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근본적인 수행의 태도는 무엇인가 ? |
살림살이를 하는 목적은 재물을 모으는 것이고, 몸을 수양하는 목적은 원기(元氣)를 기르는 데에 있다. 세상에는 근본을 튼튼하게 하지 않고 겉모양만 꾸미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잘못을 해도 보통 잘못하는 것이 아니다. 이웃집에 두 명의 아들이 있다고 하자. 한 사람은 건강하여 천 근을 들어도 무거운 줄 모르고 하루종일 일을 해도 피곤한 줄을 모른다. 그런데 다른 한 사람은 초췌하고 연약하여 일년내내 병석에 누워 있었다. 우연히도 의사가 두 사람의 맥을 짚었다. 그런데 놀라웁게도 의사는 건강한 사람에게 말하기를, "시맥(屍脈)을 범하면서 일을 하였으니, 몸은 비록 건장하나 맥이 병들어 머지 않아 죽을 것입니다" 하였고, 초췌하고 연약한 사람에게는, "6맥(六脈)이 화평해서 비록 몸은 병들었어도 맥이 건강하므로 곧 원래대로 회복할 것입니다" 고 하였다. 그랬더니 오래지 않아 과연 의사의 말처럼 되었다. 몸의 편안함과 위태로움은 맥에 달려 있고, 맥의 상태는 원기에 의해 좌우된다. 따라서 근본을 조심해야 한다. 내가 관찰해 보건대, 교종(敎宗) · 선종(禪宗) · 율종(律宗)의 세 종파가 도량을 세우고 전원(田園)을 모은 것은 마치 강한 나의 신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계 ·정 · 혜(戒定慧)의 세 무루학(無庄學)이 바로 나의 맥이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혼자 가만히 채찍질하고 은밀하게 단련하여 굳게 지키고 힘써 실천하지 않으면, 나의 맥은 머지 않아 병들 것이다. 옛날 우리 불교가 3무1종(三武一宗)의 폐불(廢佛) 사건을 만났던 것은 내 몸이 병들은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다가 이윽고 계 · 정 · 혜의 근본 맥이 뛰게 되자 살아날 가망이 생겼다. 그 뒤 오래지 않아서 병은 사라지고 몸은 더욱 건강해졌다. 이것은 근본이 견고했던 것을 증험한 사실이다. 아아! 그 근본을 견고하게 하려고 하지 않는 자는 외호(外護)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거기에 문채를 더하여 수식까지 하지만, 이것은 맥과 원기가 깎이고 상하면 생명이 오래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짓이다. 또한 이것은 재앙이 어느날 갑자기 발생하는 것을 모르는 짓이다. 이것이야말로 매우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한 사나이가 100묘의 전답을 경작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협조를 구했다. 속담에서는 이것을 반공(伴工)이라 부른다. 상대방이 내 농사일을 돕는 것은 쉽지만, 내가 보답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훗날 보답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먼저 쉽게 도움을 구하지 말아야 한다. 옛 사람들은 말하기를, "급히 길러낸 인물은 반드시 요절하고, 급히 쌓은 공로는 반드시 쉽게 무너진다" 고 하였다. 천하의 일이 처음이 쉽지 않으면 뒤에는 그렇게 어렵지 않듯이, 처음에 어려움이 없으면 나중에는 오히려 처음처럼 쉽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맹자(孟子)는, "하늘이 이 사람에게 중대한 책임을 내리려면 반드시 먼저 그 사람의 심지(心圍)를 괴롭히고, 그 근육과 뼈를 수고롭게 하며, 그 몸과 살을 굶주리게 한다" 고 하였다. 어려움과 쉬움을 분명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어려움과 쉬움의 이치는 저절로 드러났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 이치에 어두운 사람은 쉬운 쪽을 추구할 뿐, 일에 임할 때 경중(輕重)의 분수가 없다. 그런 사람은 쉽고 간단한 것만 약삭빠르게 하려 한다. 그리고는 성공을 하게 되면 마음에는 승리감이 넘치고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하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쉬운 일은 없어지고 어려운 일을 만나면, 그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여 의롭지 못한 행동에 쉽게 빠진다. 그러나 이치에 통달한 인재는 보통 사람의 행동과는 다르다. 비록 어렵더라도 순순히 받아들이고, 쉬운 일도 조심해서 처리한다. 쉬운 일을 조심해서 할 수 있다면 구차하게 얻겠다는 얼굴을 할 필요도 없으며, 어려움도 순수하게 받아들인다면 피하려 괴로운 몸짓을 할 필요도 없으리라. 나의 천진한 성품이 희로득실(喜怒得失)에 혼란이 되지 않으면, 도는 그 가운데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노자(老子)는 말하기를, "쉬움이 많으면, 반드시 어려움이 많다" 고 하였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쉬운 것만 숭상하고 어려운 것은 등지는 경우가 많다. 혹 거들떠 볼만한 이치가 없다면 성인의 말씀도 모두 헛소리가 될 것이다. 깊이 생각하고 생각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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