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이야기·이규행

47. 만법귀일(萬法歸一)

通達無我法者 2008. 9. 22. 18:48

 

 

만법귀일(萬法歸一)

“行住坐臥를 언제나 마음에 담아 둘지어다”

三寶를 연마 일품 이루면
십전염군도 능히 피하고
현빈의 문으로 출입



혜가는 달마 조사가 말한 하나(一)의 뜻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다. 부처님이 설한 만법귀일의 일(一)이나 고불(古佛) 이래 전해져 온 삼진귀일(三眞歸一)의 하나(一)가 단순히 글자 뜻풀이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혜가는 자세를 가다듬었다.

“제자는 하나(一)의 깊은 뜻을 잘 알지 못하고 있나이다. 부디 자세한 가르침을 주시옵소서.”달마는 그런 물음이 있을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라는 것은 무극(無極) 안에 있는 한 점(一點)의 영성(靈性)이니라. 이 하나는 바로 석가모니 부처님이 말씀한 진경(眞經)의 골수(骨髓)이니라. 모든 백성과 만물(萬物) 그리고 일체의 영물이 모두 이 하나에서 생겨났느니라. 삼계(三界) 중에 있는 모든 것이 하나로 말미암아 생성되었느니라. 그러므로 이 하나는 하늘(天)과 땅(地)을 안정시키고 양의(兩儀)를 판정(判定)케 하여 음양을 낳고, 남녀를 생기게 하여 인근(人根) 곧 사람의 근본을 제정(制定)하였느니라. 이 하나는 삼보(三寶)를 생기게 하고 이것이 삼교(三敎)의 강령(綱領)이 되었느니라. 삼재(三才)를 거느리고 삼계(三界)를 세워서 건곤(乾坤) 곧 하늘과 땅을 버티게 하고 있는 것도 이 하나이니라. 바로 이 하나가 태(胎)·란(卵)·습(濕)·화(化)의 사생(四生)을 낳고 사상(四相)을 정위(定位)하고 사방(四方)에 통하고 춘하추동(春夏秋冬)의 사계(四季)를 구분했느니라.

이 하나는 오곡(五穀)을 낳고 오기(五氣)를 낳게 했을 뿐만 아니라 오행(五行)도 생기게 했느니라.

이 하나는 육미(六味)를 낳고, 육기(六氣)를 분성(分性)했느니라. 육효(六爻)를 안배하고 육축(六畜)을 화육하고 육도(六道)로 윤회(輪廻)케 하느니라.

이 하나는 일곱 개(七)의 구멍을 낳고 칠정(七政)까지도 생기게 했느니라. 방위(方位)마다 칠숙(七宿 : 일곱 별)을 세웠으니 곧 북두칠성이 그것이니라.

이 하나는 팔괘(八卦)를 낳으니 이를 팔대신성(八大神聖)이라 하느니라. 팔방(八方)을 나누고 팔해(八海)를 제어하여 팔부용신(八部龍神)을 생기게 했느니라.

이 하나가 구강(九江)을 낳고, 구곡주(九曲珠)를 정하고, 구궁(九宮)을 구별하고 구관(九關)을 있게 하여 구전(九轉)하여 단(丹)을 이루게 하느니라.

이 하나는 십(十)과 천(千)을 낳고 십불(十佛)로 하여금 온 세계를 보살피게 하느니라. 시방(十方)을 안배했을 뿐만 아니라 아래로 십전염군(十殿閻君)을 두게 했느니라.

이 하나는 무극(無極)에서 비롯된 선천운화(先天運化)이니 천불만조(千佛萬祖)와 무수한 진인(眞人)을 낳았느니라. 별(星斗)들과 산하(山河)와 초목(草木)과 만백성을 태어나게 한 것이 이 하나이니라. 이처럼 하나로 말미암아 생기지 않은 것이 없으니 하나의 현묘(玄妙)한 이치는 말로 다할 수 없느니라. 사람이 하나로 깨달아 얻게 되면 만사가 해결되고 사생(死生)도 없느니라.”스승의 자상한 가르침에 혜가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기쁨이 뭉클 솟아올랐다. 그는 하나야말로 선천(先天)의 대도(大道)이며 무궁한 조화(造化)의 근원임을 알게 되었다. 절로 마음이 밝아오고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혜가는 그럴수록 더욱 깊이 알고 싶은 욕구를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스승이 말한 일 ·삼·오(一·三·五)의 수(數)의 이치는 정미(精微)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고, 하도(河圖)로 귀결되는 하늘(天)의 생수(生數)임을 그는 알았다. 마찬가지로 땅(地)에도 생수가 있고 그것이 바로 이·사(二·四)의 수리(數理)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이치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 답답함을 벗을 길이 없었다.

혜가는 스승 달마 조사에게 경건하게 예의를 갖춘 다음 두 무릎을 꿇고 앉아 간청했다.

“스승님께서 자비를 베푸소서. 제자는 일·삼·오(一·三·五)의 수(數)와 이·사(二·四)의 수에 대한 가르침을 바라옵니다.”달마는 대답했다.

“일·삼·오(一·三·五)의 수는 합하면 구(九)가 되지 않느냐. 역(易)에 이르기를 양(陽)은 구수(九數)를 쓴다(用)고 했느니라. 이·사(二·四)의 수는 합하면 육(六)이 되니 역에서는 음(陰)이 육수(六數)를 쓴다고 했느니라. 구(九)는 양에 속하니, 양은 가볍고 맑은 기(氣)를 갖는 것으로 위로 떠올라 하늘이 되었느니라. 육(六)은 음에 속하니, 음은 무겁고 탁한 기를 갖는 것으로 아래로 내려와 응고하여 땅이 되었느니라. 수도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탁함을 떨쳐 버리고 맑음이 머물게 해야 하느니라. 삼교(三敎)의 성인(聖人)은 예외 없이 일·삼·오(一·三·五)를 합친 구수(九數)로 된 도(道)를 닦았느니라. 이·사(二·四)를 합친 육수(六數)는 쓰지 않았느니라. 그러므로 천당(天堂)과 지옥(地獄)도 바로 수리(數理)와 관계가 있음을 알아야 하느니라. 선(善)을 행하면 천당으로 올라가고 악(惡)을 행하면 지옥에 떨어지는 이치는 자명한 것이니라. 수도하는 사람이 방문(旁門)을 피하고 정문(正門)으로 들어가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느니라.”혜가는 두 손을 맞잡은 자세로 거듭 스승에게 물었다.

“이·사(二·四)의 수리를 어떻게 분별해야 할 지 가르쳐 주시옵소서.”달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이(二)는 한 마디로 심원의마(心猿意馬)를 말하는 것이니라. 심원은 원숭이같이 변덕스런 마음을 뜻하는 것이고, 의마는 말처럼 날뛰는 뜻(意)을 말한다는 것쯤은 그대도 알 것이렸다. 사(四)는 눈, 귀, 코, 혀 곧 사상(四相)을 말하는 것이니라. 이(二)와 사(四)가 합하여 육근(六根)이 되고 육근이 육적(六賊)으로 화하여 분출(分出)하느니라. 육도윤회(六道輪廻)도 바로 여기에서 생겨났느니라. 그래서 인도(人道)는 둘이고 축도(畜道)는 넷이라고 하느니라. 대저 사람의 진성(眞性)이 어머니 뱃속인 선천시절(先天時節)에 있을 때는 어머니와 일기(一氣) 곧 한 기운으로 상통하느니라. 그때는 심의(心意)가 한 데로 모이고 사상(四相)도 화합하느니라. 오로지 한 구멍(一窮)이 있어 삼보(三寶)로 통하고 오원(五元)이 혼합하여 일체(一體)를 이루니 능히 움직이되 말은 할 수 없느니라. 이것이 열 달이 차서 만삭이 되면 마치 오이가 익어 꼭지가 떨어지듯 한 주먹 고깃덩이가 세상에 떨어지게 되는데 태중(胎中)을 벗어나서 탯줄을 끊으면 선천의 기운은 거두어지고 후천의 기운을 받게 되느니라. 아기가 왜 큰소리로 울며 세상에 나오는지 아는가? 그것은 이제 고해(苦海)에 떨어져 다시 근원으로 돌아가기 어려움을 나타내는 것이니라.”혜가가 스승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고해란 사바 세상을 말하는지요? 아니면 다른 뜻이라도 있는지요?”달마는 싱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눈, 귀, 코, 혀를 일컬어 사대고해(四大苦海)라고 하느니라. 본성이 눈을 통해 소모되면 난생(卵生)으로 떨어지고, 본성이 귀로 소모되면 태생(胎生)으로 떨어지고, 본성이 코로 소실되면 화생(化生)으로 떨어지고, 본성이 입으로 소실되면 습생(濕生)으로 떨어지느니라. 여기에 심의(心意)가 한 번 동하면 육욕(六慾)이 생기니, 육진(六塵)을 일으키면 무겁고 탁한 기운이 덩어리가 되어 지옥이 되느니라. 사람이 짐승으로 전생(轉生)하고 짐승이 사람으로 전생하니, 낳아서 죽고, 죽은 뒤 태어나는 윤회가 그치지 않느니라. 본래 사람의 본성은 선(善)한 것으로 천성과 가까웠느니라. 그러나 습관에 따라 차츰 멀어졌으니 어찌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말을 마친 달마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게송을 읊기 시작했다.

“삼귀오계(三歸五戒)의 법어(法語)로 청정(淸淨)히 하고, 그대의 영명(靈明)한 현관일규를 지점(指點)하노라. 삼심사상(三心四相)을 모조리 쓸어내고 십악팔사(十惡八邪)를 깨끗이 제거하라. 삼보(三寶)를 연마하여 일품을 이루면, 육적(六賊)을 거둬 근본으로 돌아가게 하라. 호흡이 뚫려 한 구멍(一窮)으로 돌아가니, 현빈의 문(玄牝之門)으로 출입하게 되리라. 이로 말미암아 고뇌에서 벗어나니, 십전염군을 두려워할 까닭이 없도다. 이것이 바로 신불(神佛)의 도(道)이니, 행주좌와(行住坐臥)를 언제나 마음에 담아 둘지어다.”혜가는 감격하여 온몸이 떨렸다.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고 스승을 우러러 경의를 표했다.

“스승님의 과분하신 가르침에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스승님, 저의 백배(百拜)를 받으소서.”혜가는 정성을 다하여 천천히 백 번의 절을 달마에게 올렸다. 백배는 사은(謝恩) 예절의 극치인 동시에 상징이었던 셈이다. 혜가는 다시 달마를 우러러보며 가르침을 청했다.

“스승님의 자비를 간청하나이다. 삼관구규(三關九竅)가 무엇을 뜻하는지 상세히 가르쳐 주시옵소서.”달마는 즉답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굳게 담은 입에선 아무런 말씀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혜가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달마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며 기다릴 따름이었다. 이윽고 달마가 눈을 뜨며 말문을 열었다.

“삼관구규란 세 개의 관문과 아홉 개의 구멍을 이르는 것이니, 그렇게 쉽사리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니라. 그것을 알면 십전염군도 능히 피할 수 있고, 효(爻)를 뽑아내어 상(象)을 변환시킬 수도 있느니라. 그러므로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되느니라. 그대 같은 초입자는 기초도 닦지 않은 터에 그것을 알려고 하지 말지어다. 삼관구규의 도는 이름하여 최상승(最上乘)이라고도 하느니라. 능히 범골(凡骨) 즉 보통 사람을 선진(仙眞) 곧 신선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으니, 진성(眞性)의 일점(一點)은 삼계(三界)를 초월하여 시방(十方)의 만령(萬靈)을 모두 근원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느니라.”혜가는 달마 조사의 엄숙한 말씀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옷매무새를 바로하고 침착하게 스승에게 물었다.

“성명(性命)이라는 두 글자의 근원을 가르쳐 주시옵소서. 하루 온종일 어느 곳에 안신(安身)하여야 하는지도 교시(敎示)하여 주시옵소서.”달마는 은유법으로 대답했다.

“잠자는 곳은 산 속 바위 틈이라지만, 삽시간에 바다에 날고 하늘에도 오른다. 앉는 곳은 항상 밝아 밤이 없지만, 가는 곳은 바다와 같이 넓고도 넓도다. 일월갑자(日月甲子)를 운행하니 불도(佛道)의 종지(宗旨)를 증명하도다. 아침은 동녘에서 뜨고 저녁은 서녘에 지니, 자오남북(子午南北)이 상통하도다. 황정(黃庭)을 돌아와 편히 쉬니, 그 묘한 작용의 황홀함이 무궁하도다.”

 

출처 : 부다피아 : http://www.buddha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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