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간록(林間錄)

9. 주검을 앞에 두고 법을 보임 / 장사 경잠(長沙景岑)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3. 12. 08:41

 

 

 

장사 경잠 (長沙景岑 : ?~868)스님은 어느 스님의 주검을 앞에 두고 어루만지며 설법하였다.

   “대중들이여! 이 스님이야말로 참으로 여러분을 위하여 법을 보이셨도다. 알겠느냐?”

   이어 게송을 읊었다.

 

    눈 앞에 아무 법도 없으며

    곳곳마다 사람이 없도다

    드넓은 금강의 몸이시어

    거짓도 참도 아니로다.

 

    目前無一法    當處亦無人

    蕩蕩金剛體    非妄亦非眞

 

   다시 한 수 읊었다.

 

    금강의 몸을 모르고서

    인연따라 태어났다 말하도다

    어디나 참된 열반인데

    누가 살아 있고 또한 누가 죽어가는가?

 

    不識金剛體    却喚作緣生

    十方眞寂滅    誰在復誰行

 

   설봉 의존 (雪峯義存 : 822~908)스님 또한 어느 스님의 주검을 보고서 게를 지었다.

 

    머리 숙여도 땅 보이지 않고

    고개를 들어봐도 하늘이 보이질 않네

    금강의 몸을 알려 한다면

    앞에 놓인 해골을 보면 될 뿐이리.

 

    低頭不見地    仰面不見天

    欲識金剛體    但看觸髏前

 

   현사 사비 (玄沙師備 : 835~908)스님이 말하였다.

   “앞에 죽은 스님이 바로 눈에 보이는 그대로 보리[菩提]이니, 만리신광 (萬里神光)이 정수리 뒤에 둥그렇게 빛나도다.”

   어느 스님이 법안 문익(法眼文益 : 885~958)스님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앞에 놓인 죽은 스님이 바로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보리’라는 것입니까?”

   “그대 앞에 있느니라.”

   “저 스님은 죽어서 어디로 갑니까?”

   “죽은 스님은 이제껏 몇 번이나 죽었는고?”

   “지금 죽지 않았습니까?”

   “그대는 죽은 스님을 모르는구나.”

   요즘 큰스님들은 다시는 이 뜻을 가지고 납자들을 가르치지는 않았지만 회당 조심(晦堂祖心 : 1025~1100)스님만은 수시로 한번씩 이 문제를 들어 왔는데 황룡 혜남(黃龍慧南 : 1002~1069)스님이

입적한 날에 게를 지었다.

 

    지난해 3월 17일

    온 밤 봄바람이 방장실을 뒤흔들더니

    세 뿔이 달린 기린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하늘에 조각달은 물 속에 부서지네

    진실은 거짓을 가리지 못하고

    부정은 올바름을 감출 수 없는 법

    어느 누가 있어 눈바람 소리[雪中吟]에 화답하리

    만고에 나를 아는 이가 오늘 떠나셨네.

 

    去年三月十有七    一夜春風撼籌室

    三角麒麟入海中    空餘片月波心出

    眞不掩僞    曲不藏直

    誰人爲和雪中吟    萬古知音是今日

 

   또 한 수 읊었다.

 

    옛사람 떠나신 날 바로 오늘인데

    오늘도 변함없이 그 사람 오질 않네

    오늘 오지 않았다면 어제도 가지 않았으리니

    흰 구름, 흐르는 물은 속절없이 유유하다

    저울이 공평하다 그 누가 말하는가

    곧은 속에도 굽은 것이 있구나

    만물 이치 똑같다고 그 누가 말하는가

    삼씨를 뿌렸는데 좁쌀이 열리도다

    가여워라, �고 도망가는 세상 사람들아

    육육은 원래 삼십 육이니라.

 

    昔人去時是今日    今日夜前人不來

    今旣不來昔不往    白雲流水空悠哉

    誰云秤尺平    直中還有曲

    誰云物理濟    種麻還得栗

    可憐馳逐天下人    六六元來三十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