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추회요(冥樞會要)

145. 허공을 의지한다

通達無我法者 2008. 3. 5. 15:22
 

허공을 의지한다

 

42-12-145 首楞嚴經云 如第四禪無聞比丘 妄言證聖 天報已畢 衰相現前 謗阿羅漢 身遭後有 墮阿鼻獄 又云 善星妄說一切法空 生身陷入阿鼻地獄. 故知 若未入宗鏡 先悟實相眞心 假饒大辯神通 長劫禪誦 終不免斯咎. 若達此旨 凡所施爲 擧足下足 自然不離一心涅槃之道. 如月上女經云 舍利弗告月上女言 汝於今者 欲何所去. 月上女報言 汝問今欲向何所去者 我今亦如舍利弗去 作如是去耳.



ꡔ수능엄경ꡕ에서 “색계의 네 번째 선정에 들어갔던 무문 비구가 부처님의 경지를 증득하였다고 망언하다가 천상의 과보가 끝나자 초라한 모습이 되어, 아라한을 비방한 과보로 뒷날 아비지옥에 떨어졌다”고 하였다. 또 “선성 비구가 일체 모든 법이 공()하다고 허망하게 설하다가 산 채로 아비지옥에 떨어졌다”고도 하였다.

그러므로 알라. 만약 종경에 들어가 먼저 진실한 모습인 참마음을 깨닫지 않는다면 설사 큰 변재와 신통이 있어 오랜 세월 선에 관한 구절을 암송하더라도 끝내 아비지옥에 들어가는 허물을 면치 못할 것이다.

만약 이 종지를 통달한다면 일상생활에 베풀어지는 모든 행위가 자연히 하나의 마음인 열반의 도리를 벗어나지 않으리니, 이것은 ꡔ월상녀경ꡕ에서 사리불과 월상녀가 문답한 다음 내용과 같다.


사리불 : 당신은 지금 어디에 가시려고 합니까.


월상녀 : 사리불 존자께서 지금 어디 가느냐고 묻는다면, 제가 지금 사리불 존자께서 가는 것과 같이 이렇게 가고 있습니다.

舍利弗報月上女言 我今欲入 毘耶離城 汝於今者 乃從彼出 云何報言 我今乃如舍利弗去 作如是去. 爾時 月上女復報舍利弗言 然舍利弗擧足下足 凡依何處. 舍利弗言 我擧足下足 並依虛空. 女報言 我亦如是 擧足下足 悉依虛空 而虛空界不作分別 是故 我言亦如舍利弗去 作如是去耳. 女言舍利弗 此事且黙 今舍利弗行 何行. 舍利弗言 我向涅槃 如是行也.



사리불 : 나는 지금 비야리성에 들어가려 하고, 당신은 지금 거기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가는 것과 같이 가고 있다고 말합니까.


월상녀 : 그렇다면 사리불 존자시여, 존자께서 가시면서 발을 들고 내리는 것은 어떤 곳에 의지하여 그러는 것입니까.


사리불 : 내가 길을 가면서 발을 들고 내리는 것은 모두 허공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월상녀 : 저 또한 그와 같습니다. 발을 들고 내리는 것이 모두 허공을 의지하고 있으나, 허공계는 분별하지 않습니다. 이런 까닭에 저 또한 사리불 존자가 가고 있는 것과 같이 똑같이 가고 있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이 말에 사리불은 아무 말이 없었다). 이 일에 대해서 아무 말씀이 없으시니, 지금 사리불 존자께서 하시는 수행은 어떤 수행입니까.


사리불 : 나는 열반을 향하여 가기 때문에 이와 같은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月上女言 舍利弗 一切諸法 豈不向涅槃行也 我今者 亦向行也. 舍利弗問月上 若一切法向涅槃者 汝今云何不滅度. 月上女言 舍利弗 若向涅槃卽不滅度 何以故 其涅槃行 不生不滅 不可得見 體無分別 無可滅度者. 釋曰. 其涅槃行 不生不滅者 卽自心無生之義. 縱千途出沒 靡離涅槃之門 任萬法縱橫 豈越無生之道.



월상녀 : 사리불이여, 일체 모든 법이 어찌 열반을 향하여 가지 않겠습니까. 저 또한 지금 열반을 향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사리불 : 일체 모든 법이 열반을 향한다면 당신은 무엇 때문에 지금 열반에 들어가지 않습니까.


월상녀 : 사리불이여, 만약 열반으로 향한다면 곧 열반에 들어가지 않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열반에 가는 것은 불생불멸로 볼 수 없으며, 열반의 바탕은 분별이 없으므로 멸도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문답을 풀이하여 보겠다. 열반에 가는 것이 불생불멸이라 함은 곧 자기 마음에서 생겨날 것이 없다는 이치이다. 설사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거나 사라지더라도 열반을 벗어난 것이 아니며, 만 가지 법이 종횡하는 것에 맡기더라도 어찌 무생(無生)의 도를 초월할 수 있겠는가.



故法華經偈云 佛子住此地 卽是佛受用 常在於其中 經行及坐臥.



그러므로 ꡔ법화경ꡕ 게송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불자가 이 경지에 머문다며는

   모든 것이 부처님의 복 수용이니

   언제나 그 가운데 살고 있어서

   가고 오고 앉고 눕고 한가로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