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록(雲門錄)

2. 상당 대기 - 23

通達無我法者 2008. 3. 12. 22:02

 

 

23.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내가 오늘 그대들과 함께 이런저런 말들을 나누니 똥불에 똥재가 생기듯
하고 똥묻은 돼지 부스럼투성이 개같구나. 좋은지 나쁜지 분간 못하는 것
들아! 똥구덩이 속에서 살 궁리를 하는구나.
 그러므로 천지와 3승 12분교, 삼세 모든 부처님과 찬하 노스님의 가르침
을 일시에 그대의 눈썹 위에 모아 놓고서 설사 여기에서 단번에 깨친다 해
도 편해진 사람은 아니라고 하였던 것이다. 괜히 똥구덩이로 뛰어들었다
가 우리 납승 문하를 지나게 되면 다리를 부러뜨려버리겠다."
 그때 세 스님이 동시에 나와서 절하자 이렇게 말씀하셨다.
 "취조장 하나로 죄상을 싹 다스리리라."


 "어떻게 해야만 3계를 빨리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해야만 3계를 빨리 벗어날 수 있겠느냐?"
 "그렇습니다."
 "그렇거든 이제 쉬거라."


 "종일 끝도 없을 땐 어찌합니까?"
 "현묘한 기틀을 보아도 메아리가 없다."
 "무슨 이야기입니까?"
 "설명하지 못한다."


 "한 번 흩어 깨끗이 다 없어졌을 땐 어찌합니까?"
 "노승인들 어찌해 보겠느냐?"
 "이것은 스님의 몫입니다."
 "이 사기꾼아."


 "무엇이 도입니까?"
 "그 한 글자도 확실하게 벗어나는 것이다."
 "확실하게 벗어난 뒤엔 어떻습니까?" "천리에 다 같은 바람이다."


 "옛사람이 '지극한 법칙이라는 것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하였습니
다. 무엇이 지극한 법칙입니까?"
 "내 손안에 있는데야 어찌하겠느냐?"
 "저는 지극한 법칙을 물었습니다."
 스님은 방망이로 딱 때리며 말씀하셨다.
 "음음. 정작 쳐부수어야 할 때 가서 더 자세히 설파해 달라 하니 이런
놈은 가는 곳마다 법통을 어지럽힐 줄만 안다. 이리 가까이 오너라. 내
한마디 묻겠다. 평소에 길다란 선상에 앉아서 향상이니 향하니 불조를
뛰어넘는 일이니를 헤아리는데, 그렇다면 말해보라. 물소에게도 불조
를 뛰어넘는 도리가 있는지를."
 "방금 누군가가 묻지 않았습니까?"
 "이런 것이 길다란 선상 위에서 배운 것이라고. 있으면 있다 하고 없으
면 없다 할 것은 없다."
 "털 뒤집어쓰고 뿔 달린 축생이면 어떻습니까?"
 "그대가 말만 배운 부류임을 이제 알겠다."
 그리고는 다시 말씀하셨다.
 "이리 좀 와보아라. 내 다시 묻겠다. 그대들은 주장자를 걸머지고 나는
참선하여 도를 배우노라 하면서 불조를 뛰어넘는 도리를 찾는다. 내 우
선 그대에게 묻겠다. 하루종일 행주좌와하고 오줌, 똥 싸는 일과 거름
구덩이의 벌레, 양고기 파는 시장의 탁자에 이르기까지 불조를 뛰어넘
을 만한 도리가 있더냐? 말할 수 있으면 나오너라. 없다면 내 앞에서
거리적거리지나 말아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왔다.


 이제 막 찾아오는 한 스님을 보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얼음녹듯 기와장 부서지듯 하는구나."
 "제게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일곱 방망이로 열 셋을 대적하는구나."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길다란 서상에 죽도 있고 밥도 있다."


 "'도에는 옆길이 없어 거기 선 사람은 모두 위태롭다'한 옛사람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도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운력이나 해라."


 "어떤 것이 3승교(三乘敎:교학의 총칭)밖의 한마디입니까?"
 "그대의 한마디 질문에 노승은 3천리를 펄쩍 뛰었다."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앉거라, 앉아. 이제 내 말이 무엇인지 말해 보아라."
 대꾸가 없자 이렇게 말씀하셨다.
 "30년 뒤에 오너라. 몽둥이 30대를 때려 주겠다."


 "대중이 구름처럼 모였는데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 네 집에 있는 아버지를 속이는구나."


 "조계(曹溪)의 한마디는 온 나라가 듣고 압니다만 운문의 한마디는
어떠한 사람이 들을 수 있습니가?"
 "그대는 듣지 못한다."
 "그렇다면 저는 가까이 할 수도 없습니까?"
 "자세하게 더듬어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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