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성철스님] 본지풍광(本地風光) / 동쪽 산이 물 위로

通達無我法者 2008. 3. 19. 11:28
본지풍광(本地風光)

동쪽 산이 물 위로

불법 두 글자를 논의할진대 석가 노인도 모름지기 거꾸로 삼천리를 물러서리니,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어느 곳에서 숨을 쉬리오. 그러므로 삼세의 모든 부처님은 마른 똥막대기요, 역대의 조사는 지옥의 찌꺼기요, 보배로운 팔만대장경은 고름 닦은 헌 종이로다. 비록 할(喝) 소리가 뇌성과 같으며 몽둥이로 때리기를 비오듯하여도 선종의 소식은 바로 잇지 못하니, 여기에 이르러 한 말 이를 수 있겠느냐?

만일 누구든지 불법佛法 두 글자를 의논할진대 부처님도 모름지기 삼천리를 물러서야 하는데, 그것도 어떻게 물러서느냐 하면 거꾸로, 물구나무를 서서 물러나야 합니다.
불법이란 본디 석가모니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어째서 불법을 의논하려면 석가 자신까지도 거꾸로 물구나무를 서서 삼천리 밖으로 도망쳐야 하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석가도 거꾸로 삼천리 밖으로 도망을 가야 하는데 문수보살이나 보현보살이나 같은 대보살이라도 감히 어느 곳에서 숨을 쉴 수가 있느냐?
숨도 못 쉬는 그 지경에서는 말도 도저히 용납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방 삼세의 모든 부처님은 모두 마른 똥막대기라는 것입니다. 우리 불교에서는 부처님을 최존최귀한 분으로 모시는데, 실제로 보면 그런 부처님도 마른 똥막대기처럼 가장 천한 물건이라는 것입니다. 이래야 비로소 불교라는 것을 바로 짐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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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부처님 이후로 많은 조사와 선지식이 출현해서 무량 중생을 제도했으니 얼마나 거룩하고 훌륭한 사람이냐! 그렇지만 실제로 우리 불법을 바로 아는 사람이 볼 때는 저 무간 지옥에 떨어져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는 지옥의 찌꺼기라는 것입니다. 방금도 말했지만 삼세제불은 마른 똥막대기이고 모든 천하 선지식과 역대 조사는 지옥의 찌꺼기로서 지옥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는 그러한 존재입니다. 이 깊은 뜻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팔만이란 숫자는 아주 많다는 뜻인데 팔만대장경은 실지로 불법을 바로 아는 사람이 볼 때는 고름 닦는 헌 종이라는 것입니다.
저 사람이 부스럼을 앓아서 고름을 짜는데, 그 고름이 얼마나 더럽냐 말입니다. 그런 더러운 고름을 닦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휴지와 같습니다.
앞의 말은 부처님을 비방하고 조사 스님네를 욕하고 따라서 부처님의 경전, 조사 스님네들의 어록을 훼방하는 말이 아니라 그 뜻이 깊은 데 있음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알아야만 어느 정도 불법을 알았든지, 몰랐든 지간에 불법을 좀 알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만일 그렇지 못하면 불법과는 천리만리입니다.
그렇다면 문자는 고름 닦는 휴지이지만 이전 조사 스님네들의 법문 방법은 따로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할(喝), 소리 지르기를 우레와 같이 하고 방(捧), 몽둥이로 사람 때리기를 비오듯 수없이 무한으로 하여도 선종의 소식은 바로 전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할(喝)이란 불교 가운데서도 가장 정통되는, 선종에서도 가장 골수 되는 임제정종을 개창한 임제스님의 법 쓰는 방법으로서 사람만 보면 소리를 지르고 고함을 치는 것입니다. 미쳐서 아무 의미 없이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미워서 고함을 치는 것도 아닙니다. 소리를 지르는, 고함을 치는 거기에 깊은 뜻이 있습니다. 할을 한다는 것이 경전을 가지고 말할 수 없는 것이고 부처님이나 대보살도 분명히 알 수 없는 깊은 경지이다. 그러면 할을 하는 여기에서는 우리가 불법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지 않겠냐는 말입니다.
그리고 덕산스님은 사람만 보면 몽둥이(棒)로 사람을 비오듯이 두르려 팹니다. 그리하면 언어 문자를 떠나서 교외별전敎外別典으로 불법을 전한 것이 아니냐, 어느 정도 불법을 소개한 것이 아니냐, 부처님 마음을 바로 제시한 것이 아니냐고 이해할 수 있지 않냐는 것입니다. 설사 두 분이 그렇게 하더라도 불교의 근본 되는 향상사向上事는 꿈에도 모르더라는 것입니다. 그러하면 부처님도 여기서는 소용없고, 조사도 할도 방도 소용이 없다 그 말입니다. 여기에 이르러서는 어떻게 해야 참다운 법문을 한 마디 할 수 있겠느냐. 여기서 분명히 한 마디 할 수 있어야만 참으로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주장자 한 번 내려치고 말씀하였다.

바라보니 저녁 구름이 둥둥 떠돌고
먼 산이 층층으로 한없이 푸르구나.

이 뜻을 바로 알면 앞에 내가 말한 법문을 모두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성을 깨쳐야 알지 사량분별로는 모릅니다.
거기에 대해서 예전스님의 법문을 소개하겠는데 잘 살펴보시오.

어떤 스님이 *운문스님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모든 부처님들의 몸이 나오신 것입니까?”
“동쪽 산이 물위로 가느니라.”

어떤 스님이 “모든 부처님이 어느 곳에서 낳느냐”고 물으니, 운문스님은 “동쪽 산이 물위로 간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산이 어째서 물위로 가느냐 말이야. 운문스님도 미친 사람이 아니냐, 산이 물위로 가지 못하는 것은 천하 사람들이 다 아는 말입니다. 사람도 물위로 가지 못하는데 하물며 산이 어떻게 물위로 가겠습니까. 산은 가만히 천추만고千秋萬古도 움직이지 않고 늘 한곳에 서 있는 것인데, 어떻게 물위로 갈 수 있냐 말입니다. 이것은 말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거든요. 보통 볼 때는 이 말은 어불성설로 보겠지만 은 여기에 참으로 깊은 뜻이 있습니다. 깊은 뜻은 있으니 만치 동쪽 산이 물위로 간다는 이것을 확실히 알면 일체 불법을 남김없이 다 알 수 있습니다.

이 법문에 대해서 스님께서 다음과 같이 착어하였다.

공자는 태묘太廟에 들어가고 *도척은 장대에 앉았네.

담당선사가 송하였다.

모든 부처님의 몸 나오신 곳이며 동쪽 산이 물 위로 가니
남쪽에서 서서 북두를 보고 한낮에 삼경을 치는구나

몸은 남쪽으로 향하였는데 북쪽에 있는 북두칠성을 보고 한낮 열두 시에 밤 열두 시를 알리는 종을 친다. 이 말씀도 정반대로 모순되는 말입니다. 동쪽 산이 물위로 간다는 것도 모순되는 말이고, 공자는 태묘에 들어가고 도척은 장대에 앉았다는 말도 모순된 말이고 남쪽을 보는데 어떻게 북두칠성을 볼 수 있으며 한낮에 어찌 삼경을 알릴 수 있겠습니까. 모두가 모순되는 말 같지만 이것이 실지에 있어서 불교의 진리를 똑바로 전한 말입니다. 이 뜻을 바로 알아야지 사량분별로는 이것이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말을 상대할 필요가 없다. 취급할 필요가 없다 하면 영원토록 불교와는 완전히 인연을 끊고 마는 것입니다. 우리가 불법을 바로 알려면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합니다. 아는데 이것을 어떻게 하냐 하면 “동쪽 산이 물위로 간다”고 했으니 “어째서 동산이 물위로 간다고 했는고, 동쪽 산이 물위로 간다고 한 그 뜻이 무엇인고” 하고 의심하여, 이것을 언제나 잊지 말고 참구해야 합니다. 참구를 해서 이 뜻을 확철히 깨치면 실지로 부처나 조사의 법문을 모두 알 수 있고, 일체 불법에서 조금도 막힘 없이 참으로 대자유한 대보살, 대선 지식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수련 결제하는 마당에 있어서 이 “동쪽 산이 물위로 간다”는 화두를 생명선으로 삼고, 앉으나 서나 오나가나 이 화두를 잊지 말고 이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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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구하는데 법문도 듣고 수련도 하고 또 여러 가지 일상적 행위를 해야 하는 것이지, 잠시라도 이 화두를 밖으로 놓치면 송장을 단장하는 격입니다. 죽은 송장이 아무리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화장품을 단장해 보았자 생명이 없이 죽은 것이며 결국 썩어 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화두를 잠시라도 놓고 잊어버리고 수련을 한다면 헛수고만 하는 것입니다. 자나깨나 화두라는 것을 놓치지 말고 그대로 가지고 나가야 합니다. 혹 오늘 이전에 내가 배운 화두가 있는데 그걸 버리고 “어째서 동쪽 산이 물위로 간다고 했는고?” 하는 화두를 해야 하나면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 전에 수련회를 다녔든지 아니면 다른 스님에게서 받았든지 화두를 배운 사람은 지금까지 참구한 그 화두를 그래도 하고 아직 화두를 배우지 아니한 사람은 내가 말한 “東山水上行”을 가지고 자기의 화두로 삼자는 말입니다. “모든 부처님이 어디서 낫냐고 물었는데 어째서 동쪽 산이 물위로 간다고 하였는고” 하는 화두를 근본 생명선으로 삼고 어느 때 어느 곳에서도 잊어버리지 말고 아주 절실히 화두 참구를 하면서 수련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며칠 동안의 이 수련회뿐만 아니라 거기를 떠나서도 화두 참구를 잊지 말고 참으로 확철히 깨쳐서 미래 겁이 다하도록 일체 중생을 위해서 살아야 할 사람들이 바로 여러 분들입니다. 그러므로 화두를 참구하여 바로 눈이 뜨여야지 그 전에는 봉사 굿하는 식이 되어서 사람을 돕는다는 것이 오히려 사람을 죽이게 됩니다. 실지로 사람을 위하려면 “東山水上行”의 뜻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수련회를 마친 뒤라도 이 뜻을 알 때까지 금생에 못 알 것 같으면 미래 겁이 다하도록 이것을 알고 말아야지, 알기 전에는 “東山水上行”을 본참 화두로 삼고 꼭 잊지 말고 절실히 참구해야 합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東山水上行” 화두를 확철히 깨쳤다 이것이라, 그리 되면 어찌 되느냐 다음 법문을 잘 들어 보시오.

산호 가지마다 달이 비쳐 있네.
대중들이여, 정문정안頂門正眼과 팔꿈치 밑에 *비밀 부적을 갖추면, 삼두육비三頭六臂로 뜻대로 자재하여 천상과 인간의 인연 따라 출몰하리니, 이야말로 출격장부요 *오역의 개망나니이다.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살리는 것이 예삿일이니 필경 그 뜻이 어떠한가?

화두를 깨치면 정문頂門. 이마 한복판에 바른 눈(正眼)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도 거짓말 같지만 거짓말이 아닙니다. 실지로 깨쳐 놓고 보면 그 사람의 눈이 이마 한복판에 붙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됩니다. 그리고 또 어찌 되느냐 하면 팔꿈치 밑에 비밀 부적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그 비밀 부적이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부처나 조사도 능히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할 수 있는 비밀 부적을 우리가 완전히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능력 있는 사람은 어떻게 되느냐 하면 머리는 세 개며 여섯 개의 팔을 가져서 하늘 위나 하늘 밑이나, 천상이나 지하 할 것 없이 시방세계를 두루 다니면서 출몰 자제하여 인연 따라서 일체중생을 제도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격이 아주 뛰어난 장부와 한량을 뛰어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아서 그 제한 속에 살지만 화두를 확철히 깨치면 모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서 절대적인 인격을 성취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절대적인 인격을 성취하여서 어떻게 쓰느냐 하면 오역의 패륜아, 개망나니 짓을 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은 오역 죄를 지을 것 같으면 무간 지옥에 떨어지는데 여기에서 비로소 오역 죄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오역죄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서 만은 참으로 중생을 제도할 수 있는 것이지 오역죄도 짓지 못한다면 실지로 중생을 바로 제도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건 죽은 송장이요 실지로 산 사람은 아닌 것입니다.
그럼 오역죄를 짓는다고 해서 실지로 부모를 죽이고 부처님을 죽인다는 말이 아니라 실지로 법에 입각해서 하는 말이니 만치 쓸데없는 오해를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리 되면 깨친 그 사람의 일상 행동은 어떻게 되느냐 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살리는 것이 자기의 양식이라는 것입니다. 부처님을 죽이기도 마음대로 하고 조사를 살리기를 마음대로 하는데, 하물며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어야만 참다운 수련회가 될 수 있는 것이고 중생도 참답게 제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이 도리를 모르고 그냥 수련을 한다든지 무엇을 한다든지 해서는 설사 팔만대장경을 거꾸로 외우고 모두 외운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만치 여기에서 참으로 마음의 눈을 바로 떠라 이것입니다.

한참 묵묵한 뒤에 말씀하였다.
‘소로소로’니라.

이것은 사자진언四字眞言입니다. 그러나 진언으로만 국한하여 이해하지 말고 여기에 깊은 뜻이 있으니까 그 말뜻을 확실히 알면 앞에서 내가 횡설수설한 그 법문을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운문문언雲門文偃/864∼949. 운문종의 개조. 설봉 의존의 법사. 청원하 6세. 「雲門匡眞福師廣錄」(3券)이 있다.
* 도척盜拓/춘추시대 노나라 사람. 9.000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말과 소를 빼앗고 부녀자를 겁탈하는 등 천하를 시끄럽게 한 큰 도적.
* 담당 문준湛當文準/1061∼1115. 임제종 황룡파. 진정 극문의 법사. 남악하 13세. 「湛當準和尙語要」(1券)이 있다.
* 주하밀부酎下密符/선도가의 호신부. 주하에 붙이면 혼신의 난이 없어 몸의 안전을 도모한다 함. 선종에서는 사람마다 본디 갖추어진 불성. 남승 본구의 불심인佛心印을 말함.
* 오역五逆/오역죄 오무간조를 말함. 1은 아버지를 죽이는 것. 2는 어머니를 죽이는 것. 3은 아라한을 죽이는 것. 4는 화합승을 깨뜨리는 것. 5는 악심을 가져 불신에서 피를 흘리게 하는 중죄를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