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은사스님의 말씀을 받들다 / 청소 (淸固) 수좌
청소 (淸固) 수좌는 민현 (縣) 사람이다. 자명 (慈明:石霜楚圓) 선사에게 13년 동안 의지하였다가 80세가 되어서야 호상 (湖湘) 녹원사 (鹿遺寺) 에 주석하였으나 애당초 사람들과 사귀지 않았으므로 아무도 그를 알지 못하였다.
종열 (從悅:1044~1091) 수좌는 처주 (處州:虔州) 사람인데 우연히 그의 이웃에서 살게 되었다. 종열수좌가 꿀에 담은 여지 (荔枝) 를 먹으려는 찰라에 청소수좌가 문앞을 지나가자 종열수좌는 그를 불렀다.
ꡒ이것은 노인의 고향에서 나오는 과실이니 함께 먹읍시다.ꡓ
ꡒ스승 〔先師〕 께서 돌아가신 후 이 음식을 먹어보지 못한 지 오래다.ꡓ
ꡒ스승이 누구십니까?ꡓ
ꡒ자명선사요.ꡓ
종열수좌는 깜짝 놀라 의아해 하였으며 남은 과일을 그에게 보내 조금씩 친하게 되었다.
그 후 청소수좌가 그에게 물었다.
ꡒ그대가 친견한 사람은 누구요?ꡓ
ꡒ동산 극문 (洞山克文) 스님입니다.ꡓ
ꡒ극문스님은 누구를 친견하였소?ꡓ
ꡒ혜남 (慧南) 스님입니다.ꡓ
ꡒ`납짝머리 남두[南頭〕스님 '이 스승을 뵈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 후손의 법도 (法道) 가 이렇게 성하구나!ꡓ
종열수좌는 이 말에 더욱 그를 달리 생각하였다. 하루는 향을 가지고 찾아가서 예배를 올리려 하니 청소수좌는 그를 피하면서 말하였다.
ꡒ나는 박복한 사람이라 스승께서 사람을 가르쳐서는 안된다고 내게 수기를 하셨다.ꡓ
한달 남짓 지나자 종열수좌의 성의를 가상히 여겨, 평소 아는 것을 말해보라고 하였다. 종열수좌가 자신이 깨친 바를 상세히 말하자 청소수좌는 ꡒ부처 속으로는 들어갈 수 있지만 마귀 속으로는 들어갈 수 없구나ꡓ 하고서 다시 말하였다. ꡒ마지막 한 구절이라야 비로소 굳게 닫힌 관문에 이른다.ꡓ
이처럼 닦아가기를 반년만에 청소수좌는 처음으로 그를 인가하고 주의시켰다.
ꡒ극문 (克文) 이 그대에게 보여준 것은 모두 올바른 지견이었다. 내 비록 그대를 위하여 이를 점검해서 그대가 자유자재로 수용 (受用) 할 수 있도록 했지만 그대가 너무 일찍이 스승 곁을 떠나 그 도리를 다하지 못할까 두렵다. 뒷날 결코 나의 법제자가 되어서는 안된다.ꡓ
후일 종열수좌는 세상에 나아가 진정선사의 법을 이었는데, 그가 바로 도솔 종열 (兜率從悅) 선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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