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운문광진선사광록서(雲門匡眞禪師廣錄序)
조사의 법등(法燈)이 이어져 내려온 지 수백년, 그 중에서 누구보다도
뛰어나 고금을 초원하고 오묘신통을 지극히 터득하여 세상에 도를 널리
폈던 분은 몇 사람뿐이다. 그 중에서도 운문대종사는 가장 뛰어나, 잡았
다 놨다 폈다 말아들였다 하는 방편이 종횡무진이었다.
물을 터 놓으면 물고기와 용이 헤엄칠 길을 얻고, 천지를 잡아 끊으면
귀신도 도망갈 곳이 없어 초목도 머리를 숙이고 흙과 돌이 빛을 내뿜었
다.
법문 중에 대기(對機), 실록(室錄), 수대(垂代), 감변(勘辨), 행록(行錄)
이 전해내려 왔는데, 세월이 오래되어 이따금 잘못된 데가 있으므로 이
제 자세히 살펴 바로잡고 새로 판을 찍어서 길이길이 전하려 한다. 나
아가 본분겸추(本分鉗鎚:스승이 납자를 지도하는 도구)는 금성옥진(金
聲玉振:시작부터 끝까지 완전함)케 하고 시끌벅적한 세상은 허물어버
리려 하니 기어코 편을 가른다면 꼼짝없이 잘못에 잘못을 더하는 격이
된다.
공로를 따지고 덕을 기리면 벌써 훌륭한 예분을 매몰하는 것이며, 본
을 떠주고 모범을 제시하면 후학을 호도하기에 알맞다. 이마에 눈 있
는 자라면 운문스님을 어디서 만나 보겠느냐.
문인수견(門人 守堅:明識大師라는 호와 함께 賜?함)이
편집하다.
희령(熙寧) 병진(丙辰:1076) 5월 25일, 양절전운부사공사
(兩浙轉運副使公事) 임시직 소해(蘇解)는 서(序)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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