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보감(人天寶鑑)

7. 무작계 (無作戒) / 택오 (擇梧) 율사

通達無我法者 2008. 2. 20. 10:59
 




7. 무작계 (無作戒) / 택오 (擇梧) 율사



도솔사 (兜率寺)  택오 (擇梧)  율사는 보령 (普寧)  율사에게 공부하였는데, 몸 단속이 엄

격하였으며 하루 한 끼 공양에 예불 독송을 끊임없이 하였다.

한번은 경산 (徑山)  유림 (維琳) 선사에게 도를 물었다. 유림선사는 택오율사가 계율에만

마음을 두어 도를 통하지 못함을 보고는, 계율에 몸이 묶여 있으니 가슴이 답답하지 않느냐

고 놀렸다. 택오율사가 ꡒ저는 마음 〔根識〕 이 어둡고 둔해서 매이지 않을 수 없으니, 스

님께서 가엾게 생각하여 가르쳐 주십시오" 하였다. 유림선사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바수반두 (婆修盤頭) 존자는 하루 한 끼 공양에 눕지도 않고 지내며 하루 여섯 차례씩 예

불하였다. 이렇게 청정무구하여 대중들에게 귀의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20조 (祖)  사야다

(儷夜多) 존자가 그를 제도하고자 하여 바수반두의 문도들에게 물었다.

ꡒ이 두타승이 청정행을 열심히 닦아 부처님이 될 수 있을 것 같으냐?"

ꡒ이렇게 열심히 정진하는데 어째서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까?"

ꡒ그대들의 스승은 도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게 정진해 가지고는 티끌 겁이 지나도 모두 허

망의 근본이 될 뿐이다."

바수반두의 문도는 분한 마음을 내지 않고 사야다에게 물었다.

ꡒ존자께서는 어떤 덕행을 쌓았기에 우리 스승을 비난하십니까?"

ꡒ나는 도를 깨치려 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잘못 〔顚倒〕 되지도 않는다. 나는 예불하지

도 않지만 그렇다고 부처님께 오만하거나 가볍게 굴지도 않는다. 장좌불와 (長坐不臥) 하지

않지만 공부를 게을리 하지도 않는다. 하루 한끼만 먹는 고행을 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아

무거나 식탐을 내지도 않는다. 나는 만족도 탐욕도 없다. 이렇게 마음 둘 곳 없음을 도라고

한다."

바수반두는 이 말씀을 듣고 무루지 (無庄智) 를 얻었다.



유림선사는 큰 소리로 할을 한 번 하고서 말하였다.

ꡒ비록 그렇다고 해도 아직은 둔한 놈이다."

택오율사는 이 말끝에 마음이 활짝 트여 껑충껑충 뛰면서 절하고 말하였다.

ꡒ스님의 가르침을 듣지 못했으면 어찌 잘못을 알았겠습니까. 지금부터는 지키면서도 지키

지 않는, 지킨다는 생각이 없는 계율 〔無作戒〕 을 지키겠으며, 더이상 애써 마음을 쓰지

않겠습니다."

그리고는 작별하고 떠났다. 방장실로 돌아와서 익혀 왔던 수행을 다 버리고 그저 선상 (禪

床) 만을 지키며 법문하는 일 말고는 묵묵히 앉아 있을 따름이었다. 갑자기 하루 저녁은 명

정 (明靜) 법사를 불러서 말하였다.

ꡒ경산스님께서 내게 망정과 집착을 타파해 주신 뒤 지금껏 가슴 속에 아무 일도 없다. 오

늘밤에는 무성삼매 (無聲三昧) 에 들어가겠다."

그리고는 아무 소리가 없더니 마침내 영영 누우셨다. 「통행록 (通行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