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감변 (勘辨)
스님께서 한 좌주 (座主) 에게 물었다.
"교가 (敎家) 에서는 일시불 (一時佛) 을 말하는데, 그 부처는 지금 어디 있는가?"
좌주가 어물거리자 스님께서 할을 한 번 하고 나가다가 다시 좌주를 불렀다. 좌주가 머리를
돌리자 스님께서 "알았는가?" 하니 좌주가 "모르겠습니다" 하였다.
스님께서 "더 맞아야겠구나" 하니 좌주는 절을 하였다.
스님 셋이 와서 절하는 것을 보고 스님께서 물었다.
"세 사람이 동행하면 반드시 하나는 지혜가 있을 것이니, 지혜로 이르지 못하는 경계를 한
마디 해보아라."
그 스님이 말이 없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지혜는 말에 있지 않다. 둘째 스님은 어떤가?"
그 스님도 말이 없자 스님께서는 "셋째 칠통 (漆桶) 은 어떤가?" 하셨다.
그 스님도 역시 말이 없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노승이 스님네에게 감파 (勘破) 당했소. 앉아서 차나 드시오."
스님께서 한 도사 (道士:老莊) 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는가?"
"호주 (毫州) 에서 옵니다."
"그대가 호주에서 온다면 노자 〔老君〕 를 보았는가?"
"보지 못했습니다."
"그대 눈이 어떤가?"
도사가 절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노자가 석가에게 절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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