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편의 명구·무비스님

교리를 널리 펼치다[演敎] 1

通達無我法者 2008. 8. 13. 22:05

 

 

 

교리를 널리 펼치다[演敎] 1

 

용궁에 가득 찬 대장경이 모두 의사들의 약방문이요

학수에서 마지막에 설한 것도 그 이치가 깊지 못하네.

참되고 텅 빈 진리의 세계에서 겨우 한 생각 일으키면

이 염부제의 세계에서는 벌써 팔천년 세월이 지나가네.

 

龍宮滿藏醫方義  鶴樹終談理未玄

 용궁만장의방의    학수종담리미현

眞淨界中纔一念  閻浮早已八千年

 진정계중재일념    염부조이팔천년

- 동안상찰 선사 「십현담(十玄談)」5~2

 

 

                             

   불교는 그 역사가 오랜 만큼 무수히 많은 경전, 경율론 삼장을 갖고 있다. 그 서술 형식과 내용을 12가지로 분류하여 십이부(十二部)로 구분하기도 한다. 후대에 선불교에서 저작한 선종의 서적들을 선장(禪藏)이라고 하여 사장(四藏)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불교에서 이 모두를 용궁만장(龍宮滿藏), 또는 용궁해장(龍宮海藏)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특히 여러 경전들 중에서 가장 방대하다고 하는 『화엄경』은 용수보살이 바다 밑 용궁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부처님의 깨달음을 말할 때 ‘깨달음의 바다’라는 의미의 각해(覺海)라는 말을 쓴다. 불교의 모든 경전과 어록들은 깨달음의 드넓은 바다에서 출현하였다는 뜻이다. 즉 불교의 경전이나 어록들은 언제 누구의 손에 의하여 저술되었든지 모두가 깨달은 사람[부처님]의 지혜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석가모니의 친설(親設)이 아닌 내용을 부처님이 설했다고 해도 큰 잘못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내용을 가지고 실제 바다 밑 어느 용궁에서 가지고 나왔다고 왈가왈부하는 사례가 작금에도 많은데, 불교경전 특유의 비유와 상징성을 도외시한 발상이다.

   아무튼 그 많은 경전들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모두가 의사들이 환자의 병에 따라서 처방을 내리는 처방전과 같은 것이다. 중생들의 팔만사천 번뇌라는 병을 치료하는 발만사천 가지의 치료법이다. 그 외에는 별다른 뜻이 없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실 때 사라쌍수[鶴樹] 사이에서 마지막으로 설하신 최고 최후의 경전이라 하더라도 그 이치는 그렇게 깊거나 현묘하다고 할 수 없다.

   옛 사람들도 말하기를, “무수한 단풍잎[경전] 하나하나가 모두 울고 있는 어린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기 위하여 황금색 돈이라고 말하는 것에 다름없다[無數黃葉葉 盡作止啼錢]”라고 하였다. 아이들도 돈을 좋아하므로 황금색으로 물든 단풍잎을 돈이라고 속여서 울음을 멈추게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이 끊어진 진리의 세계에서는 한 생각을 일으키는 것도 용납되지 않는다. 만약 한 생각을 일으키면 그 한 생각에 따라서 즉시 팔만사천 생각들이 일어난다.

   사람들이 드넓은 우주만유를 건립하고 인식하는 것도 그들이 일으킨 한 생각을 따라 우주와 삼라만상들이 따라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모든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는 것들은 일체가 그렇게 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십현담에서 말하는 염부제란 우리들의 한 생각에 의해서 만들고 펼쳐진 모든 시간과 공간들이다.

   그러므로 불교를 아는 사람들은 이 한 생각이 일어나기 이전의 자리로 돌아가는 법을 안다. 한 생각 일어나기 이전 자리야말로 궁극의 경지며 불생불멸의 본래 자리이기 때문이다.

   불교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늘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으면서 꾸준히 발전해 왔다. 소승불교를 버리고 대승불교라는 새 옷으로 갈아입은 것이 그렇고, 대승불교마저 버리고 선불교로 발전한 것이 그렇다. 특히 그간의 모든 불교 전적들을 무시하고 불립문자(不立文字)의 기치를 든 선불교는 2천 7백년 불교사에 큰 획이다. 이 십현담 또한 선불교의 산물이다. 그러나 이제는 또 다시 이 시대에 알맞은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리라. 보통 사람의 평범한 삶이 그대로 완전무결한 부처의 사람이라는 인간불교(人間佛敎)가 바로 그러한 새 옷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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