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성철스님] 본지풍광(本地風光) / 영정에 공양 올릴 때

通達無我法者 2008. 3. 7. 13:36

 

 

 

본지풍광(本地風光) / 영정에 공양 올릴 때

금까마귀는 날고 옥토끼 달아나니
삼삼구구三三九九는 팔십일八十一이요
푸른 산봉우리 높고 붉은 노을 깊으니
양양쌍쌍 兩兩雙雙은 무리를 이루지 못한다
불 속 목우木牛는 범을 삼키고
구름 위 철마鐵馬는 누른 학을 놓아 버린다
삼황三皇과 오제五帝는 이 어떤 사람인가
촌 늙은이 취하여 태평가를 춤춘다

여기에서 확철히 깨쳐 남음이 없으면 오늘 영가靈駕의 본래 면목을 밝게 알 뿐만 아니라 삼세의 모든 부처님과 역대의 모든 조사의 본래 면목도 모두 알게 될 것이나, 그렇지 못하면 다시 둘째의 가시덤불이 있다.

동산 양개선사가 운암스님의 진영에 공양 올릴 때에 어떤 중이 물었다.
“운암스님께서 말씀하시되, ‘다만 이것이다’고 하셨는데, 그 뜻이 어떠합니까?”
“내가 그때 선사의 뜻을 잘못 알 뻔 하였느니라.”
“운암스님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까, 몰랐습니까?”
“만약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으면 어찌 이렇게 말씀하실줄 알며, 만일 ‘있다’ 는 것을 알았다면 어찌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겠느냐?”

동산 양개화상이 당신 스님되시는 운암스님이 돌아가시게 되었을 때 물은 기연입니다. “스님께서 만일 돌아가신 뒤에 누가 있어서 스님의 영정을 그리라고 하면 어떻게 그리면 되겠습니까”하고 물으니 운암스님께서 아무 말도 아니 하고 한참 있다가. “지저시只這是, 다만 이것이니라”고 말씀한 법문을 가지고 한 스님이 동산스님에게 물은 것입니다.
스님께서 이 법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착어하셨다.
밝은 달은 구름과 더불어 희고
솔바람 소리는 이슬 머금어 차구나.
이 게송의 뜻을 알면 동산스님이 말씀한 앞 법문의 뜻을 알 수 있습니다.

천동 각선사가 송하였다.
“어찌 이렇게 말할 줄 알리오”함이여
오경에 닭이 우니 집앞이 밝아지고
“어찌 이렇게 말할수 있으리오”함이여
천 년 묵은 학이 구름과 소나무와 더불어 늙는다.
보배 거울 맑고 밝으니 정正과 편偏을 증험하고
옥玉의 기틀이 구르고 도니 겸兼과 도到를 본다.
문풍門風이 크게 떨침이여 법규가 면면綿綿하고
부자가 변통變通함이여 소리와 빛이 넓고 넓다.
스님께서 이 법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착어하셨다.

여기에서 깨쳐 알면 오늘 영가의 회광자재回光自在를 밝게 알 것이며, 또한 부처와 조사의 회광자재를 알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다시 섯째의 칡덩굴이 있다.
임제스님이 황벽스님에게 육십방六十榜을 아프게 맞고 대우스님의 말 끝에 깨닫고 나서 문득 말하되,
“황벽의 불법이 보잘것 없구나” 하며 대우스님에게 다시 세 번 주먹질하였다. 이 무슨 도리인가?
선종 가운데서도 임제종이라 하면 가장 뛰어난 대표적인 종인데 그 개조되는 임제 의현스님이 법을 깨친 기연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하겠습니다. 임제스님이 황벽스님 밑에 와서 여러 해 동안 아주 열심히 정진을 잘했습니다. 그때 수좌로서 목주스님이 계셨는데, 임제스님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기특히 생각하며 하루는 임제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여기 온지 몇 해나 되는가?”
“삼 년째됩니다.”
“그러면 그 동안 방장스님에게 법을 물어 본 적이 있는가?’
”없습니다. 법을 물어 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떻게 물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내일은 방장 스님에게 가서 어떤 것이 불법의 긴절한 뜻입니까, 하고 물어 보시오” 하고 목주스님이 일러주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목주스님이 시킨대로 위의를 갖추고 방장실로 가서 황벽스님께 세 번 절하고 ‘어떤 것이 불법의 긴절한 뜻입니까”여쭈니, 황벽스님께서 한 마디 대답도 없이 다짜고짜 몽둥이로 스무 대나 때려 주었습니다. 사흘 동안 세 번을 찾아가 물었는데 그렇게 다짜고짜 스무 대씩 몽둥이만 맞고 아무 소득 없이 방장실을 물러났습니다. “어떤 것이 불법의 긴절한 뜻입니까” 하고 묻기만 했는데 속절없이 매만 맞았는데, 어째서 때리는지 이것도 알 수 없고 공연히 가서 몽둥이만 맞고 몸뚱이만 상했다는 억울한 생각이 들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 황벽스님과는 인연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딴 곳으로 떠나려고 하였습니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목주스님께서 “자네가 기어이 딴 곳으로 가려고 하면 방장 스님에게 가서 인사나 드리고 가시게” 하고 일러 두고는 황벽스님에게 가서 “그 젊은 스님이 후배이나 앞으로 큰 그릇이 될 사람이니 떠난다고 오거든 큰스님께서 잘 일러 주십시요” 하고 미리 부탁을 드려 두었습니다.

다음날 임제스님이 하직하고자 방장실로 들리니 황벽스님께서 “너는 딴 곳으로 가지 말고 고한에 대우라는 스님이 계시니 그 스님을 찾아가 뵙도록 하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임제스님은 바로 대우스님을 찾아갔습니다.
대우스님을 찾아가 뵈오니
“너는 어디서 오느냐?”
“황벽에서 왔습니다.”
“황벽스님이 요사이는 법문을 어떻게 하더냐.”
“글쎄요 법문을 어떻게 하시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다만 제가‘어떤 것이 불법의 긴절한뜻입니까’ 하고 사흘동안 세 번 찾아가 물었는데 아무 말도 없이 다짜고짜 매번 스무 대씩 몽둥이질만 하였습니다. 그런데 나에게 무슨 허물이 있어 때리는지 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어째서 나를 인정사정 없이 때리는 것입니까?’
“이 망할 놈의 지식아! 황벽스님이 너를 위해서 노파 심절로 법을 설해 주었는데 여기까지 와서 기껏 허물이 있느니 없느니 그런 쓰잘데 없는 말이나 지껄여” 하고 꾸짖는 대우스님의 말끝에 임제스님이 확철히 깨쳤습니다.
임제스님이 그렇게 깨치고나서 “허허! 황벽스님의 불법이란 보잘 것 없구나” 하였습니다. 바로 앞까지는 캄캄해서 무엇이 무엇인 줄 몰라 두들겨 맞기만 하였는데, 이제 깨쳐, 알고 보니 황벽스님의 그 불법이란 게 아무것도 아니더라. 아무것도 아닌 그것을 가지고 사람을 아프도록 몽둥이질만 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 보고 있던 대우스님이 임제스님의 멱살을 두손으로 꽉 잡고“이 미친 놈아 아까는 와서 무슨 허물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고 징징 짜는 소리를 하더니 이제는 또 황벽의 불법이 보잘 것 없다고 하다니 너는 참 모를 놈이다”하고 잡아 흔드니, 임제스님은 대우스님의 옆구리를 세 번 쥐어박았습니다. 그러자 대우스님이 “너의 스승은 황벽이지 내가 아니다. 그러니 황벽으로 돌아가라” 하며 잡았던 멱살을 풀며 밀쳐 버렸습니다.
이제 확철대오한 임제스님이 다시 황벽스님에게 돌아오니 “이 미친 놈이 쓸데없이 왜 왔다 갔다 하느냐”고 힐란하니 임제스님은“참으로 스님의 노파심절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라고 하였습니다. 황벽스님이 가만히 보니 대우스님에게 가서 무슨 소득이 있는 줄 아시고, “이 대우 늙은이가 오면 당장 뼈를 분질러 놓아야겠다”고 하니 임제스님은 ”이 다음에 오길 기다릴 것 없이 지금 당장 맞아 보라”고 하고서는 황벽스님의 뺨을 철썩 갈겨 버렸습니다. 그러자 황벽스님이 시자를 불러 “호랑이 수염을 건드리는 이 미친 놈을 끄집어 내버려라” 하고 호통을 쳤습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황벽스님과 임제스님의 기연입니다.

스님께서 억 ! 하고 할을 한 번 하시고, 이 법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착어하셨다.

삼산三山은 반쯤 푸른 하늘 밖에 솟아 있고
두 강물은 백로주白鷺州에서 나누어졌네

백운 단선사가 송하였다.
한 주먹으로 황학루黃轉賽를 쳐 엎어 버리고
한 번 차서 앵무주鸚鵡州를 뒤집어 엎네.
의기意氣가 있을 때에 의기를 더하고
풍류 風流가 아닌 곳이 또한 좋은 풍류로다.

스님께서 이 법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착어하셨다.

이는 오늘 영가의 신기묘용神機妙用이며 , 또한 부처와 조사의 신기묘용이다. 이러니 곧 오늘 영가가 필경 어느 곳에서 안심입명安心入命하는가?

한참 묵묵한 뒤에 말씀하였다.

소리와 운율이 낙낙 落落하여 대천세계를 뒤흔드니
비로자나 이마 위에서 백호광白毫光을 놓는구나.

주註
*삼황오제(三皇五帝)/중국 상고시대 신화 속의 천자들, 여러 설이 있음. 삼황은 하늘을 다스리는 수인씨(遂人氏), 사람을 다스리는 복희씨(伏羲氏), 땅을 다스리는 신농(神農)씨, 오제는 사기에 따르면 황제(黃帝), 전욱(顚頊), 제곡(帝鵠), 당뇨 (唐堯), 우순(虞舜)이라 함.
*동산 양개(洞山良介)/807∼869, 조동종(曹洞宗) 개조(開祖), 운암 담성의 법사(法嗣), 청원하(靑原下) 사세(四世). 「보경삼매가」,「동산어록」1권이 있음.
*운암담성(雲巖曇晟)/782∼841. 약산 유엄의 법사, 청원하 삼세.
*지저시(只這是)/동산스님이 운암스님을 하직하면서, “백 년 뒤에 누가 스님의 진영을 그릴 수 있느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까요” 하니 운암이 “그에게 말하되 ‘다만 이것이다’ 하라”고 대답했다. 동산이 그때 그 뜻을 확실히 알지 못하였는데 뒤에 물을 건너다가 문득 물 속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보고 대오하였다함.
*천동정각(天童正覺)/1091∼1157. 조동종 단하 자순의 법사, 청원하 십삼세. 굉지는 그 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