째는 생물을 죽이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주지 않는 것은 가지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음탕한 짓을 하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거짓말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요, 여섯째는 때를 지나서는 먹지 않는 것이며, 일곱째는 높고 넓은 평상에 앉지 않는 것이요, 여덟째는 풍류를 멀리하고 향이나 꽃으로 몸을 꾸미지 않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성현의 팔관재법이라 한다."
  이 때 우파리(優波離)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팔관재법은 어떻게 수행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우파리야, 선남자나 선여인이라면 8일·14일·15일에 사문 혹은 장로 비구에게 찾아가 제 이름을 일컫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한처럼 마음을 가져 흔들리지 않으며, 중생들에게 칼이나 몽둥이를 쓰지 않고 일체를 두루 사랑해야 한다.
  
  
5) 팔재계(八齋戒)·팔지포살(八支布薩)이라고도 한다.
[1040 / 1393] 쪽
  '저는 이제 재법(齋法)을 받들어 조금도 범하지 않겠습니다. 생물을 죽일 마음을 내지 않을 것이며, 저 진인(眞人)의 가르침을 익혀 도둑질하지 않고, 음탕한 짓을 하지 않으며, 거짓말을 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으며, 때를 지나서는 먹지 않고, 높고 넓은 평상에 앉지 않으며, 풍류를 즐기지도 향이나 꽃으로 몸을 꾸미지도 않겠습니다.'
  만일 지혜로운 자라면 이렇게 말하겠지만 가령 지혜가 없는 자거든 그들에게 이렇게 가르쳐주어야 한다. 또 그 비구는 그 하나하나를 지목해주어 차례에서 빠뜨리거나 건너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는 그들로 하여금 서원을 세우게 해야 하느니라."
  우파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떻게 서원을 세워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발원할 때 이렇게 해야 한다.
  '제가 이제 이 팔관재법으로 말미암아 지옥·아귀·축생에 떨어지지 않고, 또 여덟 가지 어려운 곳에 떨어지지도 않으며, 변두리에 태어나지도 않고, 흉한 곳에 떨어지지도 않으며, 나쁜 벗과 사귀지 않고, 올곧은 부모를 만나며, 삿된 소견을 익히지 않고, 중심국에 태어나며, 좋은 법을 들고 그것을 분별하고 사유하여 법과 법을 성취하게 하여지이다.
  이 재법의 공덕으로 모든 중생의 선법을 거두어 가지고, 이 공덕을 그들에게 베풀어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성취하게 하여지이다.
  이 서원의 복으로 3승을 성취하고 중간에 물러서지 않게 하여지이다.
  다시 이 팔관재법으로 부처님의 도·벽지불의 도·아라한의 도를 배우고, 모든 세계에서 바른 법을 배우는 이들도 이 업을 익히게 하여, 장래 미륵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실 때 그 여래·지진·등정각의 법회를 만나 곧바로 제도되게 하여지이다. '
  미륵께서 세상에 출현하실 때 성문들의 법회가 세 차례 있을 것이다. 첫 번째 법회 때에는 96억의 비구대중들이, 두 번째 법회 때에는 94억의 비구대중들이, 세 번째 법회 때에는 92억의 비구대중들이 모이는데, 그들은 다 아라한으로서 모든 번뇌가 이미 없어진 자들일 것이다. 또 그 나라의 왕과 그 나라의 스승들을 만나는데 그들도 이와 같은 가르침을 펴며
  
[1041 / 1393] 쪽
  빠뜨림이 없을 것이다."
  이 때 우파리가 세존께 아뢰었다.
  "선남자나 선여인이 팔관재를 지키더라도 서원을 세우지 않으면 왜 큰 공덕을 얻지 못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록 복을 얻기는 하나 그 복은 말할 것이 못 된다. 내가 이제 그 까닭을 설명하리라. 과거 세상에 보악(寶岳)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법으로 다스리며 아첨이나 왜곡됨이 없이 이 염부제(閻浮提) 경계를 통솔하였다. 그 때 부처님이 계셨으니, 보장(寶藏) 여래·지진·등정각·명행성위·선서·세간해·무상사·도법어·천인사·불중우라 불렸던 분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 왕에게는 모니(牟尼)라는 딸이 있었다. 그녀는 얼굴이 빼어나고 얼굴빛이 복숭아꽃 같았으니 그것은 전생에 여러 부처님을 공양한 결과였다.
  그 부처님께서도 세 번의 법회를 가졌는데, 첫 번째 법회에 참석한 성문은 1억 6만 8천 명이었고, 두 번째 법회에는 1억 6만 명, 세 번째 법회에는 1억 3만 명이 모였는데, 그들은 모두 번뇌가 이미 다한 아라한이었다.
  그 때 그 부처님은 제자들을 위해 이렇게 설법하셨다.
  '비구들이여, 항상 좌선하기를 생각해 게으르지 말고, 또 방편을 구해 경전과 계를 외우고 익혀라.'
  그 부처님의 시자는 만원(滿願)이었고 많이 들어 아는 것이 제일이었으니, 마치 많이 듣기로 제일인 지금의 아난 비구와 같았다.
  이 때 그 만원 비구는 보장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러 비구들은 모든 감각기관이 우둔하고 선정을 힘써 닦지 않으며 또 경전을 외우고 익히지도 않습니다. 이제 세존께서는 저들을 어떤 법에 두어 편안하게 하시겠습니까?'
  보장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모든 감각기관이 우둔하고 선정을 닦을 수 없는 비구가 있다면, 그는 세 가지 상인(上人)의 법을 닦아야 한다. 세 가지란 무엇인가? 이른
  
[1042 / 1393] 쪽
  바 좌선(坐禪)과 송경(誦經)과 대중의 일을 돕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 부처님께선 제자들을 위해 이러한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느니라.
  그 때 역시 선정 수행을 감당할 수 없었던 어떤 장로 비구가 있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너무 늙었고 또 선정을 닦을 수도 없으니, 서원을 세워 돕는 법을 행하리라.'
  그 장로 비구는 곧 야마성(野馬城)으로 들어가 등불과 기름을 구해 날마다 보장 여래께 공양하여 등불이 끊어지지 않게 하였다. 이 때 왕녀 모니는 그 장로 비구가 거리를 다니며 구걸하는 것을 보고 그 비구에게 물었다.
  '비구께선 지금 무엇을 구하십니까?'
  비구가 대답하였다.
  '성녀(聖女)여, 아십시오. 저는 이제 너무 늙어 선정을 닦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기름을 구걸해 부처님께 공양하여 광명을 이어가려는 것입니다.'
  그 여자는 부처님이라는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 어쩔 줄 몰라하며 장로 비구에게 아뢰었다.
  '비구여, 당신은 지금부터 다른 곳에서 구걸하지 마십시오. 당신께서 보시할 기름과 등불을 제가 모두 대어 드리겠습니다.'
  이 때 장로 비구는 그 여자의 보시를 받아 날마다 기름을 보장 여래께 공양하고 그 공덕과 복업을 가지고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에 보시하면서 입으론 이렇게 연설하였다.
  '나는 이미 늙었고 또 근기가 우둔해 선정을 닦을 만한 지혜가 없다. 그러므로 이 공덕의 업으로 말미암아 태어날 때마다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으며, 미래 세상에선 지금의 보장 여래와 똑같은 성인을 만나고 또 지금의 성중(聖衆)과 똑같은 성중을 만나며 또 그 설법도 지금과 똑같아지이다.'
  그 때 보장 여래는 그 비구의 마음 속 생각을 아시고 곧 웃으며 입에서 다섯 가지 색의 광명을 내시면서 말씀하셨다.
  
[1043 / 1393] 쪽
  '비구야, 너는 장차 무수한 아승기겁이 지난 뒤에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니 그 이름은 등광(燈光) 여래·지진·등정각이니라.'
  이 때 장로 비구는 뛸 듯이 기뻐하며 어쩔 줄 몰라하였고, 몸과 마음이 견고해져 뜻이 물러서지 않았으며 보통 때와 달리 얼굴빛이 빼어났다.
  이 때 모니라는 여자는 그 비구의 얼굴빛이 보통 때와 다른 것을 보고 곧 나아가 물었다.
  '비구여, 오늘은 얼굴빛이 너무도 빼어나신 게 보통 때와 다릅니다. 어떤 뜻을 얻은 까닭입니까?'
  비구가 대답하였다.
  '왕녀여, 아십시오. 얼마 전 여래께서는 제게 감로를 부어주셨습니다.'
  모니가 물었다.
  '여래께서 어떻게 감로를 부어주셨습니까?'
  비구가 대답하였다.
  '저는 보장 여래의 수기[授決]6)를 받았습니다. 여래께선 (장차 무수한 아승기겁이 지난 뒤에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니, 그 이름은 등광(燈光) 여래·지진·등정각이니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몸과 마음이 견고해져 뜻이 물러서지 않게 되었습니다. 왕녀여, 이와 같이 저는 여래의 수결을 받았습니다.'
  '그 부처님께서는 혹 저에게도 수기하셨습니까?'
  '그대에게 수기하셨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 때 왕녀는 비구의 말을 듣고 곧 보배스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타고 보장 여래께 찾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왕녀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바로 단월 시주로서 필요한 기름을 항상 공급해드린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금 세존께서는 저 비구에겐 수기하시고 저만 수기하지 않으셨습니다.'
  보장 여래께서 말씀하셨다.
  '마음을 내어 원을 세우기만 해도 그 복이 한량없거늘 하물며 재물로 보시함이겠느냐?'
  
  
6) 팔리어로는 veyy kara a이고 수기(授記)·수별(授莂)·기별(記別)이라고도 한다.
[1044 / 1393] 쪽
  모니라는 여자는 대답하였다.
  '만일 여래께서 저에게 수기하지 않으신다면 저는 스스로 목숨을 끊겠습니다.'
  보장 여래께서는 말씀하셨다.
  '여자의 몸으로는 전륜성왕이 되려 하여도 결코 그리될 수 없고, 제석이 되려 하여도 또한 그리될 수 없으며, 범천왕이 되려 하여도 그리될 수 없고, 마왕이 되려 하여도 그리될 수 없으며, 여래가 되려 하여도 그리될 수 없느니라.'
  '그러면 저는 정녕 위없는 도를 이룰 수 없는 겁니까?"
  '될 수 있다. 모니 여인아, 너는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왕녀야, 알아야 한다. 무수한 아승기겁 뒤에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실 것이니, 그 분이 너의 선지식이다. 그 부처님께서 너에게 수기하실 것이다.'
  왕녀가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보시를 받은 이는 청정한데 주는 이가 탁했던 것입니까?'
  보장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말하는 것은 마음이 청정하고 발원이 견고함을 말한 것이다.'
  이 때 왕녀는 말을 마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는 물러갔느니라.
  우파리야, 알아야 한다. 그 후 무수한 아승기겁 뒤에 등광(燈光)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여 발두마대국(鉢頭摩大國)에서 대비구들 16만 8천 명과 함께 계셨고, 국왕과 인민들은 모두 찾아와 받들어 섬겼느니라.
  그 때 그 나라에는 제파연나(提波延那)라는 왕이 있어 법으로 다스리면서 이 염부(閻浮) 땅을 통솔하였다. 그 왕은 부처님과 비구스님을 청해 음식을 공양하였고, 이 때 등광 여래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비구들을 데리고 성으로 들어가셨다.
  그 때 미륵(彌勒)이라는 범지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는 무리에서 홀로 두드러지게 얼굴이 단정하고 모습이 범천과 같았으며, 모든 경전을 통달해 두루 익히지 않은 것이 없고 온갖 글과 주술을 모두 밝게 알았으며,
  
 
[1045 / 1393] 쪽
  천문 지리도 모르는 것이 없었다.
  그 범지는, 세상에서 기이하게 여길 만큼 얼굴이 빼어나고 모든 감각기관은 고요히 안정되었으며 32상과 80종호로 그 몸을 장엄한 등광 여래께서 오시는 모습을 멀리서 뵙고, 곧 기뻐하는 뜻과 착한 마음이 생겨 이렇게 생각하였다.
  '책의 기록에 따르면 여래께서 출현하시는 일은 매우 만나기 어려우니, 우발화(優鉢華)가 모처럼 피어나듯 아주 드물게 출현하신다고 한다. 그러니 나는 이제 가서 시험해 보리라.'
  이 때 범지는 손에 다섯 송이의 꽃을 들고 세존께 나아가다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32상(相)을 가진 자라야 깨달은 자이다.'
  그는 곧 다섯 송이 꽃을 여래 위에 흩뿌리고 32상을 찾아보았지만 30상만 보이고 2상은 보이질 않았다. 그는 곧 '지금 세존을 살펴보니 광장설상(廣長舌相)과 음마장상(陰馬藏相)이 보이지 않는구나'고 의심하고는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듣기로는 서른 두 가지
  대인상(大人相)이 있다고 하던데
  이제 두 가지가 보이지 않으니
  그 상호 온전히 갖추고 계십니까?
  
  과연 정결하고 음탕하지 않은
  음마장을 갖추고 계십니까?
  귀를 핥고 얼굴을 덮는
  광장설을 갖추고 계십니까?
  
  저를 위해 그 모습을 나타내어
  의심의 모든 결박 끊어주소서.
  음마장과 광장설상
  그것을 꼭 보고 싶습니다.
  
[1046 / 1393] 쪽
  이 때 등광 부처님께선 곧 삼매에 들어 그 범지로 하여금 2상(相)을 보게 하셨다. 등광 부처님께서는 다시 넓고 긴 혀를 내밀어 양쪽 귀를 핥고 큰 광명을 놓았다가 정수리로 다시 들어가게 하셨다. 그 범지는 여래께서 32상을 완전히 갖추신 것을 보고는 뛸 듯이 기뻐하고 어쩔 줄 몰라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잘 관찰하소서. 저는 이제 이 다섯 송이 꽃을 여래께 올립니다. 또 이 몸을 성스러운 존자께 공양하겠습니다.'
  이렇게 서원을 세웠을 때 그 다섯 송이 꽃은 공중에서 너무도 기묘하고 네 기둥에 네 문이 있는 보대(寶臺)로 변화하였다. 그는 이 교로대(交露臺)를 보고 뛸 듯이 기뻐하고 어쩔 줄 몰라하며 이런 서원을 세웠다.
  '제가 미래에 부처가 된다면 등광 부처님처럼 되고, 뒤를 따르는 제자들도 모두 이와 같아지이다.'
  이 때 등광 부처님께서는 그 범지의 마음 속 생각을 아시고 곧 웃으셨다. 수기할 때 세존께서 웃으시면 입에서 다섯 가지 광명이 나와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는 것은 모든 불 세존께 늘 있는 법이다. 그 때도 광명이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어 해와 달이 빛을 잃게 한 뒤에 정수리로 도로 들어갔다.
  만일 여래가 되리라고 수기하실 때라면 광명은 정수리로 들어가고, 벽지불로 수기하실 때에는 광명이 입에서 나와 귀로 들어가며, 성문으로 수기하실 때에는 광명이 어깨 위로 들어가고, 천상에 태어나리라고 수기하실 때에는 광명이 팔 속으로 들어가며, 인간으로 태어나리라고 수기하실 때에는 광명이 양 옆구리로 들어가고, 아귀로 태어나리라고 수기하실 때에는 광명이 겨드랑이로 들어가며, 축생으로 태어나리라고 수기하실 때에는 광명이 무릎으로 들어가고, 지옥에 태어나리라고 수기하실 때에는 광명이 다리 밑으로 들어간다. 그 때 범지는 광명이 정수리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뛸 듯이 기뻐하며 어쩔 줄 몰라하고는 곧 머리를 풀어 땅에 펴고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여래께서 저에게 수기하지 않으신다면 저는 이 자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모든 감각기관을 그대로 두지 않겠습니다.'
  이 때 등광 부처님께서는 그 범지의 마음 속 생각을 알고 곧 이렇게 말
  
[1047 / 1393] 쪽
  씀하셨다.
  '너는 빨리 일어나라. 너는 미래 세상에서 부처가 되어 이름을 석가문(釋迦文) 여래·지진·등정각이라 할 것이다.'
  이 때 그 마납(摩納)은 부처님의 수기를 듣고 마음으로 뛸 듯이 기뻐하며 어쩔 줄 몰라하였다. 그는 곧 그 자리에서 변현삼매(遍現三昧)를 얻어 허공으로 솟아올라 땅에서 일곱 길쯤 떨어진 곳에서 등광 여래를 향해 합장하였다.
  우파리야, 너는 달리 생각지 말라. 보장 여래 때의 장로 비구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등광 여래가 바로 그 사람이니라. 또 그 때의 왕녀 모니는 바로 지금의 나이다. 그 때 보장 여래께서 나에게 석가문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셨느니라.7)나는 이제 이런 인연으로 이 팔관재법을 설한 것이다. 마땅히 서원을 세워야 하나니 원을 세우지 않으면 과보도 없느니라. 왜냐 하면 그 여자도 그런 서원을 세웠기 때문에 바로 그 겁에 소원을 성취한 것이고, 만일 그 장로 비구가 서원을 세우지 않았더라면 끝끝내 불도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원의 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으니 감로 같은 열반의 경지에 이르게 하느니라. 우파리야,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나는 이제 이런 인연으로 이 팔관재법을 설한 것이다. 마땅히 서원을 세워야 하나니 원을 세우지 않으면 과보도 없느니라. 왜냐 하면 그 여자도 그런 서원을 세웠기 때문에 바로 그 겁에 소원을 성취한 것이고, 만일 그 장로 비구가 서원을 세우지 않았더라면 끝끝내 불도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원의 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으니 감로 같은 열반의 경지에 이르게 하느니라. 우파리야,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우파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8)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갈국(摩竭國)에 계시면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천천히 강가로 가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강 한가운데 큰 목재가 떠내려가는 것을 보시고 곧 강가의 어느 나무 밑에 앉으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7) 경의 앞부분에서는 등광불(燈光佛)이 미륵범지(彌勒梵志)에게 석가문불(釋迦文佛)이 되리라고 수기한 것으로 되어 있다. 경의 내용으로 보아 보장여래 때의 왕녀 모니가 등광여래 때 미륵범지가 되었고, 미륵범지가 석가모니불이 된 것으로 유추된다.
8)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3권 1,174번째 소경인 「유수경(流樹經)」이 있다.
[1048 / 1393] 쪽
  "너희들은 물에 떠내려가는 저 나무가 보이느냐?"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보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저 나무가 이쪽 언덕에도 닿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닿지 않으며, 중간에서 가라앉지도 않고 또 언덕 위에 있지도 않으며, 사람에게 잡히지도 않고 사람 아닌 것에게 붙잡히지도 않으며, 물에서 빙빙 돌지도 않고 또 썩지도 않는다면, 저것은 차츰 바다에 이르게 될 것이다. 왜냐 하면 바다는 모든 강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너희 비구들도 그와 같아서 만일 이쪽 언덕에 닿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닿지 않으며, 중간에서 가라앉지도 않고 언덕 위에 있지도 않으며, 사람이나 사람이 아닌 것에게 붙잡히지도 않고 물에서 빙빙 돌지도 않으며 또 썩지도 않는다면, 그는 차츰 열반에 이르게 될 것이다.
  왜냐 하면 열반이란 바른 소견·바른 다스림·바른 말·바른 업·바른 생활·바른 방편·바른 기억·바른 선정으로서, 이것이 열반의 근본이기 때문이니라."
  그 때 난다(難陀)라는 목동이 지팡이를 짚고 서 있었다. 그 목동은 이런 말씀을 멀리서 듣고 천천히 세존께 나아가 섰다. 그 때 목동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 역시 이쪽 언덕에도 닿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닿지 않으며, 중간에서 가라앉지도 않고 언덕 위에 있지도 않으며, 사람에게 붙잡히지도 않고 사람 아닌 것에게 붙잡히지도 않으며, 물에서 빙빙 돌지도 않고 또 썩지 않는다면, 차츰 열반의 경지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도 안에 있도록 허락하시어 사문이 되게 하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그 소를 주인에게 돌려준 뒤에야 사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목동 난다는 아뢰었다.
  "이 소는 송아지를 그리워하는 생각에 스스로 집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도 안에 있도록 허락하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1049 / 1393] 쪽
  "이 소가 알아서 제 집을 찾아가겠지만 그래도 너는 꼭 직접 가서 돌려주어야 하느니라."
  이 때 목동은 그 분부를 받고 직접 가서 소를 돌려준 뒤에 부처님께 돌아와 세존께 아뢰었다.
  "이제 소는 돌려주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하소서."
  그러자 여래께서는 곧 그가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하시고, 구족계를 주셨다. 그 때 다른 어떤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이쪽 언덕이란 무엇이고, 저쪽 언덕이란 무엇이며, 중간에서 가라앉는다는 것은 무엇이고, 언덕 위에 있다는 것은 무엇이며, 사람에게 붙잡히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이고, 사람 아닌 것에게 붙잡히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이며, 물에서 빙빙 돈다는 것은 무엇이고, 썩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쪽 언덕이란 몸이요, 저쪽 언덕이란 몸이 소멸한 것이며, 중간에서 가라앉는다는 것은 욕망과 애욕이요, 언덕 위에 있다는 것은 다섯 가지 욕망이다. 사람에게 붙잡힌다는 것은 어떤 족성자가 '이 공덕과 복으로 국왕이나 대신이 되어지이다'라고 서원을 세우는 것이요, 사람 아닌 것에게 붙잡힌다는 것은 어떤 비구가 '사천왕의 세계나 다른 여러 하늘나라에 태어나 범행을 닦게 하소서. 이제 이 공덕으로 여러 하늘나라에 태어나리라'라고 서원을 세우는 것이니, 이것을 사람 아닌 것에게 붙잡힌다는 것이니라. 물에서 빙빙 돈다는 것은 바로 삿된 의심이요, 썩는다는 것은 삿된 소견·삿된 다스림·삿된 말·삿된 업·삿된 생활·삿된 방편·삿된 기억·삿된 선정이니 이것이 바로 썩는다는 것이다."
  이 때 난다 비구는 한적한 곳에서 지내며 스스로 애써 수행하였다. 그리하여 족성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목적인 위없는 범행을 닦아,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게 되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 난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050 / 1393] 쪽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의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제바달두(提婆達兜)는 이미 신통을 잃었는데 아사세(阿闍世) 태자가 날마다 5백 가마의 밥을 보내 그를 공양하고 있었다. 이 때 많은 비구 대중들은 제바달두가 이미 신통을 잃었는데 아사세 태자의 공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서로를 이끌고 부처님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이 때 많은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바달두는 너무도 큰 위력을 가졌습니다. 지금 아사세왕의 공양을 받고 있는데 날마다 5백 가마의 밥을 보내고 있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이 말을 듣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제바달두 비구가 누리고 있는 이익을 탐내는 그런 마음을 가지지 말라. 저 어리석은 자는 그 이익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멸망할 것이다. 왜냐 하면 비구들이여, 제바달두는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으로서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마치 어떤 사람이 그 마을을 벗어나 날이 선 도끼를 들고 큰 나무를 찾아 나섰을 때, 원래 바랬던 것은 큰 나무였는데 정작 그 나무에 가서는 가지와 잎사귀만 가지고 돌아오는 것과 같다. 지금 저 비구도 그와 같아서 이익을 탐하고 집착한다. 그는 그 이익으로 말미암아 남들에게 자신을 뽐내고 남들을 비방하고 있으니 비구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그는 그 이익으로 말미암아 방편을 구해 용맹스런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니, 마치 보배를 원하고도 얻지 못하는 사람과 같아 지혜로운 이들의 버림을 받게 될 것이다.
  설령 어떤 비구가 이익을 얻은 뒤에 스스로 자랑하지 않고 또 남을 비방하지도 않지만, 때로 남들에게 '나는 계를 지키는 사람이요, 저 자는 계를 범한 사람이다'라고 스스로 일컫는다면, 그는 비구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마치 어떤 사람이 줄기[根]9)는 버리고 가지만 들고 집으
  
  
9) 팔리본에는 s ra로 되어 있다. 이는 목재가 되는 나무의 심 부분을 말한다. 따라서 경의 내용에 맞추어 줄기로 번역하였다.
[1051 / 1393] 쪽
  로 돌아오는 것과 같으니, 지혜로운 사람이 본다면 '저 사람이 가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줄기는 모르는구나'라고 할 것이다.
  여기 있는 비구들 또한 마찬가지이니, 이익을 얻고 계율을 받들어 지키며 아울러 범행을 닦고 삼매를 닦기 좋아한다 하더라도 그가 그런 삼매에 든 마음이라 하여 남들에게 '나는 지금 선정을 얻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선정이 없다'고 스스로 자랑한다면, 그는 비구로서 행해야 할 법에 있어서 그 결과를 얻지 못한다.
  마치 어떤 사람이 그 재목을 구해 큰 나무가 있는 곳을 찾아가 재목감을 보고는 가지와 잎사귀를 버리고 그 줄기를 가지고 돌아가는 것과 같으니, 지혜로운 사람이 이것을 본다면 '저 사람은 줄기를 아는구나'라고 말할 것이다. 지금 여기 있는 비구들 또한 그와 같이 이익을 불러일으키고 계율을 받들어 지키며 스스로 자랑하지 않고 남을 비방하지도 않으며, 삼매를 닦는 것도 그렇게 하며 차근차근 지혜를 행하라. 지혜가 이 법에서 가장 으뜸가는 것이니라.
  그러나 저 제바달두 비구는 이 법에서 지혜와 삼매를 끝내 얻지 못할 것이고, 또 계율의 법도 온전히 갖추지 못하였느니라."
  어떤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어찌하여 저 제바달두를 계율의 법을 모르는 자라 하십니까? 그는 신묘한 덕을 가지고 있고 온갖 행을 성취하였습니다. 이런 지혜가 있는데 왜 계율의 법을 모른다 하십니까? 지혜가 있으면 삼매가 있고 삼매가 있으면 계율이 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계율이란 법은 세속의 예사로운 법이요, 삼매의 성취도 세속의 예사로운 법이며, 신통으로 날아다니는 것도 세속의 예사로운 법이다. 그러나 지혜의 성취는 가장 으뜸가는 진리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선정으로 말미암아 신통을 얻어
  위로 간다 해도 끝까지 가진 못하네.
  무위의 경지 얻지 못하면
  
[1052 / 1393] 쪽
  다시 5욕(欲) 속에 떨어지리라.
  
  저 지혜가 가장 으뜸이라
  근심도 없고 걱정도 없네.
  결국 끝에는 평등한 견해 얻어
  나고 죽는 이 몸을 끊어버리리.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제바달두는 계율의 법을 알지 못하고 지혜와 삼매의 행도 알지 못한다고 한 것이니라. 너희 비구들은 저 제바달두처럼 이익을 탐내고 집착하지 말라. 대개 이익이란 사람을 나쁜 곳에 떨어뜨려 좋은 곳으로 가지 못하게 하느니라.
  만일 이익에 집착한다면 곧 삿된 소견을 익혀 바른 소견에서 떠나고, 삿된 다스림을 익혀 바른 다스림에서 떠나며, 삿된 말을 익혀 바른 말에서 떠나고, 삿된 업을 익혀 바른 업에서 떠나며, 삿된 생활을 익혀 바른 생활에서 떠나고, 삿된 방편을 익혀 바른 방편에서 떠나며, 삿된 기억을 익혀 바른 기억에서 떠나고, 삿된 선정을 익혀 바른 선정에서 떠나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이익을 얻으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억눌러 일어나지 못하도록 하며, 이익을 얻으려는 마음이 이미 일어났거든 방편을 구해 그것을 없애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이 미묘한 법을 연설하셨을 때 60여명의 비구는 법복을 벗어버리고 속인으로 돌아갔으며, 60여명의 비구는 번뇌가 다하고 뜻이 열려 온갖 티끌과 때가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해졌다.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10)
  이와 같이 들었다.
  
  
10)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54권 200번째 소경인 「아리타경(阿梨吒經)」이 있다.
[1053 / 1393] 쪽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뗏목의 비유를 말하리니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해 명심하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뗏목의 비유란 무엇인가? 너희들은 혹 길을 가다가 도적에게 사로잡히더라도 마음을 바로 가져 미워하는 생각을 내지 말고, 자애로운 마음[慈心]·불쌍히 여기는 마음[悲心]·기뻐하는 마음[喜心]·평정한 마음[護心]을 일으켜 모든 방위를 두루 채워 한량이 없고 헤아릴 수 없게 하라.
  땅과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하나니, 이 땅은 깨끗한 것도 받아들이고 더러운 것도 받아들여 똥과 오줌처럼 더러운 것도 모두 다 받아들이지만, 땅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이것은 좋고 이것은 더럽다'고 말하지 않는다. 너희들의 이와 같이 행동해야 하나니, 설사 도적에게 사로잡히더라도 나쁜 생각을 내거나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말라.
  땅과 마찬가지로 또한 물·불·바람처럼 나쁜 것도 받아들이고 좋은 것도 받아들이며 조금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말고, 자애로운 마음·불쌍히 여기는 마음·기뻐하는 마음·평정한 마음을 일으켜 일체 중생을 대해야 하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좋은 법조차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나쁜 법을 익혀서야 되겠는가?
  마치 어떤 사람이 무섭고 험난한 곳을 당해 그 위험한 곳을 벗어나 안온한 곳에 이르려고 생각대로 이리저리 내달리며 편안한 곳을 찾는 것과 같다. 이 때 그는 매우 깊고 넓은 큰 강을 만났는데 저쪽 언덕으로 건너갈 수 있는 다리나 배가 없었다. 그리고 그가 서 있는 곳은 너무도 두렵고 험난하였지만 저쪽 언덕은 무사 태평하였다.
  그 때 그 사람은 방법을 강구하였다.
  '이 강물은 너무도 깊고 넓다. 이제 나무와 풀잎을 주워 모아 뗏목을 만들어 건너가자. 뗏목을 의지하면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1054 / 1393] 쪽
  그는 곧 나무와 풀잎을 모아 뗏목을 만들어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건너갔다. 그는 저쪽 언덕에 이르러 다시 생각하였다.
  '이 뗏목은 내게 많은 이익을 주었다. 이 뗏목 덕택에 재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무서운 곳에서 편안한 곳으로 올 수 있었다. 나는 이제 이 뗏목을 버리지 않고 가지고 다니면서 쓰리라.'
  어떤가? 비구들이여, 그 사람은 과연 이른 곳에서 그 뗏목을 스스로 쓸 수 있겠느냐?"
  비구들이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 사람의 소원이 이미 이루어졌는데 그 뗏목을 다시 어디 쓰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좋은 법조차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나쁜 법이겠는가?"
  그 때 어떤 비구는 아뢰었다.
  "어찌하여 '법조차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나쁜 법이겠느냐?'라고 말씀하십니까? 저희들은 법으로 말미암아 도를 배우지 않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교만(憍慢)을 의지하여 교만(憍慢)·만만(慢慢)·증상만(增上慢)·자만(自慢)·사견만(邪見慢)·만중만(慢中慢)·증상만(增上慢)을 없애는 것이다. 즉 교만이 없음으로써 만만(慢慢)을 없애고, 무만(無慢)·정만(正慢)을 없애며 사만(邪慢)과 증상만(增上慢)을 없애어 네 가지 만(慢)을 모두 없애느니라.
  나는 옛날 아직 불도를 이루기 전이었을 때 나무 밑에 앉아 이렇게 생각했었다.
  '이 욕계(欲界)에서 누가 가장 세력이 있고 귀한가? 내 그들을 항복 받으리라. 그러면 이 욕계의 하늘과 사람들은 모두 항복하리라.'
  이 때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악마 파순(波旬)이 있다고 들었다. 나는 그와 싸우리라. 그 파순을 항복 받으면 세력이 있고 귀한 모든 교만한 하늘들도 다들 항복하리라.'
  비구들아, 나는 그 때 그 자리에서 웃었다. 그래서 그 악마 파순의 경계를 모두 진동시켰더니 허공에서 게송을 읊는 소리가 들렸다."
  
 
[1055 / 1393] 쪽
  참되고 깨끗한 왕의 법을 버리고
  출가하여 감로법을 배웠으니
  저자가 만일 서원을 크게 세운다면
  이 3악도를 텅텅 비우리라.
  
  내 이제 군사들을 모아
  사문의 얼굴을 살펴보고 있나니
  만일 내 생각을 따르지 않는다면
  다리를 잡아 바다 밖으로 던져버리리라.
 

'經典 >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증일아함경 제40권  (0) 2008.01.26
증일아함경 제39권  (0) 2008.01.26
증일아함경 제37권  (0) 2008.01.26
증일아함경 제36권  (0) 2008.01.26
증일아함경 제35권  (0) 2008.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