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시비를 따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 |
아무리 작은 털끝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도 자기의 눈이 깜짝거리는 것은 스스로 보지 못하며, 천 근의 무게를 드는 사람도 자기 몸은 들지 못한다. 옛 사람의 이 비유는 다른 사람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쉽지만, 자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데는 어두운 폐단을 잘 말해주는 말이다. 친구들과 이 문제를 의론했는데, 손님 중에 그때의 그 문제를 장황하게 늘어 놓으면서 탄식을 하며 상을 찌푸리는 자가 있었다. 그리고는 이런 질문을 하였다. "인심은 옛과 같지 않고 세상의 도덕은 날로 문란해져 갑니다. 그런데도 삼백이나 오백씩 대중을 모아 큰 건물을 짓고 예의를 극진히 하는 곳이 많습니다. 그러나 자기의 주장대로 일이 되지 않거나, 자기가 주장하는 말에 대꾸하지 않으면 매우 분노해서 원수보다 더 심하게 굽니다. 그 많은 손님을 대하는 주지는 쩔쩔매며 뒷바라지를 하는데, 그 모습은 마치 봄날 살얼음을 밟듯, 호랑이 꼬리를 밟듯 조심합니다. 이렇게 해서야 어디 해탈을 기대할 수 있겠읍니까? 옛날 총림에서는 윗 사람과 아랫 사람이 서로에게 간섭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여풍(餘風)은 지금에 와서는 다시 보지 못하겠군요." 내가 대답했다. "그대의 말은 지나치십니다. 그대는 다음과 같은 말을 듣지 못했습니까? 옛 가르침에 `제가 사는 지역에 인연이 있으면 믿기 쉽고, 법에 인연이 있으면 들어가기 쉽다'고 하였습니다. 어떻게 고금(古今)과 정법(正法)·상법(像法)의 구분이 있겠습니까? 가령 나에게 인연과 복이 없으면 수백 년전 수행하던 대중과 함께 살더라도 옛 사람이 또한 지금 사람과 같을 것입니다. 인심은 좋고 나쁜 것이 없습니다. 좋고 나쁨은 단지 내 인연에 있을 뿐입니다. 나에게 인연과 복이 있으면 천마외도(天魔外道)라 해도 도리어 나를 보호하는 무리가 됩니다. 그러니 어떻게 순종하지 않을 재간이 있겠습니까? 이것을 두고 이른바 `인연을 만나면 과보를 스스로가 받는다'고 한 것입니다. 인심이 좋은 것도 과보이며, 그렇지 못한 것도 또한 과보로서 모두가 자업(自業)이 빚어낸 것입니다. 어찌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만들 수 있겠습니까?" 이 말을 듣고는 수긍하면서 물러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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