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성철스님] 본지풍광(本地風光) / 도적이야 도적이야

通達無我法者 2008. 3. 7. 11:42

 

 

 

본지풍광(本地風光) / 도적이야 도적이야

삼세의 모든 부처님도 이 도적이요
역대의 모든 조사들도 이 도적이니
홈친 물건이 어느 곳에 있느냐?

스님께서 한참 묵묵한 뒤에 말씀하셨다.
영산에선 푸른 연꽃을 높이 들고
뜰 앞엔 잣나무가 길이 무성하네.

* 보화菩化 산성散聲이 밤에도 밝은 부적을 거꾸로 쥐고 임제희상에 드나들며 집안을 요란하게 하였다.
어느날 절 안에서 생채를 먹고 있는 것을 *임제스님이 보고 말했다.
‘이놈이 꼭 한 마리 나귀 같구나.’
그러자 보화스님이 갑자기 나귀 울음 소리를 내었다. 다시 임제스님이 말했다.‘이 도적놈아!”보화스님도 다시 이렇게 말하고 나가 버렸다. “도적놈아! 도적놈아!”

임제스님 당시에 보화 존자라는 스님이 계셨습니다. 보화스님은 마조스님의 제자 되는 반산 보적 선사의 법제자였습니다. 보적스님께서 돌아가실 때 대중 스님들에게 너희들 모두 내 모습을 그려 오너라”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대중들이 보적스님의 영정을 한 장씩 그려 바치니 “모두 내 모습이 아니라 하고 물리쳤습니다. 그러자 보화 존자가 보적스님 앞으로 나오더니 공중 제비를 한 바퀴 돌고는 나가 버렸습니다. 이런 모양을 바라보던 보적스님께서 “저 미친 놈 이 다음에 네거리에 서서 바람도 두드리고 비도 두드리고 미친 짓을 많이 할 것이다 하고는 돌아가셨습니다. 과연 그 뒤 보화스님은 기상천외한 일을 저지르며 임제스님을 도와서 종풍을 크게 떨치었다고 합니다. 임제스님과의 법거량 가운데 한가지 법담입니다.

스님께서 이 법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착어하셨다.

원수가 아니면 머리를 모으지 않느니라.

앞에서 말한 ‘도적놈’이라는 뜻을 바로 알려면 내가 말한 원수가 아니면 서로 머리를 맞대지 아니한다는 그 말의 뜻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 해인 신선사가 송하였다.
역순의 기틀에 어느 것이 정正이며 사牙냐?
결국 모름지기 이 본행가本行家일세.
진흙과 물이 화합함을 아는 사람 없으니
온 집안에 무쇠 나무 꽃 향기가 가득하도다.

스님께서 이 법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착어하셨다.

만약 이 송의 뜻을 알면, 다음 송의 뜻을 문득 알 것이다.
동쪽 집에서는 등불을 밝히고
서쪽 집에서는 캄캄하게 앉아 있네.

이 게송의 뜻을 바로 알면 앞에서 법문 한 ‘도적놈 도적놈’이라고 한 그 법문의 뜻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 향엄스님이 법문하였다. 어떤 사람이 나무에 올라 갔는데 입으로는 가지를 물고, 손으로 가지를 잡지도 않고 발로 나무를 밟지 않았다 고 하자. 그때 맨 밑에서 어떤 사람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을 물으니 대답하지 않으면 그 사람의 물음에 어긋나고, 대답하면 곧 상신실명喪身失命하리니, 이러한 때를 당하여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스님께서 이 법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착어하셨다.

천賤함을 만나면 귀貴하다.

“그때에 호두 상좌가 나서며 물었다. 나무에 올라가는 것은 제가 묻지 않거니와, 나무에 올라가지 않았을 때에 스님은 한 말씀 해주십시오”

스님께서 이 법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착어하셨다.

귀함을 만나면 천하다.

이에 향엄스님이 허허 ! 하고 크케 웃었다.

스님께서 이 법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착어하셨다.

뱀의 마음에 부처의 입이로다.

향엄스님은 위산 영우스님의 제자입니다. 위산스님 문하에 오기 전에는 백장 회해스님 밑에서 정진했습니다. 향엄스님은 총명이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나 하나를 들으면 백 가지를 알고 한번 들으면 천 가지를 이해하는 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지로 공부는 그 총명 때문에 이루지 못하고 백장스님이 돌아가신 뒤에 위산스님에게 와서 의탁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위산스님이 불러서 “부모가 낳아주시기 전의 너의 본래 면목이 무엇이냐”고 묻는 말에 무어라 대답해 보려고 해도 대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방으로 돌아와서 온갖 서적을 뒤지고 생각을 해 보아도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안다고 재잘거리던 언변으로는 종문사宗門事를 밝힐 수 없음을 깊이 뉘우치고 자기가 가지고 있던 서적이나 필묵을 모두 불사르고 참으로 도를 깨쳐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행각에 나셨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남양의 혜충국사비가 있는 옛 절을 찾아가서 그 곳에 토굴을 짓고 몇 해를 위산스님의 물음에 답하려고 골몰하였습니다. 그러다가 하루는 기와 조각을 주워서 대밭으로 던졌는데 기와조각이 대나무에 딱 하고 부딛치는 그 소리에 홀연히 부모님이 낳아 주시기 전의 너의 본래 면목이 무엇이냐는 화두를 깨쳐 확철대오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돌아와 위산스님에게 법거량을 하고 게송을 올려 인가를 받았습니다. 그 뒤에 향엄스님이 개당하여 법문하려고 할 때 위산스님이 주장자를 보냈습니다. 그러자 주장자를 척 받고서는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울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스님이 “큰스님께서 법주장자를 보냈는데 울기는 왜 우십니까? 하니 “봄에 겨울의 명령을 행하라”고 하였습니다. 그것이 향엄스님의 법 쓰는 근본 수단입니다. 이 법문도 향엄스님의 법문입니다.

뒷날 설두 선사가 이를 들추어 말하였다.
나무 위에서는 말하기 쉽고 나무 밑에서는 말하기 어렵구나.
노승이 나무에 올라가니 와서 한번 물어보라.

향엄스님과는 반대로 말함이니 그 말 속에 설두스님의 깊은 뜻이 있습니다.

스님께서 이 법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착어하셨다 .

*이광李廣의 신기한 재주가 푸른 하늘을 뚫고 나가니 한 화살에 독수리 두 마리라도 신기하지 않도다.

여기에서 그 근본 뜻이 어디 있느냐 하면 한 화살에 독수리 두 마리라는 말에 있으니 대중들은 잘 살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개암 붕선사가 앞의 향엄스님의 법문 중에서 “.....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하는 구절 끝에 적賊이라고 한자 쓰고, 호두상좌가 “스님은 한 말씀 해 주십시요?” 하는 구절 끝에 적이라고 한자 쓰고, 설두스님의 “..... 와서 한번 물어보라” 하는 구절 끝에 적이라고 한자 쓰고 말했다.
“이 세 도적 가운데 한 사람은 훔친 도적이요, 한 사람은 도적에게 사다리를 놓아 주었고 한 사람은 땅에 앉아 훔친 물건을 나누니 말해 보라, 누가 진짜 도적이요”

대중들이여, 만약 누구든지 가려내면 그대에게 칠천팔혈七穿八穴함을 허락하리니 어떠한가?

스님께서 한참 묵묵한 뒤에 말씀하셨다.

나는 용은 뿔을 잃고 푸른 바다에 들어가고
사나운 범은 뿔을 이고 거칠은 풀 속에서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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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註
•보화菩化/생몰년대生沒年代 미상. 반산 보적 법사, 남악하 3세
•임제臨濟 의현羲玄/?~867. 임제종 개조. 황벽희운의 법사. 남악하 4세 어록의 왕이라 청송 듣는 이 있다.
•해인海印 초신超信/송대의 사람, 생물연대 미상. 임제종, 낭야 혜각의 법사. 남악하 십일세.
•향엄香嚴지한智閑/?~898. 위앙종, 위산 영우의 법사, 남악하 사세.
•이광李廣/전한 효문제 때의 활 잘 쏘는 사람. 황제는 그를 비기장군으로 대하였다.
•개암介庵 붕朋/생물 연대 미상. 「선문염송집」에 그 이름이 나오나 전기 불명.
•칠천팔혈七穿八穴/사방팔면으로 구멍을 뚫는 것. 법에 있어서 통하지 않는 곳이 없이 무의자재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