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록(雲門錄)

2. 상당 대기(上堂 對機) - 1

通達無我法者 2008. 3. 12. 21:24

 

 

상당 대기(上堂 對機)


 1.
 스님이 상당(上堂)하여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남의 말이나 읊어대는 근기는 확실히 알기가 정말로 어렵다.한마디
말끝에 깨닫는다해도 그것은 여러 갈래 길인데 하물며 구구한 말이 무
슨 소용이 있으랴.
 그런데 교학에서는 몇 가지로 분야를 나눈다. 즉, 율(律)은 계학(戒學)
이고, 경(經)은 정학(定學)이며, 논(論)은 혜학(慧學)으로서 3장 5승(三
藏五乘)과 5시 8교(五時八敎)가 저마다 주장하는 내용이 있다.여기에
서 일승원돈교(一乘圓頓敎)는 알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알았다 해도 납승과는 천지차이이다.
납승 문하에서라면 말 속에서 마음을 드러낸다 해도 부질없이 알음알
이를 내는 것이며, 문을 두드리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앞으로 나아
가려고 머뭇거린다면 남의 혀끝으로 풀어낸 말이나 찾으려는 허물에
빠지게 된다.
 옛부터 있어왔던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여기에서 원(圓), 돈
(頓)을 말할 수 있겠느냐, 이쪽이다 저쪽이다를 말할 수 있겠느냐. 잘못
알아듣지 말아야 하리라.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다시 원, 돈이 아닌
다른 곳에서 헤아리지도 말아야 하리니, 여기에서는 그런 사람이라야
만 하리라. 스승에게서 들은 말이나 그럴싸한 말, 또는 알음알이로 헤
아린 말을 가지고 가는 곳마다 속을 드러내 자기 견해라고 해서는 안
되니,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자, 이제 무슨 일이 있느냐? 대중 앞에서
결택해 보라."
 그때 주주(州主) 하공(何公)이라는 사람이 절을 올리고 청하기를, "제
게 더 자상한 법문을 베풀어 주십시오"하니 스님께서는 "이 자리엔 쓸
만한 인물 하나 없군"하셨다.

 한 관리가 물었다.
 "불법(佛法)은 물속에 어린 달과 같다 하던데 정말 그렇습니까?"
 "맑은 물결은 뚫고 들어갈 길이 없다."
 "스님께서는 어디서 그것을 깨치셨습니까?"
 "어디에서 왔는가를 다시 물어라."
 "바로 이럴 경우는 어떻습니까?"
 "관산(關山)이 첩첩 산길이로군."

 한 관리가 물었다.
 "천명의 자식이 빙 둘러 있는데 이 중에 누가 적자입니까?"
 "당신 관한에 있는 주지가 이미 와서 질문하였소."


 누군가가 물었다.*
(*이하 '누군가가 물었다'는 편집상 생략하고, 한행을 띄웠다.)
 "오늘 이렇게 법회를 여셨으니 무엇을 가르쳐 주시렵니까?"
 "예로부터 내려온 종풍을 잘 간파해 보아라."
 "아마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틀렸다."


 "옛날 큰스님들은 마음으로 마음에 전하였습니다. 오늘 스님께
청하오니 무엇을 가지고 가르침을 베푸시렵니까?"
 "물으면 대답하겠다."
 "그렇다면 허튼 말씀은 아니겠습니다."
 "묻지 않으면 대답도 안한다."


 "말을 했다 하면 영판 어긋나니, 어떻게 해야 어긋나지 않겠습
니까?"
 "도풍(道風)에 맞는 한마디는 어디서 일어나느냐?"
 "아마도 이것이 바로 그것이 아니겠습니까?"
 "착각하지 말라."


 "무엇이 줄탁(스승과 제가의 기연이 딱 맞는 일)의 기연입니까?"
 "메아리같은 것이다."
 "그러면 감응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렇게 서둘지 말게나."


 "무엇이 학인의 분명한 일입니까?"
 "질문 한번 뼈아프게 하는구나."


 "무엇이 한마디 교외별전(敎外別傳)입니까?"
 "대중에게 직접 물어보아라. 그리고 오늘 여러분을 속였다고
말하지 말아야 하리라. 부득이 여러분 앞에서 한바탕 부산을
떨었으나 홀연히 눈 밝은 사람이 본다면 실컷 웃음거리나 될
것을 이제는 피하지 못하리라.
 이제 여러분에게 묻겠다. 원래 어떠한 일이 있었길래 거기서
무엇이 빠지고 부족하냐? 아무 일 없다고 말해준다 해도 벌써
서로를 매몰시키는 짓이다. 반드시 이 경지에 도달해야지 말을
쫓아 어지럽게 질문해서는 안된다. 자기 마음속이 새까만 경계
라면 다음날 아침에 큰일날 거리가 있으리라. 그대들이 6근(六
根)으로 생각하고 따지며 살펴본다면, 옛사람이 세운 교화
방편에서 이쪽 저쪽을 엿보면서 이 무슨 도리인가? 할 것이다.
 알고 싶으냐. 모두 한량없는 겁토록 그대 스스로 익혀온 두터
운 망상 때문에 한번 남의 말을 들으면 바로 의심을 내게 된다.
그리하여 부처와 법, 향상(向上)과 향하(向下)를 물으며 이햐하
려고 찾아헤매나 더더욱 멀어질 뿐이다. 마음을 냈다 하면 어긋
나는데, 더구나 마음을 내지 않음이 옳지 않은가 하는 말을 하
겠는가. 더 할 말이 있겠느냐. 몸 조심하라."


 "무엇이 운문의 한 곡조입니까?"
 "섣달 스무닷새(마지막에 가까운 날, 임종)로다."
 "그 곡조를 부르는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그렇게 서둘지 말게나."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밝은 대낮에 산을 본다."
 

 "스님의 가풍은 어떻습니까?"
 "오랜 비에 날이 개지 않는구나."
 "오랜 비에 날이 개지 않는다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햇빛이 쨍하구나."


 "무엇이 조짐을 보이지 않는 것입니까?"
 "천태스님은 운력을  하고 남악스님은 산을 유람하지."
 

 "향상일로(向上一路:본분 소식)란 무엇입니까?"
 "구구 팔십일이다."


 "무엇이 학인의 본모습입니까?"
 "산에 놀러다니며 물구경하는 것이지."
 "그러면 스님의 본모습은요?"
 "다행히도 마침 유나(維那)가 없기 망정이구나."


 "어떤 사람이 교주(敎主:부처님)입니까?"
 "꽤나 무례한 사람일세."


 "일대시교(一代時敎)란 무엇입니까?"
 "무엇에 대하여 하신 한 말씀이다."


 "무엇이 법을 보는 바른 안목입니까?"
 "넓다."


 "어떤 것이 단정히 앉아서 실다운 모습을 생가하는것
입니까?"
 "강물에 돈을 놓쳤다가 강물에서 건지는 것이지."


 "사문이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합니까?"
 "모르겠네."
 "왜 모른다 하십니까?"
 "모른다고만 하면 될 뿐이라네."


 "무엇이 일상의 작용입니까?"
 "그 속에서 마냥 뒤엉켜 한덩어리가 되고 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뜻이 무엇입니까?"
 "그대는 무슨 경전을 보았는가?"
 <반야경>을 보았습니다."
 "모든 것을 아는 청정한 지혜를 꿈에서라도 보았느냐?
 "청정한 일체지지느 우선 그만두고 무엇이 부처님이
말씀하신 뜻입니까?"
 "속으로 사람을 저버리지 않으니 얼굴에 부끄러운 기
색이 없다. 그대에게 곤장 30대를 치리라."


 "어떻게 해야 4은(四恩:부처,중생,국왕,부모의 은혜)
과 3계 중생게게 보답할 수 있겠습니까?"
 "머리를 감싸쥐고 아이고! 아이고! 통곡을 해라."


 "무엇이 법을 보는 바른 안목입니까?"
 "죽 먹고 밥 먹어서 나는 기운이지."
 

 "무엇이 삼매(三昧)입니까?"
 "노승에게 가서 한마디 묻고, 내게도 한마디 돌려
다오."


 "모든 부처님의 해탈처는 어디입니까?"
 "동산(東山)이 물 위로 간다."


 "스님께선 들어갈 길을 가리켜 주십시오."
 "죽 먹고 밥 먹는 것이라네"

'운문록(雲門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 상당 대기 - 3  (0) 2008.03.12
2. 상당 대기 - 2  (0) 2008.03.12
1. 운문광진선사광록서(雲門匡眞禪師廣錄序)  (0) 2008.03.12
차 례  (0) 2008.03.12
일러두기  (0) 2008.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