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성철스님] 본지풍광(本地風光) / 복숭아 꽃을 보고

通達無我法者 2008. 3. 7. 13:39

 

 

 

본지풍광(本地風光) / 복숭아 꽃을 보고



복숭아꽃 붉고 오얏꽃 희니
벌은 분주히 날고 나비는 어지럽게 춤춘다
앞도 삼삼三三0|요 뒤도 삼섬 三三이여
문수는 오고 보현은 가도다
석가 늙은이 마당 가운데에 서니
두 눈 먼 문지기 귀신이 성을내며 쫓아낸다.
허허허 ! 아는가 모르는가?
칠구七九는 뒤집혀 육십팔六十八이 되었다.

영운스님이 위산스님 회상에 있을 때 복숭아 꽃을 보고 도를 깨치고 게송을 지었다.

삼십 년 동안 칼을 찾던 나그네여
몇 번이나 잎 지고 몇 번이나 가지 돋았던가
한 번 복숭아꽃 본 이후로는
지금에 이르도록 다시 의심치 않는다.

스님께서 이 법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착어하셨다.
원수는 머리가 있고 빚은 주인이 있다.

이 말의 뜻을 알고자 삽십 년 동안 자성을 깨치려고 애써 공부한 사람이 잎 지고 새 가지 돋아나기를 몇해나하였는가. 복숭아 꽃 한 번 본 이후로는 지금껏 의심치 않는다는 영운스님의 복숭아꽃 핀 것을 보고 깨친 그 뜻을 알 수 있습니다.
위산 스님이 말하였다.
“인연 따라 도를 깨친 사람은 영원토록 물러나지 않으리니 스스로 잘 보호해 간직하라.”
스님께서 이법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착어하셨다.
황금이 빛을 잃었다.

현사스님이 영운스님이 게송을 듣고 말하였다.
“지당하기는 참으로 지당하나 감히 말하노니, 노형이 아직 확철치는 못하다.”
스님께서 이 법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착어하셨다.

칠통 漆桶에서 빛이 난다.
두 분 조사가 말씀하는 것이 어찌하여 이와같이 서로 반대되는가. 비록 남쪽을 향해서 북두를보고 한낮에 삼경 三更을 치나 하나를 막고 둘을 세우며 옥이 구르고 구슬이 돌아가니 어떻게 하려는가?

이 법문에 대하여 바로 알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흔히 보통으로 볼 것 같으면 자성이라는 것은 부처도 옳게 달지 못하는 것이요. 삼세제불과 역대조사가 누구든지 여기에서는 상신실명 喪身失命하는 곳인데 어찌 누가 여기에철저하다고 말을 붙일수 있느냐.
그러니 마치 영운도 철저하지 못하고 석가도 철저하지 못하고 달마도 철저하지 못하고 그러하니까 천하 석씨와 역대조사와 삼세제불이 다 철저하지 못한 것이지 철저한 사람이 있느냐. 대개 보면 이렇게 해석하는 사람이 많지만 만약 철저하지 못하다는 법문을 그렇게 안다면 이것은남쪽을 북쪽으로 아는것입니다. 절대로 뜻이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이 법문을 확실히 바로 알면 일체 불법에 대해서 착오없이바로 아는 것입니다. 왜 이 두 큰 조사가 법문하는 것이 서로 틀리는가?
위산스님은 바로 깨쳤다고 인가르 했고 현사스님은 철저하지 못했다(未徹底)고 부정하였는데, 그러면 두분 스님 가운데 한사람은 틀린 사람이있어야 되지 않겠느냐? 위산스님도 천고에 대조사이고 현사스님도 천고에뛰어난 대조사인데 거기에 서로말이 어긋날 리 없는 것이다. 오직 그말 속에 깊은 뜻이 있을 뿐이지 절대로 두 분 말씀이 상치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참 묵묵한 뒤에 말씀하셨다.

만고에 푸른 못곳의 둥근달을
두세번 잡아 건져 보니 비로소 알겠구나

고봉선사가 말하였다.

“영운이 복숭아꽃을 보고 도를 깨달음은 뇌수를 찔러 아교 그릇에 넣음이요, 위산이 말한 ‘인연 따라 깨친 이는 영원토록 물러나지 않는다’함은 이를 갈며 옹치 雍齒를 제후에 대함이요.
현사가 말한 ‘지당하기는 참으로 지당하나 감히 말하노니 노형이 아직 확철치는 못하다’ 함은 눈물을 흘리며 정공 丁公을 죽임이다.”
한 고조가 황제가 된 후 장량의 계책에 따라 그가 가장 미워하는 옹치를 제후에 봉함으로써 다른 여러 장수들을 진무한 고사가 있다. 정공은 항우의 장군으로서 싸움터에서 유방을 살려 준 일이 있었다. 천하통일 후에 정공이 한 고조인 유방을 찾아가니 ‘주군을 배반한 놈은 반역죄로 다스려 후인을 경계하여야 한다’ 하며, 은혜를 입었으나 눈물을 흘리며 죽이고 만 고사가 있습니다. 옹치를 벼슬에 봉할 때는 이를 갈며 주었고 정공을 죽일 때는 눈물을 흘리면서 죽였다는 이 뜻을 바로 알 것 같으면, 위산 스님이 인가한 뜻을 알 수 있는 것이요, 현사스님이 부정한 뜻도 확철히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스님께서 이 법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착어하셨다.
서울에 종이가 귀하니 종이 한 장에 죄목을 다 적어 고발하노라.

또 고봉선사가 송하였다.
꽃 떨어진 대(臺)위에 거듭 비단을 펴고
마노 계단 앞에 붉은 모래를 편다.
인정과 의리는 다 가난한 데서 끊기니
세상 사람들이 한쪽으로 돈 있는 집만 찾아가네.

스님께서 이 법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착어하셨다.

고봉고불이 고인의 골수를 밝게 열어 그대들 앞에 던지니 빠른 우뢰가 소리를 멈추고
큰 바위가 고함쳐서 앞산과 뒷산에 큰비가 내린다.

이제 이만하면 영운스님이 복숭아꽃을 보고 깨치고 위산스님이 인가를 하고 현사스님이 부정했던 그 뜻을 확실히 알 줄로 생각합니다. 그러면 영운스님이 법을 어떻게 썼느냐 하는 것입니다.
다음 법문을 들어 보십시오.

영운스님에게 어떤 중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나귀 일이 다 가지 않았는데 말 일이 닥쳐 오느니라.”
중이 다시 가르침을 청하니 영운스님이 말하였다.
“비단결 같은 기운은 밤에 늘 움직이고 귀신은 낮에 드물게 만난다.”

스님께서 이 법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착어하셨다.

소로 소로로다.

장산 전선가*가 송하였다.
나귀 일이 다 가지 않았는데 말 일이 닥쳐옴이여.
종소리 겨우 끊어지자 북소리 난다.
조사는 비빔밥 먹기를 좋아하고
북쪽의 문수가 오대산에 살더라.

스님께서 이 법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착어하셨다.

위에 견주니 부족하고 아래에 견주니 남는다.
말해 보라. 현사의 철저하지 못함과 영운의 나귀와 말이 필경 어느 곳에 떨어져 있는가?

한참 묵묵한 뒤 말씀하였다.

원앙새 수놓아 그대 마음대로 보게 하니
수놓은 금바늘은 남에게 주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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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註)
*전삼삼후삼삼(前三三後三三)/무착스님이 문수에게 “대중 스님들이 얼마나 있느냐?” 하고 물으니 위와 같이 대답. 「벽암록」 35則 참조.
*영운(靈雲)지근(志勤)당대의 사람, 생몰연대 미상. 위앙종, 위산 영우의 법사(法嗣), 남악하 사세(四世).
*위산(僞山) 영우(靈祐)/771∼853. 위앙종의 개조 백장 회해의 법사. 남악하 삼세.
「위산경책」(1권) 「위산영우선사어록」(1권)이 있다.
*현사(玄沙) 사비(師備)/835-908. 설봉 의존의 법사. 청원하 육세. 「현사종일대사광록」(3권) 「현사종일선사어록」(3권)이 있다.
*고봉(高峰) 원묘(原妙)/1238∼1295. 임제종 양기파 설암 조흠의 법사, 남악하 21세. 「고봉대사어록」(3권)0| 있다.
*장산(將山) 법전/송대의 사람. 생몰연대 미상. 운문종, 운거 효순의 법사, 청원하 11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