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매씨 (妹氏) 에게 답함
나는 어려서 집을 나와 햇수도 달수도 기억하지 않고 친한 이도 먼 이도 생각하지 않으며,
오늘까지 도 (道) 만을 생각해 왔다. 인의 (仁義) 의 도에 있어서는 친하는 정과 사랑하는
마음이 없을 수 없지마는, 우리 불도에서는 그런 생각이 조금만 있어도 큰 잘못이다. 이런
뜻을 알아 부디 친히 만나겠다는 마음을 아주 끊어버려라.
그리하여 하루 스물 네 시간 옷 입고 밥 먹고 말하고 문답하는 등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항
상 아미타불을 간절히 생각하여라. 끊이지 않고 생각하며 쉬지 않고 기억하여 생각하지 않
아도 저절로 생각나는 경지에 이르면, 나를 기다리는 마음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헛되이 6
도 (六道) 에서 헤매는 고통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간절히 부탁하여 게송으로 말하겠다.
아미타불 어느 곳에 계시는가
마음에 붙여두고 부디 잊지 말아라
생각이 다하여 생각 없는 곳에 이르면
여섯 문 〔六門〕 에서 언제나 자금광을 뿜으리.
阿邇陀佛在何方 着得心頭切莫忘
念到念窮無念處 六門常放紫金光
'나옹록(懶翁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 감변 (勘辨) (0) | 2008.03.19 |
---|---|
20. 대어 (對語)* (0) | 2008.03.19 |
18. 숙녕옹주 묘선 (淑寧翁主 妙善) 에게 드리는 글 (0) | 2008.03.19 |
17. 지보상좌 (志普上座) 를 위해 하화하다 (0) | 2008.03.19 |
16. 신백대선사를 위해 뼈를 흩다 (0) | 2008.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