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경잠 (長沙景岑 : ?~868)스님은 어느 스님의 주검을 앞에 두고 어루만지며 설법하였다.
“대중들이여! 이 스님이야말로 참으로 여러분을 위하여 법을 보이셨도다. 알겠느냐?”
이어 게송을 읊었다.
눈 앞에 아무 법도 없으며
곳곳마다 사람이 없도다
드넓은 금강의 몸이시어
거짓도 참도 아니로다.
目前無一法 當處亦無人
蕩蕩金剛體 非妄亦非眞
다시 한 수 읊었다.
금강의 몸을 모르고서
인연따라 태어났다 말하도다
어디나 참된 열반인데
누가 살아 있고 또한 누가 죽어가는가?
不識金剛體 却喚作緣生
十方眞寂滅 誰在復誰行
설봉 의존 (雪峯義存 : 822~908)스님 또한 어느 스님의 주검을 보고서 게를 지었다.
머리 숙여도 땅 보이지 않고
고개를 들어봐도 하늘이 보이질 않네
금강의 몸을 알려 한다면
앞에 놓인 해골을 보면 될 뿐이리.
低頭不見地 仰面不見天
欲識金剛體 但看觸髏前
현사 사비 (玄沙師備 : 835~908)스님이 말하였다.
“앞에 죽은 스님이 바로 눈에 보이는 그대로 보리[菩提]이니, 만리신광 (萬里神光)이 정수리 뒤에 둥그렇게 빛나도다.”
어느 스님이 법안 문익(法眼文益 : 885~958)스님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앞에 놓인 죽은 스님이 바로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보리’라는 것입니까?”
“그대 앞에 있느니라.”
“저 스님은 죽어서 어디로 갑니까?”
“죽은 스님은 이제껏 몇 번이나 죽었는고?”
“지금 죽지 않았습니까?”
“그대는 죽은 스님을 모르는구나.”
요즘 큰스님들은 다시는 이 뜻을 가지고 납자들을 가르치지는 않았지만 회당 조심(晦堂祖心 : 1025~1100)스님만은 수시로 한번씩 이 문제를 들어 왔는데 황룡 혜남(黃龍慧南 : 1002~1069)스님이
입적한 날에 게를 지었다.
지난해 3월 17일
온 밤 봄바람이 방장실을 뒤흔들더니
세 뿔이 달린 기린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하늘에 조각달은 물 속에 부서지네
진실은 거짓을 가리지 못하고
부정은 올바름을 감출 수 없는 법
어느 누가 있어 눈바람 소리[雪中吟]에 화답하리
만고에 나를 아는 이가 오늘 떠나셨네.
去年三月十有七 一夜春風撼籌室
三角麒麟入海中 空餘片月波心出
眞不掩僞 曲不藏直
誰人爲和雪中吟 萬古知音是今日
또 한 수 읊었다.
옛사람 떠나신 날 바로 오늘인데
오늘도 변함없이 그 사람 오질 않네
오늘 오지 않았다면 어제도 가지 않았으리니
흰 구름, 흐르는 물은 속절없이 유유하다
저울이 공평하다 그 누가 말하는가
곧은 속에도 굽은 것이 있구나
만물 이치 똑같다고 그 누가 말하는가
삼씨를 뿌렸는데 좁쌀이 열리도다
가여워라, �고 도망가는 세상 사람들아
육육은 원래 삼십 육이니라.
昔人去時是今日 今日夜前人不來
今旣不來昔不往 白雲流水空悠哉
誰云秤尺平 直中還有曲
誰云物理濟 種麻還得栗
可憐馳逐天下人 六六元來三十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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