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록(楊岐錄)

선림고경총서(禪林古鏡叢書) 간행사

通達無我法者 2008. 3. 17. 09:29
 

 

선림고경총서

 

선림고경(禪林古鏡)에 씀

설봉스님이 하루는 원숭이를 보고 말하기를

"원숭이가 각각 한 개의 옛거울(古鏡)을 짊어지고 있구나!"

하니 삼성스님이

"숱한 세월동안 이름이 없거늘 어찌하여 옛거울(古鏡)이라 합니

까?"

하고 물었다. 설봉스님이

"흠이 생겼구나!"

하자 삼성스님이 말하기를

"천오백명을 거느리는 대선지식이 말귀도 못 알아들으십니까?"

하니 설봉스님이 말하였다.

"노승이 주지하기가 번거로와서…"

알겠는가.

비가 연잎을 적시니

향기가 집에 떠돌고

바람은 갈대잎을 흔드는데

눈은 배에 가득하네.

雪峰一日見 乃云, 者 各各背一面古鏡

三聖便問, 歷劫無名何以彰爲古鏡

峰云, 瑕生也

聖云, 一千五百人善知識話頭也不識

峰云,老僧住持事煩

會?

雨蒸荷葉香浮室

風攪盧花雪滿船

 

佛紀 2532年 端午節

伽倻山에서

退翁 性徹 씀

 

 

선림고경총서(禪林古鏡叢書) 간행사

 

귀의삼보(歸依三寶)하옵니다.

부처님의 자비로운 가르침이 이 땅에 전해져 겨레의 문화창달에 이바지

하고 나라의 동량을 배출하여 온 지도 천육백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오래 지나고 연륜이 멀어짐에 따라 부처님의 마음을 전

하는 선종의 정법은 감추어지고, 고불고조(古佛古祖)들의 바른 뜻은 매몰

되어 잘못된 주장만 들어나게 되었습니다.

 

성철 큰스님께서는 이런 선문(禪門)의 병폐를 일찍부터 지적하시고,

시정을 위해 몇 해 전에는 「선문정로(禪門正路)」라는 저서를 출간하기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선(禪)을 올바로 이해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현대인들

에게 무엇이 가장 요긴한 일인가를 심려해 오시던 차에,

우리들 주변에는 선을 이해하고 실천하는데 필요한 선서(禪書)들이

너무나 빈곤하다는 사실을 통감 하시게 되었습니다.

 

이는 고불고조들의 말씀이 한문(漢文)으로 되어 있어서 언어 생활이 다른

요즘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큰스님께서는 대장경에 수록되어 있는 옛 조사 스님들의 말씀 가운데

참선(參禪)을 위해 가장 요긴하다고 생각되는 삼십여 종의 저서들을 가려내어 번역토록 하시고,

그 전집(全集)의 이름을 「선림고경총서(禪林古鏡叢書)」라고 지어 주셨습니다.

 

한문으로 된 말씀들을 한글로 번역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많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때로는 큰스님의 구술(口述)을 옮기고,

때로는 선(禪)의 이치를 여쭈면서 글 밝은 이들에게 번역을 부탁하였습니다.

따라서 선림고경총서 간행불사(刊行佛事)가 겨레 공동의 문화 재산이

되고 후손들에게 부처님의 크고 밝은 가르침을 전하는 이 시대의 훌륭한

유산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선종사에서 처음 시도하는 번역인 만큼 큰 스님께서 연로하시

일일이 감수하실 수 없어 번역에 허물이 많으리라 믿습니다.

이 점 널리 이해하시고 잘못된 번역이 있으면 독자들께서 동참하시어

더 완벽한 글이 되도록 이끌어 주신다면 더없는 다행이겠습니다.

 

이러한 선림고경총서의 원만한 간행이 조계(曹溪)의 개울을 건너는 징검다리가 되어,

선림(禪林)에 백화(百花)가 난만하고 모든 이들은 자성을

깨쳐 성불(成佛)하길 발원합니다.

 

佛紀 2532년年 端午節

해인사 백련암(海印寺 白蓮庵)

백련선서간행회(白蓮禪書刊行會)

員澤 和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