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옹록(懶翁錄)

30. 병진 4월 8일 결제에 상당하여

通達無我法者 2008. 3. 19. 15:40

 

 

 

30. 병진 4월 8일 결제에 상당하여

 

 스님께서 향을 사뤄 황제를 위해 축원한 뒤에 법좌에 올라 불자를 세우고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집안의 이 물건은 신기할 것도 없고 특별할 것도 없으며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되, 해같이
밝고 옻같이 검다. 항상 여러분이 활동하는 가운데 있으나 활동하는 가운데서는 붙잡을 수
가 없는 것이다.
산승이 오늘 무심코 그것을 붙잡아 여러분 앞에 꺼내 보이니, 여러분은 이것을 아는가? 안
다 해도 둔근기인데 여기다 의심까지 한다면 나귀해 〔驢年〕 에 꿈에서나 볼 것이다. 그러
므로 선 (禪) 을 전하고 교 (敎) 를 전하는 것은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이요, 경론을 말해
주는 것도 눈 안에 금가루를 넣는 것이다.
산승은 오늘 말할 선도 없고 전할 교도 없소. 다만 3세의 부처님네도 말하지 못하고 역대의
조사도 전하지 못했으며, 천하의 큰스님들도 뚫지 못한 것을 오늘 한꺼번에 집어 보이는 것
이다."
주장자를 가로잡고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당장에 마음을 비울 뿐만 아니라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내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는 주장자를 던지고 자리에서 내려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