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일주수좌 (一珠首座) 에게 주는 글
이 큰 일을 기필코 해결하려거든 반드시 큰 신심을 내고 견고한 뜻을 세워, 지금까지 배워
서 안 불법에 대한 견해를 싹 쓸어 큰 바다 속에 버리고 다시는 꺼내지 말아야 한다. 그리
고 8만 4천의 미세한 생각을 한 번 앉으면 그 자리에서 끊어버리고, 그저 하루종일 행주좌
와하는 중에 항상 화두를 들어야 한다. 한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
까?' 하고 물었을 때 조주스님은 `없다 〔無〕 '고 하였다.
여기서 마지막 한마디 힘을 다해 들되, 언제나 들고 언제나 움켜잡으면, 움직이거나 고요한
가운데서 들지 않아도 저절로 들리고 자나깨나 늘 의심하지 않아도 저절로 의심이 될 것이
다. 그 경지에 이르러서는 그저 때만 기다려라.
혹 들어도 냉담하고 전연 재미가 없어 부리를 꽂을 곳이 없고 힘을 붙일 데가 없으며, 알아
지는 점이 없고 어찌할 수가 없더라도 부디 물러서지 말라. 그때야말로 그 사람이 힘을 붙
일 곳이요 힘을 덜 곳이며, 힘을 얻을 곳이요 신명을 놓아버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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