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4. 고승전을 편집하는 태도 / 몽당 담악(夢堂曇噩)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3. 5. 21:07
 

 

 

4. 고승전을 편집하는 태도 / 몽당 담악(夢堂曇噩)스님


몽당 담악(夢堂曇噩)스님이 진(晋)․당(唐)․송(宋) 삼대의 “고승전”을 다시 편수하면서 종전의 십과(十科)를 육학(六學)으로 바꾸었다. 그 중 “선학(禪學)”의 이조 혜가조사(二祖 慧可祖師)가 팔을 끊고 법을 구했다는 고사가 기재되어 있는 선종의 서적은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유독 도선(道宣)율사만은 이렇게 말했다.

”혜가스님이 도적을 만나 팔을 잘린 것인데 함께 살았던 임(琳)법사마저도 오히려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임법사 또한 도적에게 팔을 잘리자 혜가대사는 그를 감싸안고 치료했는데 그의 몸 움직임이 불편한 것을 보고서 임법사가 이상하게 여기자 이 일로 혜가조사는 “네가 어떻게 나에게도 팔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느냐'고 하였다.”

몽당스님이 이 말을 “고승전”에 인용하려고 하자, 그 당시 나는 그에게 말하였다.

”혜가대사는 불법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깊은 눈 속에서 시체처럼 꼿꼿이 서 있었다. 그는 목숨도 아끼지 않았는데 더구나 한 쪽 팔이겠는가? 참으로 팔을 자르는 일이란 사람으로 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요즘 세상에서도 거친 성깔을 지닌 졸장부들도 이따금씩 자기의 팔을 자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대사께서는 법을 위하여 일신을 잊고 마음가짐이 간절했는데 이것쯤이야 하지 못할 턱이 있었겠는가. 설령 모든 사실이 율사의 말대로라고 한다면 어떻게 도적이 사람을 살상하는데 팔뚝 하나만을 자르는 데 그쳤겠는가? 그리고 이미 팔이 잘렸다면 함께 사는 사람마저 이 사실을 모를 턱이 있었겠으며, 또한 어떻게 잘린 팔을 가지고서 다른 사람을 감싸주고 치료할 수 있었겠는가? 이는 결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도선율사는 살아 있는 보살이랄 수 있는데 그가 어찌 거짓말을 했겠는가?”

”도선율사가 전하는 “인물전”이란 도선율사 자신이 낱낱이 그들의 행적을 목격한 것이 아니라 필시 다른 사람이 채록한 사적에 근거한 것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남이 채록하는 과정에서 와전될 수 있다는 것이지 도선율사가 선종과 율종이 다르다 하여 거짓을 조작한 것은 아니다. 내 말이 틀림없을 것이다. 또한 확신할 수 있는 일은 확신있게 전하고 의심스러운 일은 의심스러운대로 전하자는 뜻도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후세에 의견을 달리하는 자들이 함부로 뜯어 고치고서 율사의 말을 빌어 세인의 믿음을 얻으려고 들 것이다.”

몽당스님은 이 말을 수긍하고 이 이야기를 “전등록”에 근거하여 “고승전”에 수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