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무작계 (無作戒) / 택오 (擇梧) 율사
도솔사 (兜率寺) 택오 (擇梧) 율사는 보령 (普寧) 율사에게 공부하였는데, 몸 단속이 엄
격하였으며 하루 한 끼 공양에 예불 독송을 끊임없이 하였다.
한번은 경산 (徑山) 유림 (維琳) 선사에게 도를 물었다. 유림선사는 택오율사가 계율에만
마음을 두어 도를 통하지 못함을 보고는, 계율에 몸이 묶여 있으니 가슴이 답답하지 않느냐
고 놀렸다. 택오율사가 ꡒ저는 마음 〔根識〕 이 어둡고 둔해서 매이지 않을 수 없으니, 스
님께서 가엾게 생각하여 가르쳐 주십시오" 하였다. 유림선사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바수반두 (婆修盤頭) 존자는 하루 한 끼 공양에 눕지도 않고 지내며 하루 여섯 차례씩 예
불하였다. 이렇게 청정무구하여 대중들에게 귀의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20조 (祖) 사야다
(儷夜多) 존자가 그를 제도하고자 하여 바수반두의 문도들에게 물었다.
ꡒ이 두타승이 청정행을 열심히 닦아 부처님이 될 수 있을 것 같으냐?"
ꡒ이렇게 열심히 정진하는데 어째서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까?"
ꡒ그대들의 스승은 도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게 정진해 가지고는 티끌 겁이 지나도 모두 허
망의 근본이 될 뿐이다."
바수반두의 문도는 분한 마음을 내지 않고 사야다에게 물었다.
ꡒ존자께서는 어떤 덕행을 쌓았기에 우리 스승을 비난하십니까?"
ꡒ나는 도를 깨치려 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잘못 〔顚倒〕 되지도 않는다. 나는 예불하지
도 않지만 그렇다고 부처님께 오만하거나 가볍게 굴지도 않는다. 장좌불와 (長坐不臥) 하지
않지만 공부를 게을리 하지도 않는다. 하루 한끼만 먹는 고행을 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아
무거나 식탐을 내지도 않는다. 나는 만족도 탐욕도 없다. 이렇게 마음 둘 곳 없음을 도라고
한다."
바수반두는 이 말씀을 듣고 무루지 (無庄智) 를 얻었다.
유림선사는 큰 소리로 할을 한 번 하고서 말하였다.
ꡒ비록 그렇다고 해도 아직은 둔한 놈이다."
택오율사는 이 말끝에 마음이 활짝 트여 껑충껑충 뛰면서 절하고 말하였다.
ꡒ스님의 가르침을 듣지 못했으면 어찌 잘못을 알았겠습니까. 지금부터는 지키면서도 지키
지 않는, 지킨다는 생각이 없는 계율 〔無作戒〕 을 지키겠으며, 더이상 애써 마음을 쓰지
않겠습니다."
그리고는 작별하고 떠났다. 방장실로 돌아와서 익혀 왔던 수행을 다 버리고 그저 선상 (禪
床) 만을 지키며 법문하는 일 말고는 묵묵히 앉아 있을 따름이었다. 갑자기 하루 저녁은 명
정 (明靜) 법사를 불러서 말하였다.
ꡒ경산스님께서 내게 망정과 집착을 타파해 주신 뒤 지금껏 가슴 속에 아무 일도 없다. 오
늘밤에는 무성삼매 (無聲三昧) 에 들어가겠다."
그리고는 아무 소리가 없더니 마침내 영영 누우셨다. 「통행록 (通行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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