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록(雲門錄)

2. 상당 대기 - 21

通達無我法者 2008. 3. 12. 21:59

 

 

21.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는 그대들과 편안하게 지내면서 누군가를 만나면 누구라고 알아본다. 노
파심으로 이토록 자세히 설명해 주어도 모르니, 매일같이 배 부르게 밥 먹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무얼 찾느냐. 이 망상꾸러기들아. 여기에 기대어 무엇을
하느냐?"
 그리고는 주장자로 몽땅 쫓아냈다.


 "여름도 끝물이라 가을로 들어서는군요. 누군가 길을 막고 물어온다면 무어
라고 대꾸할까요?"
 "대중은 뒤로 물러나라."
 "무엇이 잘못되었습니까?"
 "나에게 한 철 밥값을 돌려다오."


 "저는 얼마전에야 이 법회를 찾아왔습니다. 이곳 가풍은 어떻습니까?"
 "한마디 질문도 받지 않았으니 어떻게 말하겠느냐?"


 "시방국토 가운데 일승법(一乘法)이 있을 뿐이라 하니, 무엇이 일승법입니
까?"
 "왜 다른 질문은 하지 않느냐?"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님은 대뜸 악! 하셨다.


 "'티끌 하나가 세상 티끌을 다 포함한다'는 옛사람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무엇이 한 티끌인지요?"
 "또렷한 소리로 다시 물어 보아라."
 "저는 묻지 않겠습니다.스님께서는 그래도 대답하시겠습니까?"
 "네 입을 벽에다 걸어두지 못하겠구나."


 "모든 것이 일상 그대로인 경계라면 어떻습니까?"
 "똥 냄새가 나에게 스미긴 하나 내가 우선 묻겠다.낮에 3천리를 가고 밤에
8백리를 가면 너의 발우속 어디에 가서 닿겠느냐?"
 대꾸가 없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부질없이 헛소리나 지껄이는 놈아."


 "무엇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는 안목입니까?"
 "얼른 3배하라."


 "우두(牛頭)스님은 종횡으로 자재하게 설하긴 했으나, 향상의 관문을 여는
빗장은 몰랐다는 옛사람의 말을 들었습니다. 무엇이 향상관문을 여는 빗장
입니까?"
 "동산의 서쪽 산마루가 푸르구나."


 "무엇이 큰길가의 흰 소입니까?"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거룩한 스님
들께 귀의합니다."
 "그 흰 소는 어디에 있습니까?"
 스님은 쯧쯧쯧 혀를 찼다.


 "나무가 시들어 잎이 질 땐 어떻습니까?"
 "온통 가을바람이로다."


 "무엇이 포대 속의 진주입니까?"
 "말할 수 있느냐?"


 "무엇이 조종(祖宗)의 적자입니까?"
 "말 속에 메아리가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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