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대나무를 노래함 / 자득 혜휘(自得慧暉)선사
자득 혜휘(自得慧暉:1097~1182)선사가 장로사(長蘆寺)조조(祖照)스님의 회중에 있을 무렵, 대중 요사채에서 대나무를 가꾸다가 문득 송 한 수를 지었다.
그 높은 절개, 깊은 구름마저도 감추지 못해
그윽한 님, 작은 창가로 옮겨 심노라
신령한 뿌리 서기어린 입새 뭇사람 놀라게 하여
맑은 바람이 푸른 하늘에 돌게 하도다.
高絶深雲藏不得 幽人移向矮窓前
靈根瑞葉驚群目 將著淸風動碧天
이 송은 즉흥으로 우연히 지은 글이지만 사람들은 앞다투어 애송하였다. 만년에 유두사(乳竇寺)에 있을 때 그의 나이 이미 80여 세 고령이었지만 뜻밖에 칙명을 받들어 정자사(淨慈寺)의 주지가 되자 사람들은 모두가 그때 지은 `죽송(竹頌)'은 자신에 대한 예언이라 하였다. 이에 대중과 작별하면서 상당법문을 하였다.
한결같이 산중에 머문 지 40년
늙으막에 날마다 한가한 생각 뿐이었는데
오늘 아침 뜻밖에 군왕의 부름을 받아
학인들을 작별하고 옛 관문을 떠나가네.
구름은 무심히 산마루를 나가고
날개짓에 지친 새는 옛 둥지로 돌아온다.
득의양양 돌아올 뒷날에
솔바위 속에서 손님이니 주인이니 모두 잊으리.
一住山中四十年 老來無日不思閑
今朝誤被君王詔 珍重禪流出故關
雲無心而出岫 鳥倦飛而知還
他年得意歸來也 賓主相忘松石間
남병산(南屛山)에 와서 조동종(曹洞宗)의 종풍을 크게 일으키고 후일 설두산 쌍탑암(雙塔庵)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세상을 마칠 생각을 하였다. 과연 그가 떠나면서 한 말처럼 되었으니 이를 두고 `마음에 두고 있으면 뜻을 이룬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이른바 `마음에 잊지 않으면 그것이 곧 뜻이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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