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편의 명구·무비스님

풍경(風磬) 소리

通達無我法者 2008. 8. 10. 04:17

 

 

 

 

풍경(風磬) 소리


몸 전체가 입이 되어 허공에 걸려 있어

동서남북 모든 바람 상관하지 않고

한결같이 어울려서 반야를 노래하네.

뗑그렁, 뗑그렁, 뗑그렁···.


通身是口掛虛空   不管東西南北風

 통신시구괘허공    불관동서남북풍

一等與渠談般若   滴丁東了滴丁東

 일등여거담반야    적정동료적정동

- 천동여정(天童如淨)

 

 

   조동종의 거장인 천동여정(天童如淨, 1163~1228) 선사의 반야송(般若頌)이라는 시다. 소동파(蘇東坡, 1036~1101)는 시냇물 소리가 부처님의 설법소리라고 노래하였는데 이 시에서는 풍경소리가 그대로 반야지혜를 드러내는 소리라고 하였다. 처마 끝에 달려 있는 풍경을 밑에서 올려다 보면 그 입은 몸 전체다. 아주 크게 열려 있다. 마치 허공에 걸려 있는 것 같다. 바람이 동쪽에서 불어오면 서쪽으로 흔들리고, 서쪽에서 불어오면 동쪽으로 흔들린다. 또 남쪽에서 불어오면 북쪽으로 흔들리고 북쪽에서 불어오면 남쪽으로 흔들린다. 어디서 어디로 불어오든 풍경소리는 똑같이 그대로 반야지혜를 설하고 있다. 반야지혜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저렇게 맑은 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물소리, 새소리가 모두 부처님의 무진한 설법소리이며, 바람소리, 풍경소리가 그대로 마하반야바라밀이다. 낱낱이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이요, 사물 하나하나가 그대로 화장세계다. 고요하고도 탈속하며 소박하고 간결한 선의(禪意)가 잘 묘사되었다. 선천선지(禪天禪地)와 선산선수(禪山禪水)에서 선풍선음(禪風禪音)이 그대로 잘 들리고 있다. 뗑그렁, 뗑그렁, 뗑그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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