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碧巖錄)

제71칙 오봉의 목도 입도 막은뒤〔五峰倂却〕

通達無我法者 2008. 3. 3. 11:09
 

 

 

제71칙1) 오봉의 목도 입도 막은뒤〔五峰倂却〕



(본칙)

백장스님이 다시 오봉스님에게 물었다.

“목구멍과 입술을 막고 어떻게 말하겠느냐?”

-껄껄껄. 화살이 아득하게 신라쪽으로 지나가버려 종적도 없군.


“스님도 막아야 합니다.”

-대장기와 북을 불쑥 빼앗아버렸다. 한 구절로 많은 얘기를 끊어버리니 모든 일이 잠잠하구나.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이마에 손을 얹고 그대를 바라보겠다.”

-땅은 드넓은데 사람은 드무니 만나는 사람이 적다.

(이 공안은 권제7 끝의 공안〔제70칙〕과 함께 보라.


(평창)

위산스님은 자기의 영역을 굳건히 지켰고, 오봉스님은 많은 이야기를 꽉 끊어버렸다. ‘이   일’은 요컨대 이러한 자만 그 자리에서 대뜸 드러낼수 있다. 마치 달리는 말 앞에서 승부를 겨루는 것처럼 머뭇거림을 용납하지 않고 대뜸 긴급하고 신속하고 드높게 처리했다. 이는 드넓으며 도도한 위산스님의 경지와는 다르다.

요즈음 선객들은 (상대의) 기합 소리에 눌려 상대의 기봉으로부터 벗어나질 못한다. 그러므로 “자기 스스로 간절히 얻고자 하면 물음을 가지고 묻지 말라”고 하였다.

오봉스님의 답은 그 자리에서 대뜸 끊어버려 통쾌하고 준수하였다. 백장은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이마에 손을 얹고 그대를 바라보겠다”고 하였는데, 말해보라, 이는 그를 긍정한 것인가, 아닌가? 이는 죽인 것인가 살린 것인가? 매끄럽게 굴러가는 그를 보고서 그에게 밝혀준 것이다. 설두스님의 송은 다음과 같다.


(송)

스님도 버리소서.

-이미 말 이전에 있다. 많은 사랑분별을 끊어버렸다.


용사진(龍蛇陳) 진법을 무찌르는 재주를 보았었네.

-모름지기 대장군이어야 비로소 일곱 가지 무기〔弓․矢․刀․劍․甲․冑․戈〕를 마음대로 다룰 줄 알 것이다. 전투에 익숙한 작가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길이 이광(李廣) 장군을 생각케 하노니

-오묘한 솜씨만 있을 뿐 잡다한 것은 없다. 말 한 필, 창 하나면 된다. 천리 만 리라도 단숨이지. 천 사람 만 사람 속에 오직 한 사람만이 그럴 수 있군.


만 리 하늘가에 독수리 한 마리 떨어진다.

-대중은 보았느냐. 말해보라, 어느 곳에 떨어졌느냐. 적중했다. (원오스님은) 치면서 말한다.  날아가버렸다.


(평창)

“스님도 버리소서”라는 것은 설두스님이 이 한마디로 한 번 내지른 것이다. 이어서 말하기를 “용사진(龍蛇陳) 진법을 무찌르는 재주를 보았었다”고 하였다. 이는 마치 양편에 진영을 배치하고서 갑자기 나갔다 들어왔다 하면서 종횡무진하며 싸우는 장군의 솜씨와도 같다. 뛰어난 지략이 있는 장수는 한 필 말에 창 하나를 들고 용사진을 자유로이 넘나든다. 그대가 어떻게 그를 포위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러한 지략이 있는 줄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설두스님의 이 세 구절의 송은 모두가 그같은 경지 속에 나아가 이처럼 말한 것이다. 이는 전한(前漢) 시대의 명장 이광(李廣)의 신비한 화살〔神箭〕과 흡사하다.

“만 리 하늘가에 독수리 한 마리 떨어진다”는 것은, 화살 한 개를 뽑아서 쏘았다 하면 반드시 독수리 한 마리가 떨어지는 것은 기정 사실로서, 결코 놓치는 일이 없음을 말한 것이다. 설두스님은, 백장스님이 물은 곳은 한 마리 수리와 같고, 오봉스님의 답은 한 화살과 같음을 노래한 것이다. 그러나 산승은 오봉스님만을 찬탄하노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온몸이 진흙과 물에 들어가버린 것이다.

1)제71칙에는 〔수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