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납월 8일 한 밤의 법문 〔晩參〕
스님께서 자리에 오르자 동당·서당의 스님들이 문안인사를 드렸다.
스님께서는 죽비를 들고 말씀하셨다.
"산승이 방장실에서 나와 이 자리에 오르자, 시자도 인사하고 수좌도 인사하고 유나 (維那) 도 인사하였다. 인사가 다 끝났는데 또 무슨 일이 있는가?"
한 스님이 나와 말하였다.
"오늘은 납월 (臘月) 8일입니다."
스님께서는 "대중 속에 들어가라" 하고 죽비를 들고 말씀하셨다.
"우리 집에 한 물건이 있는데 위로 보아도 머리가 없고 밑으로 보아도 꼬리가 없다. 해같이 밝고 옷칠같이 검으며 세계가 생기기 전이나 산하가 멸한 후에도 허공에 가득 차 있다. 3세의 부처님네도 그것을 어찌할 수 없고, 역대의 조사님네도 그것을 어찌할 수 없으며, 천하의 큰스님들도 그것을 어찌할 수 없다. 그대들은 어찌할 수 있겠는가."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죽비로 탁자를 한 번 내리치고는, "산산조각이 났도다. 안녕히 계시오" 하고 자리에서 내려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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