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증일아함경 제43권

通達無我法者 2008. 1. 26. 15:04
[1153 / 1393] 쪽
  
증일아함경 제43권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47. 선악품(善惡品)
  [ 1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중생이 열 가지 법을 행하면 곧 천상에 태어날 것이요, 또 열 가지 법을 행하면 곧 나쁜 세계에 태어날 것이며, 또 열 가지 법을 행하면 열반 세계에 들어갈 것이다.
  어떤 열 가지 법을 행하면 나쁜 세계에 태어나는가? 이에 어떤 사람은 생물을 죽이고, 도둑질하며, 음탕한 짓을 하고, 거짓말을 하며, 꾸미는 말을 하고, 나쁜 말을 하며, 이간질하는 말로 이 사람과 저 사람을 싸우게 하고, 질투하며, 성내고, 삿된 소견을 일으킨다. 이것이 열 가지 법이니, 그 어떤 중생이 이 열 가지 법을 행한다면 그는 나쁜 세계에 들어갈 것이니라.
  어떤 열 가지 법을 수행하면 천상에 태어나는가? 이에 어떤 사람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탕한 짓을 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으며, 꾸미는 말을 하지 않고, 나쁜 말을 하지 않으며, 이간질하는 말로 이 사람과 저 사람을 싸우게 하지 않고, 질투하지 않으며, 성내지 않고, 삿된 소견을 일으키지 않는다. 만일 어떤 사람이 이 열 가지 법을 행한다면 그는 곧 천상에 태
  
  
1)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7권 1,056번째 소경인 「십법경(十法經)」②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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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날 것이니라.
  어떤 열 가지 법을 행하면 열반에 이르게 되는가? 이른바 열 가지 생각이니, 부처님을 생각하고, 법을 생각하며, 비구스님을 생각하고, 하늘을 생각하며, 계율을 생각하고, 보시를 생각하며, 휴식을 생각하고, 호흡을 생각하며, 몸을 생각하고,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열 가지 법을 수행하면 열반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하늘과 나쁜 세계에 태어나게 하는 것들은 마땅히 버리고 여의겠다고 생각하고, 열반에 이르게 하는 그 열 가지 법은 잘 닦고 받들어 행하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열 가지 악의 근본으로 말미암아 바깥의 물건들도 줄어들고 없어지거늘 하물며 안의 법이겠는가?
  어떤 것을 열 가지 악이라고 하는가? 말하자면 살생·도둑질·음행·거짓말·꾸미는 말·나쁜 말·이자 저자를 싸움 붙이는 이간질하는 말·질투·성냄·삿된 소견을 마음에 품는 것이니라.
  살생의 과보로 말미암아 중생의 수명이 매우 짧고, 도둑질의 과보로 말미암아 중생이 태어나자 곧 비천하게 되며, 음행의 과보로 말미암아 중생의 가문이 순결하지 않고, 거짓말의 과보로 말미암아 중생의 입에서 냄새가 나고 깨끗하지 않으며, 꾸미는 말의 과보로 말미암아 땅이 평평하지 않게 되고, 이간질하는 말의 과보로 말미암아 대지에서 가시가 자라며, 나쁜 말의 과보로 말미암아 여러 종류의 언어가 있게 되고, 질투의 과보로 말미암아 곡식이 풍성하지 않게 되며, 성냄의 과보로 말미암아 온갖 더러운 물건이 많아지고, 삿된 소견의 과보로 말미암아 여덟 가지 큰 지옥이 저절로 생기느니라.
  이 열 가지 악의 과보로 말미암아 모든 바깥의 물건도 줄어들고 없어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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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하물며 안의 물건이겠는가?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마땅히 열 가지 나쁜 법은 버리고 열 가지 좋은 법은 닦아 행할 것을 생각하라'고 하는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파사닉왕이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여래께서 '내게 보시하면 복을 많이 얻고 다른 이에게 보시하면 복을 적게 얻는다. 내 제자에게 보시하고 다른 이에게는 보시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혹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면 그것은 여래를 헐뜯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오직 내게만 보시하고 남에게는 보시하지 말라'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왕이여, 아십시오. 나는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만일 비구가 발우에 남은 음식이 있을 때, 물에 던져 벌레들이 그것을 먹게 해도 오히려 복을 받겠거늘, 하물며 사람에게 보시하는데 복을 받지 않겠는가?'
  대왕이여, 나는 다만 이렇게 말했습니다.
  '계율을 지키는 이에게 보시하는 것은 계율을 범하는 이에게 보시하는 것보다 그 복이 더 많다.'"
  그 때 파사닉왕이 앞으로 나아와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계율을 지키는 이에게 보시하는 것은 계율을 범하는 이에게 보시하는 것보다 그 복이 배나 많을 것입니다."
  왕은 다시 아뢰었다.
  "니건자는 제게 와서 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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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문 구담은 환술(幻術)을 알아 세상 사람들을 빙빙 돌릴 수 있다.'
  세존이시여, 이 말이 사실입니까, 아닙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조금 전 말씀하신 것처럼 나는 환술을 가지고 있어 세상 사람들을 빙빙 돌릴 수 있습니다."
  왕은 아뢰었다.
  "어떤 것이 빙빙 돌리는 환술입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살생하는 이는 그 죄가 헤아리기 어렵지만 살생하지 않는 이는 받는 복이 한량이 없습니다. 도둑질을 하는 이는 받는 죄가 한량이 없지만 도둑질하지 않는 이는 받는 복이 한량이 없습니다. 음탕한 짓을 하는 이는 받는 죄가 한량이 없지만 음탕한 짓을 하지 않는 이는 받는 복이 한량이 없습니다. 삿된 소견을 가진 이는 받는 죄가 한량이 없지만 바른 소견을 가진 이는 받는 복이 한량이 없습니다. 내가 아는 환법(幻法)이란 바로 이것을 말합니다."
  왕은 아뢰었다.
  "만일 세상 사람이나 악마나 혹은 악마의 하늘 등, 형상이 있는 중생들이 이 환술을 깊이 안다면 그들은 큰 행복을 얻을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저 외도 이학들이 내 나라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세존의 사부대중께서 늘 저의 궁중에 머무르시길 청합니다. 필요한 것들을 공양하겠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런 말 마십시오. 왜냐 하면 축생들에게 보시하여도 오히려 그 복을 받고 계율을 범하는 이에게 보시하여도 그 복을 받습니다. 더구나 계율을 지키는 이에게 보시한다면 그 복은 한량이 없을 것입니다.
  외도 선인들에게 보시하면 1억의 복을 받고, 수다원·사다함·아나함·아라한·벽지불 및 부처님에게 보시하면 그 복은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왕께선 마땅히 마음을 내어 미래·과거의 여러 부처님과 그 성문 제자들을 공양하도록 하십시오. 대왕이시여, 꼭 이와 같이 공부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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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은 식사를 마치고 모두 보회강당(普會講堂)에 모여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즉 의복·장식·음식에 관한 이야기, 이웃나라·도적·싸움에 관한 이야기, 술·음행·다섯 가지 욕망에 관한 이야기, 노래·춤·놀이·풍류에 관한 이야기 등,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들이 한량없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천이(天耳)로 비구들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시고 곧 보회강당으로 가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여기 모여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저희들은 여기 모여 이러이러한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비구들아. 그따위 이야기들은 그만 두라. 왜냐 하면 그런 이야기는 아무 의미도 없고 또 선한 법으로 나아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로는 범행을 닦을 수 없고, 번뇌가 완전히 사라진 열반을 얻을 수 없으며, 사문의 평등한 길도 얻을 수 없느니라.
  그것은 모두 세속 이야기로서 바른 길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너희들은 이미 세속을 떠나 도를 닦고 있다. 그러므로 행을 무너뜨리는 그런 이야기를 생각할 것이 아니니라.
  만일 너희들이 이야기하고 싶거든 열 가지 법의 공덕을 이야기하라. 열 가지란 어떤 것인가? 정근하는 비구로서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며, 용맹스런 마음이 있고, 많이 들어 남을 위해 설법하며, 두려움이 없고, 계율을 완전히 갖추며, 삼매를 성취하고, 지혜를 성취하며, 해탈을 성취하고, 해탈한 지혜를 성취하는 것이다.
  만일 너희들이 이야기하고 싶으면 이 열 가지 일을 이야기해야 한다. 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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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면 그것은 일체를 윤택하게 하고, 이익 되는 바가 많으며, 범행을 닦을 닦게 하고, 번뇌가 완전히 사라진 함이 없는 곳에 이르게 하며, 열반의 요긴한 길이기 때문이니라.
  너희들은 이제 족성자로서 이미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다. 그러므로 이 열 가지를 사유해야 하느니라. 그런 논의는 바른 법의 논의로서 나쁜 세계를 떠나게 하느니라.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이 모두 보회강당에 모여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지금 사위성에는 곡식이 귀해 구걸하여도 얻기 어렵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시기를, (사람의 몸은 음식을 의지해야 보존할 수 있고, 4대는 마음이 생각하는 법을 의지하며, 법은 선의 근본을 의지한다)고 하셨다.
  우리는 길을 나누어 따로따로 행걸(行乞)하자. 그래서 행걸하는 사람이 아름다운 여자를 보고 너무도 묘한 접촉을 하게 되며, 또 의복·음식·침구·병에 맞는 의약품 등을 얻게 된다면 좋지 않겠는가?'
  그 때 세존께서는 청정하여 흐림이 없는 천이(天耳)로 멀리서 비구들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시고, 곧 보회강당으로 가 대중 가운데 앉아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여기 모여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저희들은 '사위성은 걸식하러 다녀도 얻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길을 나누어 한 사람씩 차례로 걸식을 하러 가자. 그러면 때로 아름다운 여자의 좋은 옷도 볼 수 있고, 또 의복·음식·침구·병에 맞는 의약품 등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희들은 바로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걸식을 행하는 비구가 의복·음식·침구·병에 맞는 의약품 등 네 가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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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을 받고 또 빛깔·소리·냄새·맛·감촉까지 얻으려고 하는가? 나는 항상 훈계하였다.
  '걸식(乞食)에는 가까이할 것과 가까이하지 않아야 것, 두 가지가 있다. 혹 의복·음식·침구·병에 맞는 의약품 등을 얻더라도 그것이 나쁜 법을 늘어나게 한다면 그것은 가까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요, 만일 걸식하여 얻은 의복·음식·침구·병에 맞는 의약품 등이 좋은 법을 늘어나게 하고 나쁜 법을 늘어나게 하지 않으면 그것은 가까이해야 할 것이다.'
  너희 비구들은 우리 법 안에서 어떤 논의를 하려 하는가? 너희들의 논의는 바른 법의 논의가 아니다. 그러므로 그런 법은 버리고 다시는 생각하지 말라. 그것으로는 번뇌가 쉬고 번뇌가 사라진 열반으로 갈 수 없느니라.
  너희들이 만일 이야기하려거든 열 가지 법을 이야기하라. 열 가지 법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정근하는 비구로서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며, 용맹스런 마음이 있고, 많이 들어 남을 위해 설법하며, 두려움이 없고, 계율을 완전히 갖추며, 삼매를 성취하고, 지혜를 성취하며, 해탈을 성취하고, 해탈한 지혜를 성취하는 것이다.
  너희들이 이야기하고 싶거든 이 열 가지 일을 이야기하라. 왜냐 하면 그것은 일체를 윤택하게 하고, 많은 이익이 있으며, 범행을 닦게 하고, 번뇌가 완전히 사라진 함이 없는 열반의 세계에 이르게 하기 때문이니라.
  그런 이야기는 사문의 목적이다. 그런 것들을 항상 사유하며 마음에서 지워버리지 않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은 모두 보회강당에 모여 제각기 다른 주장을 하였다.
  "이 사위성은 아무리 걸식을 하여도 얻기 어려워 비구들이 편안히 살 곳이 못된다. 우리는 한 사람을 내세워 차례로 걸식하도록 하자. 그 걸식을 행하는 비구는 능히 의복·음식·침구·병에 맞는 의약품 등을 구하여 모자람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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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 될 것이다."
  그 때 대중 가운데 있던 어떤 비구가 말하였다.
  "우리는 여기서 걸식을 행할 수 없다. 모두 마갈국(摩竭國)으로 가 거기서 걸식을 행하자. 거기는 곡식이 풍성하고 음식이 매우 많다."
  또 어떤 비구는 말하였다.
  "우리는 그 나라에서 걸식할 수 없다. 왜냐 하면 아사세왕(阿闍世王)이 그 나라를 다스리는데 그는 주로 비법(非法)을 사용한다. 또 그는 부왕을 죽였고, 제바달두(提婆達兜)와 친구가 되었다. 그러므로 그곳에서는 걸식을 행할 수 없다."
  또 어떤 비구는 말하였다.
  "지금 저 구류사국(拘留沙國)은 인민이 번성하고 재물과 보배가 많다. 거기 가서 걸식을 행하자."
  또 어떤 비구는 말하였다.
  "우리는 거기서 걸식을 행할 수 없다. 왜냐 하면 악생왕(惡生王)이 그 나라를 다스리기 때문이다. 그는 사납고 흉악해 자비가 없으며, 그 인민들도 사납고 거칠어 싸우기를 좋아한다. 그러므로 거기서 걸식할 수 없다."
  또 어떤 비구는 말하였습니다.
  "우리는 우전왕(優塡王)이 다스리는 구심(拘深)의 바라내성(婆羅▩城)으로 가자. 그는 불법을 독실하게 믿어 뜻이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가 거기 가서 걸식한다면 소원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천이로 이 비구들의 이런 주장을 들으시고 곧 옷을 정돈하고 비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 한 가운데 앉아 물으셨다.
  "너희들은 여기 모여 무슨 이야기를 하려하며 또 무슨 일을 이야기했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저희들은 여기 모여 제각기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지금 사위성에서는 곡식이 귀해 걸식을 행하여도 얻기가 어렵다. 모두 마갈국으로 가 거기서 걸식을 행하자. 그 나라는 재물과 보배가 많아 구하는 것을 얻기 쉽다'
  그러자 그 중의 어떤 비구가 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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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그 나라에서 걸식을 행할 수 없다. 왜냐 하면 저 아사세왕은 그 나라를 다스리면서 주로 비법을 사용한다. 또 그는 부왕을 죽이고 제바달두와 친구가 되어 있다. 그러므로 거기서 걸식을 행할 수 없다.'
  또 어떤 비구는 말하였습니다.
  '지금 구류사국은 인민이 번성하고 재물과 보배가 많다. 그 나라에 가서 걸식하자.'
  그러자 또 어떤 비구가 말하였습니다.
  '우리는 거기서 걸식할 수 없다. 왜냐 하면 악생왕이 그곳을 다스리는데 그는 사람됨이 흉악하고 자비가 없어 싸우기를 좋아한다. 그러므로 거기서 걸식할 수 없다.'
  또 어떤 비구가 말하였습니다.
  '우리 우전왕이 다스리는 구심 바라내성으로 가자. 그는 불법을 독실하게 믿어 뜻이 흔들리지 않는다.'
  저희들은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왕이 다스리는 그 나라를 칭찬하거나 비방하지 말고, 또 그 왕들의 우열을 논하지도 말라."
  그 때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모든 사람이 선과 악을 지으면
  그 행의 근본에는 원인이 있다
  그들은 제각기 그 과보 받으리니
  없어짐은 끝내 있을 수 없다.
  
  모든 사람이 선과 악을 지으면
  그 행의 근본에는 원인이 있다
  선을 행하면 선의 과보 받고
  악을 행하면 악의 과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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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므로 비구들아, 그런 생각으로 나라 일을 비판하지 말라. 그런 비판으로는 번뇌가 완전히 사라진 열반 세계에 이를 수 없고, 또 사문의 바른 행법을 얻을 수도 없다. 만일 그런 비판을 하려 한다면 그것은 바른 업이 아니니라.
  너희들은 열 가지 좋은 논의를 배워야 한다. 열 가지란 무엇인가? 정근하는 비구로서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며, 용맹스런 마음을 가지고, 많이 들어 남을 위해 설법하며, 두려움이 없고, 계율을 완전히 갖추며, 삼매를 성취하고, 지혜를 성취하며, 해탈을 성취하고, 해탈한 지혜를 성취하는 것이다.
  만일 너희들이 이야기하려 하거든 이런 열 가지 일에 대해 이야기하라. 왜냐 하면 그것들은 일체를 두루 윤택하게 하고, 범행을 닦아 번뇌가 완전히 사라진 열반에 이르게 하기 때문이니라.
  너희들은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서 세속을 떠났다. 그러므로 그것을 부지런히 사유해 마음에서 지워버리지 말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은 보회강당에 모여 모두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지금 파사닉왕은 주로 비법(非法)을 행하고 거룩한 교훈을 범하고 있다. 그는 아라한의 도를 얻은 비구니를 모함해 12년 동안 궁중에 가둬놓고 정을 통하고 있다. 또 부처님과 법과 비구스님을 섬기지 않고 아라한에 대해 독실하게 믿는 마음이 없으니, 즉 부처님과 법과 성중을 믿는 마음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살지 말고 멀리 떠나야 한다. 왜냐 하면 왕이 비법을 행하면 그 좌우의 관리들도 비법을 행할 것이며, 관리가 비법을 행하면 모든 백성들도 비법을 행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 여기서 살지 말고 먼 나라로 가서 행걸하자. 그러면 다른 나라의 교화된 풍속도 볼 수 있고, 교화된 풍속을 보면 특이한 곳도 볼 수 있을 것이다."
  
 
[1163 / 1393] 쪽
  그 때 세존께서는 천이(天耳)로 이 비구들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시고 곧 그들에게로 가 한 복판에 앉아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여기 모여 무엇을 의논하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저희들은 여기서 이렇게 의논하였습니다.
  '파사닉왕은 주로 비법을 행하고 거룩한 교훈을 범하고 있다. 그는 비구니를 모함해 12년 동안 깊은 궁중에 가두어 두고는 여자로 여겨 정을 통하고 있다. 또 도인의 행은 3계를 뛰어넘는데 저 왕은 부처님과 법과 비구스님을 섬기지 않고 아라한에 대한 독실한 믿음도 없다. 그런 마음이 없으면 곧 3존(尊)2)에 마음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구태여 여기서 살지 말고 멀리 유행을 떠나자. 왜냐 하면 왕이 비법을 행할 때에는 그 신하와 백성들도 악을 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의 풍속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나라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 먼저 내 몸을 단속하여 사유하고 안으로 살피며 헤아리고 분별하여야 한다. 그런 이야기는 지극한 이치에 맞지 않고, 또 사람으로 하여금 범행을 닦아 번뇌가 완전히 사라진 함이 없는 곳에 이르지 못하게 한다. 먼저 자기 몸을 닦고 법다운 행을 불꽃처럼 일으켜 가장 거룩한 이에게 스스로 귀의해야 한다.
  만일 비구가 자기 몸을 닦고 법의 즐거움을 일으킨다면 그런 사람들은 바로 내 몸에서 태어난 사람이라 할 것이다.
  비구야, 스스로 불꽃처럼 치열하고 법의 즐거움을 일으켜 거짓이 없이 가장 거룩한 이에게 귀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에 비구가 안으로 몸[身]을 관찰하여 몸이라는 생각이 그치고 스스로 그 마음을 거두어 어지러운 생각을 버리면 근심과 걱정은 없어진다. 밖으로 그 몸을 관찰하여 몸이라는 생각이 그치고 스스로 그 마음을 거두어 어지러운 생각을 버리면 근심과 걱정은 없어진다. 다시 안팎으로 몸을 관찰하여 몸이라는 생각을 그친다.
  
  
2) 불·법·승 3보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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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으로 느낌[痛]을 관찰하고, 밖으로 느낌을 관찰하고, 안팎으로 느낌을 관찰하며, 안으로 마음[心]을 관찰하고, 밖으로 마음을 관찰하고, 안팎으로 마음을 관찰하며, 안으로 법[法]을 관찰하고, 밖으로 법을 관찰하는 것도 마찬가지며, 안팎으로 법을 관찰하여 법이란 생각이 그치고 스스로 그 마음을 거두어 어지러운 생각을 버리면 근심·걱정은 없어지느니라.
  이와 같이 비구는 능히 스스로 그 행을 불꽃처럼 왕성하게 하고 법의 즐거움을 일으켜 가장 거룩한 이에게 스스로 귀의해야 한다. 만일 미래나 현재의 비구들이 능히 스스로 불꽃처럼 일어나 그 행의 근본을 잃지 않는다면 그들은 바로 내 몸에서 태어난 사람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만일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거든 열 가지 일을 이야기하라. 열 가지란 무엇인가? 그것은 이른바 정근하는 비구로서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며, 용맹스런 마음을 가지고, 많이 들어 남을 위해 설법하며, 두려움이 없고, 계율을 완전히 갖추며, 삼매를 성취하고, 지혜를 성취하며, 해탈을 성취하고 해탈한 지혜를 성취하는 것이다.
  너희들이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거든 이 열 가지 일을 이야기하라. 왜냐 하면 그것은 일체를 윤택하게 하여 이익이 많고, 범행을 닦아 번뇌가 완전히 사라진 함이 없는 열반 세계에 이르게 하기 때문이니라. 이 이야기는 사문의 목적이다. 그러므로 늘 사유해 마음에서 지워버리지 말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사위성에 살던 어느 장자가 라운(羅云)3)을 위하여 좌선하는 집을 지어 주었다.
  그 때 라운은 며칠 동안 그 집에 머무르다가 곧 세간으로 나가 유행하였다.
  
  
3) 부처님의 아들로서 라후라(羅睺羅) 혹은 라호라(羅護羅)라고도 하며, 부장(覆障)·장월(障月)로 한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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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때 장자에게 '나는 이제 존자 라운을 찾아뵈리라'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장자가 라운의 방으로 찾아갔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존자 라운께선 지금 어디 계십니까?"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라운은 지금 세간으로 나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장자는 말하였다.
  "여러분, 그 다음 사람을 제가 보시한 이 방에 머무르게 하십시오. 세존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과일나무 동산을 만들고 다리나 배를 만들며 길 가까이 뒷간을 만들어 그것을 보시하면 항상 복을 받고 계법(戒法)을 성취하여 죽은 뒤에는 천상에 태어난다.'
  그래서 저는 라운을 위해 집을 지은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라운께선 제 방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원컨대 여러분, 다른 분을 차례에 따라 이 방에 머무르게 하십시오."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장자가 시키는 대로 하지요."
  이 때 비구들은 곧 차례에 따라 한 비구를 그 방에서 지내게 하였다.
  이 때 존자 라운은 생각하였다.
  '나는 세존을 떠난 지 너무 오래다. 지금 찾아가서 문안드리리라.'
  이 때 존자 라운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잠깐 앉아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와서 보니 다른 비구가 그 방에 있었다. 그것을 보고 그에게 물었다.
  "누가 내 방을 그대에게 주어 지내게 하였는가?"
  그 비구는 대답하였다.
  "여러 스님들이 차례에 따라 저를 이 방에서 지내게 하였습니다."
  이 때 라운은 다시 세존께 나아가 그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다.
  "알 수 없습니다. 여래여, 과연 스님들이 저의 방을 차례에 따라 물려주어 다른 도인이 그곳에서 지내게 할 수 있는 것입니까?"
  
[1166 / 1393] 쪽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그 장자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라.
  '내 몸과 입과 뜻의 행에 어떤 허물도 없지 않은가? 몸의 세 가지·입의 네 가지·뜻의 세 가지 허물이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장자는 먼저 내게 주었던 방을 뒤에 다시 스님들에게 주었다.'"
  라운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장자의 집으로 찾아가 그에게 말하였다.
  "내게 몸의 세 가지·입의 네 가지·뜻의 세 가지 허물이 없지 않은가?"
  장자는 대답하였다.
  "저 역시 라운에게서 몸과 입과 뜻의 허물을 보지 못했습니다."
  라운이 장자에게 말하였다.
  "무엇 때문에 내 방을 빼앗아 다른 스님들에게 주었는가?"
  장자는 대답하였다.
  "저는 방이 비어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스님들에게 보시한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때 생각하였습니다.
  '존자 라운께서 분명 내가 보시한 방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보시했을 뿐입니다."
  이 때 라운은 장자의 말을 듣고 곧 다시 세존께 나아가 그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다.
  이 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빨리 건추(揵椎)를 쳐서 이 기원정사(祇洹精舍)에 있는 비구들을 모두 보회강당으로 모이게 하라."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비구들을 불러 모두 보회강당에 모았다.
  그 때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청정한 보시를 설명하리라.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비구들은 부처님의 분부를 들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청정한 보시란 어떤 것인가? 비구들아, 만일 어떤 사람이 물건을 보시했다가 뒤에 도로 그것을 빼앗아 다른 사람에게 준다면 그것은 고른 보시가 아니요, 평등한 보시가 아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물건을 빼앗아
  
[1167 / 1393] 쪽
  성중에게 주거나 또 어떤 사람이 성중에게서 도로 빼앗아 다시 다른 사람에게 준다면 그것은 평등한 보시도 아니요, 또 청정한 보시도 아니니라.
  전륜성왕이 자기의 나라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비구는 자기 가사와 발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만일 그 사람이 입으로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남의 물건을 가져다 다른 사람에게 준다면 그것은 평등한 보시가 아니니라.
  비구들아,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말한다. 주는 이는 주었다고 생각하지만 받는 이가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것은 평등한 보시가 아니니라. 만일 비구가 목숨을 마쳤다면 그는 그 방을 가지고 대중 가운데서 갈마(羯磨)를 시행해 대중들에게 외쳐 알려야 한다.
  '아무 비구가 목숨을 마쳤습니다. 이제 이 방은 여러분의 소유입니다. 누구를 여기서 지내게 하면 좋겠습니까? 여러분의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여러분, 지금 아무 비구에게 맡겨 그가 지내게 한다면 모두 함께 승인하시겠습니까?'
  그래서 대중이 허락하지 않으면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해야 한다. 만일 대중 가운데 허락하지 않는 자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것을 주는 것은 평등한 보시가 아니요, 곧 잡되고 탁한 물건이 되느니라.
  지금 그 방을 라운에게 돌려주니 너는 이것을 깨끗이 받아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 가란다죽원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이 때 대균두(大均頭)는 한적한 곳에서 지내다 '앞·뒤와 복판의 여러 가지 소견을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란 생각을 일으켰다.
  그 때 대균두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지금 이 여러 가지 소견들은 앞뒤가 서로 맞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소견들을 없앨 수 있으며, 또 다른 소견을 생기지 않게 하겠습니까?"
  
[1168 / 1393] 쪽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균두야, 그 소견은 그 생기는 곳이나 멸하는 곳이 모두 무상하며 괴롭고 공한 것이다. 균두야, 그런 줄 알고 그렇게 생각하라. 균두야, 소견에는 62종이 있으니, 열 가지 선한 자리에 머물러 그 소견들을 없애야 하느니라.
  열 가지란 무엇인가? 남들은 살생하기를 좋아하지만 우리는 살생하지 않아야 하고, 남들은 도둑질하기를 좋아하지만 우리는 도둑질하지 않으며, 남들은 깨끗한 행을 범하지만 우리는 깨끗한 행을 행하고, 남들은 거짓말을 하지만 우리는 거짓말하지 않아야 한다. 또 남들은 이간질하는 말을 하여 이 사람 저 사람을 싸움 붙이고, 꾸미는 말·나쁜 말을 하며, 질투·성냄·삿된 소견을 가지지만 우리는 바른 소견을 가져야 한다.
  균두야, 알라. 나쁜 길을 따라가서 바른 길을 만나고, 삿된 소견을 쫓아 바른 소견에 이르며, 삿됨을 돌이켜 바름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자기도 물에 빠져 있으면서 남을 건네주려 하는 것과 같아 끝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기는 열반에 들지 못하고서 남을 열반에 들게 하려 한다면 그건 그리 될 수 없느니라.
  그러나 마치 어떤 사람이 자기가 물에 빠지지 않고서 남을 건네주려 한다면 그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지금 그와 마찬가지로 자기가 열반에 들고서 다시 다른 사람을 열반에 들게 하려 한다면 그것은 그리 될 수 있느니라.
  그러므로 균두야, 살생을 떠나 살생하지 않음으로서 열반에 들며, 도둑질을 떠나 도둑질하지 않음으로서 열반에 들며, 음행을 떠나 음행하지 않음으로서 열반에 들며, 거짓말을 떠나 거짓말하지 않음으로서 열반에 들며, 꾸미는 말을 떠나 꾸미는 말을 하지 않음으로서 열반에 들며, 추한 말을 떠나 추한 말을 하지 않음으로서 열반에 들며, 이 사람 저 사람 싸움 붙이는 짓을 떠나 이 사람 저 사람 싸움 붙이지 않음으로서 열반에 들며, 질투를 떠나 질투하지 않음으로서 열반에 들며, 성냄을 떠나 성내지 않음으로서 열반에 들며, 삿된 소견을 떠나 바른 소견을 얻음으로서 열반에 들기를 생각하라.
  균두야, 알라. 범부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我]는 있는가, 나는 없는가, 나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가? 세상은 영원한가, 세상은 무상한가? 세계는 끝이 있는가, 세계는 끝이 없는가? 목숨이
  
[1169 / 1393] 쪽
  곧 몸인가, 목숨과 몸은 다른가? 여래는 죽는가, 여래는 죽지 않는가? 죽음은 있는가, 죽음은 없는가? 누가 이 세계를 만들었는가?'
  또 '범천이 이 세계를 만들었는가, 지주(地主)가 이 세계를 펼쳐 놓았는가? 범천이 이 중생들을 만들고, 지주가 이 세상을 만들었는가? 중생은 본래는 없던 것이 지금 있고, 본래 있던 것은 곧 멸할 것인가?' 하고 온갖 삿된 소견을 일으킨다. 범부들은 들은 것도 없고 본 것도 없어서 곧 이런 생각들을 일으키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범천은 저절로 있게 되었다.'
  이것은 범지들이 하는 말이다
  그런 소견 참되지도 바르지도 않으니
  그저 그들의 소견일 뿐이니라.
  
  '우리 주인이 연꽃을 피웠고
  그 속에서 범천이 태어났다.'
  지주가 범천을 낳은 것이니
  저절로 생겼다는 말 맞지 않다.
  
  '지주(地主)는 찰리 종족과
  범지 종족의 부모이다.'
  그러면 왜 찰리의 자손들과
  범지들은 다시 서로를 낳는가?
  
  그들이 태어난 곳을 더듬어 보면
  그것은 저 여러 하늘들이 한 말
  그것은 바로 찬탄한 말이거늘
  도리어 굴레의 재앙을 스스로 덮어쓰네.
  
[1170 / 1393] 쪽
  '저 범천이 사람을 낳았고
  지주는 세상을 만들었다.'
  혹은 '다른 이가 만들었다' 말하지만
  이 말을 누가 증명할건가?
  
  성냄과 탐욕과 어리석음
  이 세 가지가 함께 어울려
  그 마음 자유롭지 못하면서도
  '세상에서 내가 훌륭하다'고 스스로 일컫는구나.
  
  천신(天神)이 세상을 만든 것도
  저 범천이 낳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범천이 만들었다 한다면
  그것은 허망한 말이 아닌가?
  
  그 자취 찾아보면 갈래가 많고
  진실을 살펴보면 그 말들 허망하다
  그런 행들 제각기 서로 서로 다른데
  그런 행은 진실을 찾는 것이 아니니라.
  
  "균두야, 알아야 한다. 중생들은 그 소견이 같지 않고 그 생각도 각기 다르다. 그 여러 소견들은 모두 무상한 것이다. 누가 그런 소견을 가졌다면 그것은 모두 무상하고 변하는 법이니라.
  혹 남들이 살생하더라도 우리는 살생을 떠나야 한다. 남들이 비록 도둑질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멀리 떠나야 한다. 그래서 그런 행을 익히지 않고 마음을 오로지 하여 어지럽지 않게 하며 깊이 사유하고 헤아려, 그 일어나는 삿된 소견과 내지 열 가지 나쁜 법을 모두 버리고 그 행을 익히지 않아야 하느니라.
  남들이 성을 내더라도 우리는 인욕을 배우고, 남들이 질투하더라도 우리는
  
[1171 / 1393] 쪽
  그것을 버리며, 남들이 교만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버리기를 생각하고, 남들이 자신을 칭찬하고 남을 헐뜯더라도 우리는 자신을 칭찬하거나 남을 헐뜯지 않으며, 남들이 욕심이 많더라도 우리는 욕심을 적게 가지는 것을 배워야 하고, 남들이 계율을 범하더라도 우리는 그 계율을 닦아야 하느니라.
  남들이 게으르더라도 우리는 정진해야 하고, 남들이 삼매를 닦지 않더라도 우리는 삼매를 닦아야 한다. 마땅히 이렇게 공부해야 하나니, 남들이 어리석더라도 우리는 지혜를 써야 하느니라. 능히 그 법을 관찰하고 분별하는 자는 삿된 소견이 사라지고 또 다른 소견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 때 균두는 여래의 설법을 듣고 나서 한적한 곳에서 깊이 사유하고 헤아려 보았다. 그리고 족성자들이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세 가지 법의를 입는 그 목적대로 위없는 범행을 닦았다. 그래서 '삶과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몸을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알았다. 이 때 균두는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 균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옥 중생이 그 죄의 과보를 받는 한정은 1겁까지이다. 그러나 중간에 일찍 죽는 자들이 있다. 축생도 그 죄의 과보를 받는 한정은 1겁까지이다. 그러나 중간에 일찍 죽는 자들이 있다. 아귀도 그 과보를 받는 한정은 1겁까지이다. 그러나 중간에 일찍 죽는 자들이 있다.
  비구들아, 알라. 울단왈(鬱單曰) 사람들은 수명이 1천 세로서 중간에 일찍 죽는 이가 없다. 왜냐 하면 그 곳 사람들은 매인 데가 없기 때문이다. 또 설사 그곳에서 목숨을 마치더라도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나고 타락하는 이가 없을 것이다. 불우체(弗于逮) 사람들은 수명이 5백 세이고 또 중간에 일찍 죽는 이도 있으며, 구야니(瞿耶尼) 사람들은 수명이 250세고 또 중간에 일찍 죽는 이도 있으며, 염부제(閻浮提) 사람들은 최고수명이 1백 세이고 또
  
[1172 / 1393] 쪽
  중간에 일찍 죽는 사람이 많으니라.
  비록 사람의 수명이 최고 1백 세까지 산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은 1백 세 동안에 그 행이 같지 않고 그 성질도 각기 다르다. 즉 처음 10세까지는 아직 어려서 지각이 없고, 10대에는 다소 지각이 있으나 아직 완전하지 못하며, 20대에는 의욕이 왕성하고 색에 탐착하며, 30대에는 온갖 기술이 많아지고 하는 일이 끝이 없으며, 40대에는 도리를 분명히 이해하고 익힌 것을 잊지 않느니라.
  50대에는 재물에 집착하고 마음에 결단력이 없어지며, 60대에는 게을러지고 잠자기를 좋아하며 몸과 성질이 느려지게 되고, 70대에는 젊은 마음이 없고 또 꾸미지 않게 되며, 80대에는 병이 많아지고 피부가 늘어지며 얼굴에 주름이 지며, 90대에는 모든 감각기관이 쇠하고 뼈마디가 드러나며 쉽게 잊어버리고 정신이 혼미해지느니라.
  비구들아, 알라. 만일 사람이 1백 세를 살면 그만한 어려움을 겪어야 하고, 또 3백 번의 겨울·여름·가을을 보내야 한다. 그러나 수명을 계산해 보면 하잘 것 없느니라. 만일 사람이 1백 세를 살면 3만 6천 끼니를 먹는데 그 사이에 간혹 먹지 않는 때도 있으니, 화가 나서 먹지 않고 주지 않아서 먹지 않으며 병이 나서 먹지 않는 때이다. 그가 먹고 먹지 않는 때와 또 어머니 젖을 먹는 때를 계산해, 대충 요약해서 말하면 3만 6천 끼니니라.
  비구들아, 알라. 만일 사람이 그 한계수명인 1백 세를 산다면 그 음식 먹는 사정이 대개 이와 같으니라.
  비구들아, 알라. 이 염부제 사람들도 그 수명이 매우 길어 거의 한량없는 수명과 같은 때가 있었다. 즉 헤아릴 수 없는 오랜 과거 세상에 '온갖 병을 고치는 이[療衆病]'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수명이 매우 길고 얼굴이 단정하며 한량없는 쾌락을 누렸다. 그때는 병들거나 늙거나 죽는 재앙이 없었다.
  이 때 어떤 부부가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이 곧 죽어버렸다. 그 부모는 아들을 안아 일으켜 앉히고 밥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그 아들은 일어나 앉지도 못하고 밥을 먹지도 못했다. 왜냐 하면 죽었기 때문이다.
  이 때 그 부모는 생각하였다.
  '우리 아들이 지금 무슨 화가 났기에 음식도 먹으려 하지 않고 말도 하지
  
 
[1173 / 1393] 쪽
  않는가?'
  그들은 아직 죽음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그들은 또 생각하였다.
  '이레가 지나도록 우리 아들이 먹지를 않는다. 무엇 때문에 잠자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이 사정을 저 왕에게 찾아가서 알립시다.'
  이 때 그 부모들은 왕에게 가서 그 사정을 자세히 아뢰었다.
  이 때 왕은 생각하였다.
  '이제 죽음의 메아리가 들리는구나.'
  왕은 말하였다.
  '너희들은 그 아기를 내게로 데려 오라.'
  그 때 그 부모들은 곧 아기를 안고 왕에게 갔다. 왕은 아기를 보고는 부모에게 말하였다.
  '이 아이는 벌써 죽었다.'
  부모는 아뢰었다.
  '죽음이란 어떤 것입니까?'
  왕은 말하였다.
  '이 아이는 다시는 일어나 다니거나 말하거나 대답하거나 음식을 먹거나 장난치지 못할 것이다. 몸은 꼿꼿하여 움직이지 않을 것이니 그것을 죽음이라 하느니라.'
  부모는 아뢰었다.
  '얼마 동안이나 이 변은 계속 되겠습니까?'
  왕은 말하였다.
  '이 아이는 오래지 않아 몸이 퉁퉁 부었다가 곧 문드러지고 고약한 냄새가 나면서 다시는 쓸모 없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부모는 왕의 말을 믿지 않고 죽은 아이를 다시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온 몸이 문드러지고 지독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그 부모는 비로소 왕의 말을 믿고 말하였다.
  '이 아이는 오래지 않아 몸이 부풀어올랐다가 모조리 허물어지고 말겠구나.'
  
[1174 / 1393] 쪽
  그 부모는 다시 부풀어오른 어린아이를 안고 왕에게 찾아가 아뢰었다.
  '대왕이여, 이제 이 아이를 공물로 바치겠습니다.'
  그러나 그 부모는 울지도 않았다. 왜냐 하면 아직 죽음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때 그 왕은 그 아이의 가죽을 벗겨 커다란 북을 만들었다. 그리고 일곱 층 다락을 지어 그 북을 그 위에 달게 하고는 곧 한 사람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알라, 이 북을 잘 지키면서 1백 년에 한 번씩 치라. 때를 어기지 말라.'
  그는 왕의 명령에 따라 백 년에 한 번씩 북을 쳤다. 이 때 사람들은 그 북소리를 듣고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소리다' 하고 이상해 하면서 사람들끼리 말하였다.
  '이 무슨 소리인가? 무슨 소리이기에 여기까지 들리는가?'
  왕은 말하였다.
  '저것은 죽은 사람의 가죽에서 나는 소리니라.'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제각기 중얼거렸다.
  '이상하구나. 저런 소리를 다 듣게 되다니.'
  너희 비구들아, 그 때의 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 왜냐 하면 그 때의 왕이 바로 지금의 나이기 때문이니라.
  이것으로도 알 수 있지만, 옛날의 염부제 땅 사람들은 그 수명이 매우 길었는데 지금의 염부제 땅 사람들은 그 수명이 매우 짧고 죽는 이도 한이 없다. 왜냐 하면 사람들이 살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수명이 매우 짧아지고 얼굴은 화색을 잃게 된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이런 변괴가 있게 된 것이니라.
  비구들아, 알라. 이 염부제 땅의 50년은 저 사천왕의 하루 낮 하루 밤이다. 그들의 날 수 계산은 30일이 한 달이요 열두 달이 1년이다. 그들의 수명은 5백 세로서 혹 중간에 일찍 죽는 이도 있느니라.
  인간 수명의 18억 세는 환활(還活) 지옥의 하루 낮 하루 밤이다. 그들의 날 수 계산도 30일이 한 달이요 열두 달이 1년이다. 그들의 수명은 천 세로서 중간에 일찍 죽는 이가 있지만 인간의 수명으로 계산하면 36억 세이니라. 인간의 1백 세는 삼십삼천의 하루 낮 하루 밤이다. 그들의 날과 달과 햇수로
  
[1175 / 1393] 쪽
  계산하여 그들의 수명은 천 세로서 중간에 혹 일찍 죽는 이도 있느니라.
  인간의 수명으로 36억 세는 아비지옥의 하루 낮 하루 밤이다. 그들의 날 수 계산도 30일이 한 달이요 열두 달이 1년이다. 그들의 수명은 2만 세로서 인간의 수명으로 계산하면 1구리(拘利)4)에 해당하는 수명이니라.
  비구들아, 이와 같이 그 수명을 계산하면 무상천(無想天)을 제외하고는 그 곱절씩 점점 늘어간다. 무상천의 수명은 8만 4천겁인데 이 세상에 돌아오지 않는 정거천은 제외한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일하지 말고 현재의 몸으로써 번뇌를 없애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4) 구지(俱胝)라고도 하고 억(億)으로 한역하기도 한다. 인도의 수량 단위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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