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조 대가섭(大迦葉) 존자(尊者)
마갈국(摩竭國) 사람이며, 종성은 바라문이다. 아버지의 이름은 음택(飮澤)이요, 어머니의 이름은 향지(香志)이다.
병사왕(甁沙王)과 부를 겨루면 보습 하나가 모자라고, 마갈에서 부를 겨루면 천 배나 더 앞섰다. 장자의 보물을 쌓아 놓고 나무신[樹神]에게 가난한 집 부인이 금구슬 얻기를 빌듯이 탑과 성상(聖像)을 장엄하고는 금빛의 아들을 낳아 금빛의 아내와 짝지어 주기를 빌었더니, 과연 전생 인연이 맞고 오랜 소원이 맞아서 귀한 부부가 되었으나, 정욕(情欲)에 대한 애착이 없어서 출가할 뜻을 품었다. 부모가 출가를 허락하자, 곧 세존께 귀의하여 큰 서원을 세우고 최상의 법을 배우고 계법을 받았다. 맑고 곧게 본바탕을 지키어 아무런 애착도 욕심도 없이 항상 두타(頭陀)를 행하였다. 세존께서 살아 계실 때 앉으라 하시고 옷을 주시고 대중 앞에서 항상 제일이라 칭찬하셨다. 그 때에 대가섭이 비구들에게 말했다.
"부처님의 다비는 끝났다. 금강 사리는 우리들이 관계할 것이 아니다. 왜냐 하면 여러 왕과 대신과 장자와 거사들이 최상의 복을 구하기 위해 공양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법보(法寶)나 결집하여 끊이지 않게 함으로써 말세의 큰 광명이 되어 바른 법이 융성하게 이어지게 하자."
그 때에 가섭이 큰 신통으로 수미산 꼭대기에 가서 이렇게 게송을 읊었다.
부처님의 제자들이여,
열반에 들기를 우선 멈추시오.
만약 신통을 얻은 이가 있다면
마땅히 결집의 마당으로 나아갑시다.
如來諸弟子 且莫般涅槃
若得神通者 當赴於結集
이렇게 읊고는 구리종을 치니, 구리종 소리에 이 게송이 섞이어 두루 삼천대천세계에 퍼져 신통을 얻은 이는 모두가 모였다. 거룩한 대중이 너무 많이 모이니, 마침내는 안으로 삼장(三藏)4)을 통달하고 밖으로는 5명(明)에 밝고 힘은 여섯 가지 신통이 구족하고 지혜는 네 가지 변재가 원만한 이만을 추리게 되었는데, 그 수효는 전부 499명으로 모두가 왕사성 근교에 있는 기사굴산의 빈발라굴(賓鉢羅窟)에 모였으니, 빈발라는 칠엽암(七葉巖)이라 번역한다. 이 때 아난은 번뇌가 다하지 못한 상태였다. 타심통의 지혜가 있는 발사(跋闍) 비구가 아난 사형에게 아직 탐욕과 번뇌가 있는 까닭에 성인의 무리에 끼일 수 없음을 관찰하고 모임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 때 아난이 혼자 생각했다.
'나는 부처님을 섬겼고 계를 범한 적도 없는데 번뇌가 다하지 못해 성인 축에 들지 못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밤새도록 경행(經行)을 하다 새벽이 되니, 몹시 피로하여 잠시 누우려는데 머리가 목침에 닿기 전에 깨달음의 지위를 얻어 기쁨을 이기지 못한 채 곧장 빈발라굴로 가서 돌문을 두드렸다. 그 때에 가섭이 굴 안에 있다가 물었다.
"누가 나의 문을 두드리는가?"
아난이 대답했다.
4) 경·율·논을 말한다. 장(藏)은 일체 불교의 문서이다.
"부처님의 시자이던 아난 비구입니다."
"그대는 번뇌가 다하지 못했으니 들어올 수 없느니라."
"나는 이미 번뇌가 없는 지위를 얻었습니다."
"그대가 이미 무루(無漏)를 증득했다면 신통변화를 나타내어 대중의 의문을 풀게 하라."
그 때 아난은 신통의 힘으로 문고리 구멍을 따라 들어와서 대중 축에 끼니, 5백 명의 수효가 다 찼다.
『육왕경(育王經)』에서 말씀하셨다.
"가섭이 아사세왕에게 말했다.
'제가 지금 부처님의 삼장(三藏)을 결집하려 하니, 대왕께선 저를 위해 단월(檀越)5)이 되어 주십시오.'
아사세왕이 대답했다.
'여러 큰스님들께선 부처님의 삼장을 남김없이 결집하기 바라며, 자비를 버리지 마시어 나의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그리하여 아사세왕이 결집의 주인이 되었다. 그 때에 비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장로인 대가섭에게 물었다.
'삼장 가운데서 어느 것을 먼저 결집하리까?'
가섭이 대답했다.
'수다라(修多羅)6)를 결집합시다.'
그리고 다시 대중에게 고했다.
'이 아난 비구는 들은 것이 많고 다 지녔으며, 큰 지혜가 있으며 항상 부처님을 따라 모셨고, 여래의 청정한 범행을 닦았고, 들은 불법은 그릇의 물을 옮겨 붓듯 남김이 없어 부처님께서 총명하기로 제일이라 하셨으니, 그에게 수다라장을 결집하라고 청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대중이 묵묵히 따랐다. 이에 가섭이 아난에게 말했다.
'그대는 이제 마땅히 법보를 선양하라.'
5) 단나(檀那)라고도 한다. 시주(施主)를 일컫는다.
6) 경 또는 계경(契經), 진설(眞說), 성교(聖敎), 법본(法本), 선어경(善語經)이라 한역한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가르침을 후세에 전하는 장구(章句)이다.
아난은 공손히 분부를 받들고서 대중의 마음을 살피고는 다음과 같이 게송을 읊었다.
여러 비구 권속이
부처님을 여의니 초라한 것이
마치 넓은 허공에
뭇 별들만 있고 달이 없는 것 같구나.
比丘諸眷屬 離佛不莊嚴
猶如虛空中 衆星之無月
이렇게 읊고는 여러 성인들의 발에 절하고 곧 법좌에 올랐다."
『칠사기(七事記)』에서 말하였다.
"그 때에 아난이 법좌에 올라 존귀한 모든 상호로 부처님과 같이 몸을 나투니, 대중이 이 상서를 보고 세 가지 의혹을 일으켰다. 첫째는, 부처님께서 자비하신 까닭에 열반에서 일어나 우리들에게 매우 깊은 법을 말씀해 주시는 것인가? 둘째는, 다른 세계의 부처님께서, 석가모니께서 열반에 드신 것을 아시고 우리에게 오셔서 묘한 법을 말씀해 주시는 것인가? 셋째는, 아난이 성불하여 우리들에게 설법을 하는 것인가?
이 때 아난이 말했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어느 성, 어느 곳에서 아무 경을 말씀하셨다. 이에 사람과 하늘들이 절을 하고 받들어 행하였다.'
아난이 법좌에서 내려와 본래의 몸으로 돌아가니, 보살들은 그것이 세존의 가피력이었음을 알고 모든 의혹이 풀렸다. 이 때 가섭이 모든 비구들에게 물었다.
'아난의 말이 틀림이 없는가?'
비구들이 대답했다.
'세존의 말씀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가섭이 다시 우바리(優波離)에게 율장을 결집하라 명했고, 다음은 가전연(迦旃延)에게 논장을 결집하도록 명하였다. 가섭이 곧 원지삼매(願智三昧)에 들어 결집한 삼장을 관찰하니, 조금도 잘못됨이 없었다. 이로부터 유포되어 끊이지 않게 되었다."
아사세왕의 『참회경(懺悔經)』에는 세 가지 아난이 있으니, 첫째는 아난타(阿難陀)로 경희(慶喜)라 번역하며, 성문의 법장(法藏)을 지녔고, 상품의 2승법(乘法)도 힘과 분수에 따라 지녔다. 둘째는, 아난타발라(阿難陀跋羅)로 경희현(慶喜賢)이라 번역하며, 중승(中乘)의 법장을 지녔고, 상품의 대승에 대하여 힘과 분수에 따라 지녔으며, 하품의 소승(小乘)도 겸해 지녔다. 셋째는, 아난타바가라(阿難陀婆伽羅)로 경희해(慶喜海)라 번역하며, 보살의 대승법장(大乘法藏)을 지녔고, 하품의 2승법도 겸하여 지녔다.
또 태교(台敎)에는 네 가지 아난이 있는데, 어떻게 넷인가 하면, 첫째는 경희아난이니 장교(藏敎)를 결집했고, 둘째는 현아난이니 통교(通敎)를 결집했고, 셋째는 전장아난(典藏阿難)이니 별교(別敎)를 결집했고, 넷째는 해아난이니 원교(圓敎)를 결집하였다. 그 근본을 말하면 오직 하나의 금룡존불(金龍尊佛)이요, 그 행적을 말하면 네 아난이란 제자가 된다.
범어로 아난은 무염(無染)이라 번역하니, 아(阿)는 무(無)요 난(難)은 염(染)이 된다. 이 무염이란 이름을 또 둘로 나눌 수 있으니, 첫째는 모든 번뇌를 끊어 버리므로 무염이라 하고, 둘째는 벗어나서 닦아 증득하므로 무염이라 한다. 번뇌를 끊어 버리므로 무염이라 한 것은 교법(敎法)을 전한 아난을 이르는 말이요, 벗어나서 닦아 증득하므로 무염이라 한 것은 선법(禪法)을 전한 아난을 이르는 말이다.
아난이 조사에게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금란가사(金襴架裟) 이외에 또 무엇을 전하셨습니까?"
조사가 불렀다.
"아난아!"
아난이 대답을 하니, 조사가 말하였다.
"문 밖의 깃대를 꺾어 버려라."
아사세왕이 조사에게 설법을 청하자 조사가 그 청을 받고는 법상에 올라 한참 있다가 도로 내려오니, 왕이 물었다.
"어째서 제자에게 법을 들려주시지 않습니까?"
조사가 대답하였다.
"대왕의 지위가 높으시고 덕망이 존중하십니다."
가섭 존자가 1승법(乘法)을 드날리어 중생을 이롭게 하고, 2교(敎 : 大小乘)를 펴서 백성들을 제도하니, 진실로 타심통(他心通)을 얻었으되 끝내 나[我]라는 생각 없이 설법을 하였고, 45년 동안 세상에 머물면서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고는 아난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 정법안장을 나에게 맡기셨는데 나 이제 늙어 부처님의 승가리 옷을 가지고 계족산(雞足山)에 들어가서 자씨(慈氏)께서 태어나시기를 기다리겠다. 그대는 부처님의 부촉을 잘 받들어 바른 법을 퍼뜨려서 끊이지 않게 하라. 나의 게송을 받으라.
법이라고 하는 그 법은 본래의 법이니
법도 없고 법 아닌 것도 없다.
어찌 한 법 속에
법과 법 아닌 것 있을 수 있으랴."
法法本來法 無法無非法
何於一法中 有法有非法
그 때에 가섭이 게송 읊기를 끝내고는 왕사성으로 들어가서 아사세왕에게 하직하려 했으나 왕이 잠들어 만나지 못하였으므로 문지기에게 당부했다.
"나는 계족산으로 간다고 왕에게 여쭈라."
『서역기(西域記)』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산의 세 봉우리가 닭의 발을 세운 것 같으므로 지어진 이름이다."
가섭 존자가 이 산에 풀자리를 펴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생각했다.
'지금 내가 이 몸에 부처님께서 주신 누더기와 승가리 등을 입었으니, 57억 6천만 년을 지나 미륵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실 때까지 더럽히거나 해어지지 않게 해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는 마침내 산신에게 말했다.
"만일 아사세왕과 아난이 오거든 들어오게 열어 주고, 돌아가거든 다시 꼭 닫으라."
그리고는 바로 멸진정(滅盡定)에 드니, 땅이 여섯 번 진동하였다. 그 때에 아사세왕이 꿈속에 대궐의 대들보가 부러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깨니, 문 밖에 대령했던 사자(使者)가 아뢰었다.
"대가섭은 대왕을 하직하고 계족산으로 들어가 열반에 들겠다고 왔었으나 대왕께서 주무시므로 감히 아뢰지 못하였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자 울음을 터뜨리면서 말했다.
"짐은 어찌 이다지 박복하여 성인들의 열반을 뵙지 못하는고?"
곧 죽원정사(竹園精舍)로 가서 아난의 발에 절하고 가섭 존자가 어디에 계시는가를 물었다. 그리고는 아난에게 계족산까지 함께 가자고 명하고 길을 떠났다. 왕이 산에 이르자 산이 저절로 열렸는데, 가섭은 그 안에서 온몸이 조금도 흩어지지 않았다. 왕은 곧 여러 장사들에게 분부하여 향기로운 장작을 쌓아 다비를 하려 했으나 아난이 왕에게 여쭈었다.
"마하가섭은 선정으로 몸을 지탱하고 미륵이 강탄(降誕)하시기까지 부처님의 승가리를 가지고 기다리다가 그것을 전하고서야 열반에 드실 것이니, 절대로 태워서는 안 됩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 갖가지로 공양하다가 슬픔이 복받치자 발에 절을 하고는 선정의 몸을 하직하고서 아난에게 왕사성으로 돌아가자고 명했다. 아사세왕과 아난이 산을 나서자마자 산은 예전처럼 합해졌다. 조사가 열반에 든 때는 주(周)의 제8대 효왕(孝王) 5년 병진(丙辰)이었다. 정수(淨修) 선사가 다음과 같이 찬탄하였다.
장하도다 가섭이여,
부처님 마음을 비밀히 받았네.
몸에는 한 벌의 옷을 걸치고
입은 바다런가 천 길의 깊이로다.
偉哉迦葉 密傳佛心
身衣一納 口海千尋
위의 있는 모습으로
짙은 미혹을 교화하여 건진다.
자씨를 만나지 못했기에
우선 계족산에 입정했네.
威儀庠序 化導幽深
未逢慈氏 且定雞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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