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의회(天依義懷:992~1064)스님은 회산(淮山)에서 설법하다가 세 차례나 법석을 옮겼는데 납자들이 높이 받들어 그의 도가 더욱 알려졌다. 그때가지도 설두스님을 찾아뵙지 않았으나 설두스님은 이미 스님을 기특하게 생각하였다.
한 스님이 의회스님의 법어를 읽다가, ‘비유하자면 기러기가 창공을 날 때 맑은 강물에 그림자를 잠기우나 기러기에겐 그림자를 남기려는 뜻이 없고, 강물은 그림자가 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다’는 구절에서 무릎을 치며 감탄하고는 바로 사람을 보내어 문안드렸으나 스님은 그에게 그저 안부 편지 한 통을 보냈을뿐이었다.
또한 위산 진여(潙山眞如: ?~1095)스님이 가진 점흉(可眞點胸: ?~1064)스님과 가장 오랫동안 사귀었던 사실은 총림에서 모두 알고 있었으나 손님을 마주하여도 가진스님에 대하여 평소 보고 들은 일들을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었으며, 재일에 영정을 걸어놓고 다과만을 올릴 뿐이었다.
이 두 노스님은 식견과 도량이 깊고 넓은데도 쓸쓸한 절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살았으니, 제대로 스승을 높이는 분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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