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상선인(詳禪人)에게 주는 글
뜻을 세워 도에 힘쓰는 인재라면 하루 종일 스스로 관조하고 스스로 알아서 오직 여기에만 생각을 두어야 한다.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 있는 한 덩어리 큰 인연은 성인이라 해서 더 늘지도 않고 범부라고 해서 줄지도 않아 6근과 6진을 홀로 벗어나 아득히 사물 밖으로 초월한 줄을 알아라. 그것이 작용할 때는 언제나 방향과 처소를 가리지 않고, 맑고 고요하고 흩어지지 않는다. 비록 천변만화를 한다 해도 애초에 움직이지 않고 인연 따라 나타나고 일을 만나면 발현하되, 원만하게 성취되지 않음이 없다.
무엇보다도 텅 비고 고요하여 모든 것에 초연하여야 한다. 주된 근본이 이미 밝혀지고 나면 밝히지 못할 어둠이 없어 만 년이 일념(一念)이고 일념이 만 년이다. 철두철미하고 온전한 기틀[機]과 위대한 작용[用]은 비유하자면 장사가 팔을 굽히고 펼 때 다른 힘을 빌리지 않는 것과도 같으며, 생사의 허깨비가 영원히 소멸하고 금강의 참모습이 홀로 드러나 한 번 얻으면 영원히 얻어 끊어짐이 없다. 고금의 말씀[言敎]·기연(機緣)·공안(公案)·문답(問答)·작용(作用)이 모두 이 일을 온전히 밝힌 것이다.
오래도록 씻은 듯이 청정하게 실천하다 보면 자연히 어디에서나 근원을 만나 한 덩어리가 되리라. 듣지도 못했느냐. 법등(法燈)스님이 한 말을.
" 거친 밭에 들어가 가리지 않고 손 가는 대로 풀을 움켜쥐니 눈에 보이는 대로 기틀에 맞닿지 않는 것이 없다."
어찌 말하지 않으랴. 뿌리 없건만 살았고 흙을 떠났으나 자빠지질 않네. 매일 쓰면서도 모르는데 다시 어느 곳에서 찾으랴. 이 소식은 참으로 간절하고도 마땅하도다.
'원오심요(圓悟心要)' 카테고리의 다른 글
32. 수도하는 약허암주(若虛菴主)에게 주는 글 (0) | 2008.02.21 |
---|---|
31. 혜선인(慧禪人)에게 주는 글 (0) | 2008.02.21 |
29. 영부사에게 주는 글 (0) | 2008.02.21 |
28. 찬상인(璨上人)에게 주는 글 (0) | 2008.02.21 |
27. 찬상인(璨上人)에게 주는 글 (0) | 2008.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