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기 16.
염관(鹽官)스님 회상에 어떤 스님은 불법이 있는 줄은 알면서도 소임을 맡
아 일하느라 수행을 못한 채 죽음에 이르렀다. 귀신 사자(鬼使)가 와서 잡아
가려 하니, 그가 말하되, "내가 소임을 보느라고 수행을 못했으니, 7일만 기
한을 주시오" 하였다. 사자가 대답하되 "내가 가서 염라대왕께 사뢰어 허락
하시면 7일 후에 다시 오고, 허락치 않으시면 곧 되돌아 올 것이다" 하였다.
7일 뒤에 사자가 다시 와서 찾으니 찾을 수 없었다.
스님께서 이 일을 이야기하시니 한 스님이 물었다.
"그가 왔을 때엔 어떻게 대꾸해야 됩니까?"
"벌써 그에게 들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