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록(洞山錄)

2-34. 감변.시중

通達無我法者 2008. 2. 21. 21:12
 






2-34. 감변.시중


위독한 스님 하나가 스님을 뵈려 하기에 스님께서 그에게 갔다.

  "스님이시여, 무엇 때문에 중생을 구제하지 않습니까?"

  "그대는 어떤 중생이더냐?"

  "저는 대천제(大闡提)중생입니다."

  스님께서 잠자코 계시자 그가 말하였다.

  "사방에서 산이 밀어닥칠 땐 어찌합니까?"

  "나는 일전에 어떤 집 처마 밑을 지나왔다."

  "갔다 돌아왔습니까, 갔다 오지 않았습니까?"

  "갔다 오지 않았다."





  "저더러는 어느 곳으로 가라 하시렵니까?"

  "좁쌀 삼태기 속으로 가라."

  그 스님이 "허(噓)"하고 소리를 한 번 내더니 "안녕히 계십시오"하고 앉은

채로 입적(坐脫)하자 스님은 주장자로 머리를 세번 치면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그렇게 갈 줄만 알았을 뿐 이렇게 올 줄은 몰랐구나."



     소각 근(昭覺勤)스님은 말하였다.

     "행각하는 납자라면 누구나 이 한 건의 일을 투철히 해결하려 해야 한다. 이 중 

   은 이미 대천제 중생으로서 사방에서 산이 밀어 닥칠 때서야 바쁘게 손발을 허둥 

   댔다.  동산스님이 큰 자비를 가지고 그에게 한 가닥 길을 평평하게 터주지 않았 

   더라면 어떻게 이처럼 갈 줄 알았으랴.  그러므로 옛 사람은 말하기를, '임종할  

   즈음에 털끝만큼이라도 성인이다 범부다 하는 알음알이가 다하지 않는다면 노새 

   나 말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면치 못한다'하였던 것이다."

    동산스님이 말한, '나도 어떤 집 처마 밑을 지나왔다. 좁쌀 삼태기 안으로 가라' 

   했던 경우, 서로 맞서 사산(四山)을 막으면서 사산을 막지 않았다. 이쯤 되어서는 

   물통의 밑바닥이 쑥 빠져야 하리라. 말해보라. 동산스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알았느냐?

     금닭(金鷄)은 유리 껍질을 쪼아서 부수고, 옥토끼는 푸픈 바다문을 밀쳐 여는구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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