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대혜스님이 찾아다닌 여러 선지식
선주 (宣州) 명적 정 (明寂紹) 선사는 낭야 (揶慧覺) ․설두 (雪竇重顯:운문종) ․천의 (天衣義懷:운문종) 등 선배 큰스님들을 두루 찾아뵙고 시봉하면서 법문을 청하였다. 세상에 나와서는 흥교 탄 (興敎坦) 스님의 법제자가 되었는데 탄선사도 낭야선사의 법제자이다. 후일 태평주 서죽사 (瑞竹寺) 로 옮겨 서당 (西堂) 에 거처하였는데, 스님 (대혜) 이 처음 행각할 때 그를 찾아가 설두선사의 「염고 (古)」․「송고 (頌古)」에 대하여 가르침을 청하였다. 소정선사는 스님에게 화두를 들게 하고, 모든 것을 스스로 보고 스스로 말하도록 하였을 뿐 그의 말은 조금치도 빌려주지 않았다. 스님이 옛 성인들의 미묘한 종지를 깨치자 소정선사는 대중 앞에서 스님은 부처님이 다시 온 사람이라고 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님은 그 후 다시 영주 (州) 대양사 (大陽寺) 에 가서 원 (元) 수좌, 동산 미 (洞山道微) 스님, 견 (堅) 수좌 등을 참방하였는데, 도미스님은 부용 (芙容道楷:조동종) 선사 회중에 수좌로 있었으며 견주좌는 그곳 시자로 10여 년을 지낸 스님이었다. 스님은 세 분 아래서 오랫동안 지내면서 조동 (曹洞) 의 종지를 모두 깨쳤다. 그곳에서는 법을 주고 받을 때, 모두가 팔뚝에 향을 피워 함부로 법통을 전수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하였는데, 스님이 곰곰히 생각해 보니 선 (禪) 에 전수할 법이 있다면 불조가 스스로 깨치셨다는 법은 무엇인가 하였다. 그래서 그곳을 떠나 담당선사에게 귀의하였다.
어느 날 담당선사가 스님에게 물었다.
ꡒ너의 코는 어째서 오늘 반쪽이 없느냐?ꡓ
ꡒ보봉 (寶峰) 문하에 있습니다.ꡓ
ꡒ엉터리 참선꾼이군!ꡓ
또 어느 날 시왕전 (十王殿) 상을 단장하는 곳에서 물었다.
ꡒ이 관리의 성씨는 무엇인가?ꡓ
ꡒ양씨 (梁氏) 입니다.ꡓ
이 말에 담당선사는 손으로 자기의 머리를 매만지면서 말했다.
ꡒ양씨인데 복두 (幞頭) 가 적은 것을 어찌할꼬?ꡓ
ꡒ비록 복두는 없지만 코는 비슷합니다.ꡓ
ꡒ엉터리 참선꾼이군!ꡓ
한번은 경을 보고 있는데 물었다.
ꡒ무슨 경을 보느냐?ꡓ
ꡒ「금강경」입니다.ꡓ
ꡒ「금강경」에서는 이 법은 평등하여 높고 낮음이 없다고 하였는데 어찌하여 운거산은 높고 보봉산은 낮은가?ꡓ
ꡒ이 법은 평등하여 높고 낮음이 없기 때문입니다.ꡓ
ꡒ너는 좌주 (座主:강사) 의 심부름꾼이 되겠구나.ꡓ
어느 날 또 물었다.
ꡒ고 (曠) 상좌야! 나의 이 선을 너는 한번에 이해하였다. 그래서 너에게 설법을 하라면 설법을 할 수 있고, 「염고 (古)」․「송고 (頌古)」와 소참 (小參) ․보설 (普說) 법문을 하라면 그것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못하는 일이 있는데 너는 알겠느냐?ꡓ
ꡒ무슨 일입니까?ꡓ
ꡒ네가 한 가지 알지 못한 게 있지. 네가 이 한 가지를 알지 못하니, 내가 방장실에서 너와 이야기할 때는 선이 있다가도 나서자마자 없어져버리며, 정신이 맑아서 사랑할 때는 선이 있다가도 잠이 들자마자 없어져버린다. 만일 이렇다면 어떻게 생사와 대적할 수 있겠는가?ꡓ
ꡒ바로 그것이 제가 의심하는 점입니다.ꡓ
그후 담당선사의 병세가 위독하자 스님이 물었다.
ꡒ스님께서 만일 이 병환에서 일어나지 못한다면 저를 누구에게 부탁하여 그 큰 일을 끝마치게 하시렵니까?ꡓ
ꡒ극근이라는 스님이 있는데 나도 그를 알지 못한다. 네가 만일 그를 만나면 반드시 도롤 이룰 수 있을 것이지만 끝내 그를 만나지 못하면 수행을 계속하다가 후세에 다시 태어나 참선을 하도록 하라.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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