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이야기·이규행

45. 성체원명(性體圓明)

通達無我法者 2008. 9. 22. 18:44

 

 

성체원명(性體圓明)

“大道에 입문한 것은 仙佛 인연 있기 때문”

수행하는 사람은
모두가 骨肉之親이며
靈山의 한 핏줄



달마가 설법한 오계(五戒)는 당연히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가르침은 단순히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으로만 한정할 수 없다. 그것은 이미 오래 전 고불(古佛) 시대부터 전해져 온 것이기 때문이다. 달마의 설법은 이를테면 모든 가르침을 아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달마는 오계의 세번째인 사음(邪淫)을 금(禁)하는 계를 설명했다. 달마는 본래 예절(禮節)을 근본으로 삼은 데서 이 계율이 생겨난 것이라고 풀이하면서 절대로 욕념(欲念)이 일어나지 않도록 절제하고 금욕하라고 가르쳤다.

달마는 말했다.

“남자는 모름지기 정절(貞節)을 지키고 여자는 청결(淸潔)을 지켜 의마심원(意馬心猿)처럼 마음 내키는 대로 날뛰지 않도록 해야 하느니라. 마음 속에 항상 염치(廉恥)의 씨앗을 간직함으로써 마음은 입(口)에 묻고, 입은 또 마음에 물어 스스로를 엄격히 다스리고 근신해야 하느니라. 부질없는 정념(情念)은 티끌만치도 없어야 하며 그 씨앗은 뿌리부터 잘라 버려야 하느니. 천지(天地)간에 오직 금수(禽獸)만이 수컷과 암컷이 혼교하여 수치도 모른 채 추악한 소리를 질러대니 차마 귀로 들을 수 없도다. 만물의 장(長)인 사람으로 태어나 어찌 염치와 예절을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만약 윤리를 어지럽히면 비록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금수와 다를 바 없느니라. 옛 동이(東夷) 곧 배달의 남자는 미인이 지나가도 문을 닫고 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느니라.”혜가는 동방예의지국의 연원이 결코 오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것 같았다. 새삼 스승에게 큰절을 올리면서 설법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대도(大道)에 입문한 것은 도두 선불(仙佛)의 인연이 있기 때문이니라. 중생들이 인회(寅會)에 동토(東土)에서 태어난 지 어언 6만 년. 어떤 때는 여자로 태어나 전변(轉變)을 거듭했느니라. 사람은 하늘의 씨앗이니 하늘로 돌아가야 하느니라. 삼기(三期)에 이르러 도문(道門)이 널리 열려 있으니, 수행하는 사람은 모두가 골육치진(骨肉之親)이며 영산(靈山)의 한 핏줄임을 명심할지어다. 수행하는 자는 마땅히 음욕을 한 칼로 잘라 버려야 하느니라. 아무리 미인이라도 마음이 움직여서는 안 되느니, 그렇지 않으면 맹수나 독충에 물려 몸을 상하게 하는 것처럼 될 것이니라. 음욕을 품지 않도록 마음을 닦아 그 음욕의 그림자조차도 없애버리면 불선(佛仙)이 되는 것은 이미 손아귀에 있는 것과 같으니 무엇이 어려울 것이 있겠는가? 수행하는 데 있어서 음욕은 수마(首魔) 곧 으뜸 되는 마귀이니 도(道)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총체적인 병(病)은 바로 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니라. 그러나 수행자들의 대부분은 말은 그럴 듯하게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으니 겉으론 깨달음에 이른 듯 보이지만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너무나 엉큼하여 짐승과 같으니라. 그러므로 수행하는 자는 남녀를 가릴 것 없이 자기 마음을 살펴 자문(自問)해 보아야 할지니, 삿된 음욕이 도(道)를 패퇴시키는 실상을 깨달아야 하리라. 색(色)에서 태어나서 색으로 죽으니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는구나. 비록 깨어났더라도 깨닫지 못하고 깨달은 듯싶지만 아직 깨어나지 못해 어둠 속을 헤매고 있으니, 수행을 이루지 못한 자의 시체가 산처럼 쌓이고 뼈는 봉우리가 되었구나. 선불(仙佛)의 뿌리가 티끌 세상에 떨어졌으니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을쏘냐. 큰 뜻을 세운 자는 모름지기 염두(念頭)를 철석(鐵石)처럼 굳세게 가다듬어야 하느니라. 색(色)이 공(空)임을 알고 이것을 늘 마음에 새겨 두고 꾸준히 행하게 되면 이윽고 무인(無人) 무아(無我)가 되어 사상(四相)이 모두 깨끗하게 되리라. 이렇게 될 때 비로소 나의 본래(本來)의 면목(面目)이 성체원명(性體圓明)으로 돌아갈 수 있느니라. 그러므로 사음계를 어린 아이 장난처럼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할지니 모름지기 근신(謹愼)하고 또 근신할지어다.”혜가는 스승의 사음계에 대한 강설에 절로 마음이 무거워옴을 느꼈다. 자기 자신도 말로만 음욕을 품지 말라고 했을 뿐 올곧게 행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혜가는 두 손 모아 스승 앞에 다짐했다.

“사음계의 가르침을 비로소 깊이 깨달았나이다. 술과 고기를 먹지 말라는 계율도 설명해 주시옵소서.”“주육(酒肉)을 금하는 계는 원래 지혜(知慧)를 근본으로 삼은 것이니 청(淸)과 탁(濁)을 섞지 말라는 것이니라. 술을 끊고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하는 까닭은 탁함을 멀리 하고 청정을 머물게 하기 위함이니라. 절대로 입과 배를 탐해서 진성(眞性)을 어지럽혀 미혹케 해서는 안 되느니라. 오계 가운데서 술은 계율의 첫머리라고도 할 수 있나니, 그대는 결코 가볍게 보지 말지어다. 술은 비록 물처럼 부드럽다고 할지라도 독기(毒氣)가 매우 심하니, 세 잔만 뱃속에 들어가도 얼굴이 붉어지고 마음이 혼미해 지느니라. 마시고 취하면 미친 사람처럼 허우적거리며 깨어나지 못해 염치를 잃고 덕행(德行)을 상실하여 흉폭한 짓을 하기 쉬우니, 이런 때는 친척이나 지인(知人)도 몰라보고 입을 열어 욕설을 퍼붓고 손으로 주먹을 휘두르며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행패를 부리느니라. 이것은 생사(生死)와 성명(性命)을 생각치 않는 것이니 하늘의 재앙을 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니라. 법에는 사사로운 정이 없으니 술이 깨어 후회하더라도 이미 소용이 없느니라.

옛날에 우왕(禹王)이 맛 좋은 술을 싫어하고 선(善)한 말 듣기를 좋아했다는 고사를 본받아야 할 것이니라. 일찍이 공자도 술을 마시면 어지러움을 벗어날 수 없다고까지 경계하지 않았더냐. 더군다나 술은 오장(五臟)을 뚫는 독으로 삼보(三寶)를 손상시킬 뿐이니라. 나라를 망하게 하고 집안도 기울게 하는 화근(禍根)이 되느니라. 속인(俗人)이라고 할지라도 이를 두려워하고 삼가하여 경계해야 하거늘 하물며 청결에 귀의하기로 뜻을 세운 수행자는 두말 할 필요도 없지 않겠느냐. 비록 감주(甘酒)일지라도 마셔서는 안 되느니, 그렇게 가볍게 뜻을 꺾으면 심신(心神)의 혼란을 막기 어려울 것이니라. 고기를 먹지 말라는 계율도 잘 지켜야 할 것이니, 공(功)이 있어 천도를 시켜 주지 못할망정 어찌 감히 고기를 먹을 수 있겠는가. 만일 공을 이루어 그 원혼을 풀어주지 못하면 지옥에 떨어져 죄값을 받으리라. 지옥에 가면 먹은 고기의 분량만큼 고기로 갚으라는 염라대왕의 판결을 받을 것이리라. 고기를 뜻하는 ‘육(肉)’의 글자꼴에 인(人)이란 글자가 두 개나 겹쳐 있는 까닭을 알아야 하느니라. 이것은 사람이 먹은 고기는 사람으로 갚아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니라. 사람은 모름지기 천지(天地)의 청기(淸氣)를 받아 본성(本性)을 이룬 데 비해서 짐승은 천지의 탁기(濁氣)를 받아 태어났느니라. 그러므로 도를 깨닫고자 하면 탁기에서 벗어나야 하느니라. 탁기를 제거하면 비로소 청기(淸氣)가 상승하여 깨달음을 얻게 되느니라.”혜가는 스승의 설법을 통해 청기가 하늘로 오르고 탁기가 땅에 떨어지는 이치를 새삼 인식하게 됐다. 달마는 혜가의 진지한 표정을 살피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오계의 마지막 계율인 망어지계(妄語之戒) 곧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뜻을 풀이할 것이니 잘 들어라. 이 계율은 신실(信實)을 바탕으로 삼은 것이니라. 사람을 만나서 절대로 허세를 부리거나 빈말을 하지 말라. 말에는 전범(典範)이 있고 행동에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으니 충신독경(忠信篤敬)의 네 글자를 명심할지어다. 충성(忠誠)과 신실(信實) 그리고 돈독(敦篤)과 공경(恭敬)으로 임하면 오고 감에 맑음과 밝음이 있어 조금도 의심이 생기지 않으리라. 세상 사람들은 대개 허황한 말과 야릇한 논리를 펼치면서 문제와 사건을 일으키고 중인(衆人)을 속이기 일쑤이니 동쪽에서는 좋다고 말하고 서쪽에서는 나쁘다고 말하면서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느니, 겉모양은 자비로운 것처럼 보이나 마음은 악독하고 입으론 부처님처럼 말하지만 마음은 뱀과 같으니라. 혀는 칼날 같으니 사람을 죽이려 들면 피하여 숨을 곳이 없고, 뜻은 검처럼 사람 몸을 베니 아무도 피할 수 없으리라. 이런 자들은 나만의 배부름과 따뜻함 그리고 편리함과 안온함만을 도모하니 다른 사람이야 쓴맛을 보든 단맛을 보든 간에 전혀 개의치 않느니라. 이승에 살면서 혀를 칼로 삼아 세상을 어지럽히면 저승에 가서 심간(心肝)이 찔리고 혀가 뽑히리라. 수행하는 사람은 거짓을 말하지 말고 말에 신(信)이 있어야 하느니라. 과장된 말이나 교묘한 말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느니, 사람을 만나서는 효(孝) 제(悌) 충(忠) 신(信)을 말하고, 사람들에게 예의와 염치를 일깨워 좋은 길로 선도해야 하느니라. 불효하는 사람에게는 효도를 권하고 음란한 사람에겐 정절(貞節)을 권하고, 삿된 짓을 하는 사람에겐 어짐(賢)을 권하고, 악한 사람은 선(善)의 길로 이끌어 인심(人心)을 잡아서 돌이키도록 하여라.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사람들을 권하여 신(信)에 따르도록 하면 못된 사람도 없어지고 흉포한 것도 없어져 절로 청평(淸平) 곧 태평(太平)을 보게 되리라. 하늘과 땅, 연월일시(年月日時)는 모두 신(信)에 따라 운행되고 있느니라. 만물과 사람도 역시 신에 따라서 생겨났느니라. 만약 신이 없다면 이 세상 어디에도 인륜(人倫)이란 있을 수 없느니라. 하늘에 신이 있기에 해와 달과 별이 북두(北斗)를 믿고 따르는 것이며, 땅에 신이 있기에 물과 불과 바람이 곤륜(崑崙)을 믿고 움직이고 있으며, 해(年)에 신이 있기에 사시(四時) 곧 사계절에 온(溫) 열(熱) 량(凉) 한(寒)이 있으며, 달(月)에 신이 있기에 초하루와 보름에 한치의 어그러짐도 없으며, 날(日)에 신이 있기에 십이시(十二時)에 자시(子時)와 오시(午時)가 표준이 되고 있으며, 시(時)에 신이 있기에 시간마다 팔각오분(八刻五分)이 있으며 괘(卦)에도 신이 있기에 건(乾) 곤(坤) 감(坎) 리(離)가 정하여 있느니라. 신은 토(土)에 속하여 오상(五常)을 꿰뚫고 오행(五行)을 일관(一貫)하느니라.

하늘과 땅이 합치되면 연월일(年月日)은 당연히 신(信)에 따라 운화(運化)하고 만물과 사람도 그에 따라 생겨나는 것이니 생겨나면 화(化)하고 화하면 생겨나는 것 또한 하나의 신에 의한 것이니라. 만약 신이 없다면 화하고자 하는 해도 화하지 못하고 생기려고 하는 해도 생겨날 수 없느니라. 그러므로 오계는 엄격하게, 한치의 어김도 없이 지켜야 하느니라. 뿐만 아니라 오계는 오행과도 밀접하게 연관시켜야 하느니라. 여기에 더하여 삼화(三花)를 머릿골 정수리에 모아야 하느니,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삼염(三厭)을 깨끗하게 제거해 버려야 하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