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이야기·이규행

44. 오훈채(五菜)의 금기(禁忌)

通達無我法者 2008. 9. 22. 18:43

 

 

오훈채(五菜)의 금기(禁忌)

“하늘이 만물 살리듯 살생말고 방생해야”

그대가 남을 죽이면
남 또한 그대를 죽이니
겁운이 그칠새 없도다



달마는 천일(天一) 지이(地二) 인삼(人三)의 이치를 설명했다. 일(一) 곧 ‘하나’는 하늘의 이치를 말하는 것이고 무극(無極)의 진리를 표방한다고 했다.

‘하나’는 가로로 그리면 일(一)이 되지만 둥글게 그리면 ‘원(○)’이 된다. ‘원’은 무시무종(無始無終) 곧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천부경>에서는 이것을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이라고 했다. 이 ‘원’은 우주의 진공체(眞空體)를 말하는 동시에 하늘의 ‘형상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역(易)에서는 하늘의 수 하나(天一)가 물을 낳는다(生水)고 했다. 이 하나(一)가 삼(三)으로 변해 천삼생목(天三生木)하는 것이 우주의 이치다. 하나가 셋으로 변하고 셋이 원주율(圓周率)을 이룬다. 이렇게 해서 우주의 창조와 변화가 일어난다. 흔히 선천(先天)의 변화원리를 수화기제(水火旣濟)라고 일컫는다. 물론 수화기제는 수행자에게 있어서도 깨달음에 이르는 법칙이다. 숨기운을 사람 몸에 돌려 수승화강(水昇火降)이 이루어지면 진단(眞丹)이 결성(結成)되기 때문이다. 이 공부는 오로지 잡념을 쫓고 일심불이(一心不二)로 해야만 진경을 볼 수 있다.

달마는 삼(三)을 풀이하여 삼가(三家)라고 했다. 하나(一)의 본성(本性)은 셋(三)으로 나누어지니, 사람 몸으로 말하면 정·기·신(精·氣·神)을 일컫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사람 몸의 삼보(三寶) 곧 세 가지 보물이라고까지 지칭된다. 흔히 불교에서는 삼귀(三歸) 유교에서는 삼강(三綱) 그리고 도교에서는 삼청(三淸)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비록 법은 셋(三)으로 나누어지지만 이(理)는 하나(一)임을 새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수행자는 반드시 정·기·신의 세 가지 진보(眞寶)를 한 곳에 모으는 공부부터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공부가 없이는 삼화취정(三花聚頂)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더군다나 견성(見性)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 가지 공부는 결코 별개의 것이 아니고 하나일 따름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삼귀를 청정(淸淨)하게 해야 하며 삼염(三厭)으로 더럽혀져 집중을 잃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달마는 다섯(五)을 풀이하여 오원(五元)이라고 했다. 사람 몸에선 심(心) 간(肝) 비(脾) 폐(肺) 신(腎)의 오장(五臟)이 오원이다.

불교에서는 다섯과 관련해서 오계(五戒)를 말하고 유교에서는 오상(五常) 그리고 도교에서는 오행(五行)을 내세운다. 따지고 보면 이 모두가 한 가지의 도(道)를 말하는 것이다.

역(易)에서는 오생토(五生土)라고 했다. 여기서 토(土)는 중앙(中央)이며 바탕이라는 뜻이다. 수행자가 바탕을 잡지 못하고 중앙의 중심을 잃게 되면 아무런 공효(功效)도 이룰 수 없다.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일규(一竅) 곧 한 구멍을 열고 호흡을 가다듬게 되면 단약(丹藥)이 결성되고 선천(先天)으로 돌아갈 수 있는 법이다. 이때의 숨 고르기는 오장(五臟)의 정화(精華)를 한 곳에 모으기 위한 것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이른바 오기조원(五氣朝元)이 연성(煉成)될 수 있는 것이다.

달마는 이 공부를 위해서는 반드시 오계를 지켜야 하며 참선자는 마땅히 오훈채(五 菜)를 금기(禁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혜가는 스승의 청산유수 같은 설법에 다만 감격의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달마가 말을 마치기를 기다려 다시 한 번 배례(拜禮)하고 물었다.

“스승님, 오훈채를 금하셨는데 그 까닭을 가르쳐 주시옵소서.”
달마는 거침없이 대답했다.

“오훈채는 파, 마늘, 부추, 달래, 무릇 등 다섯 가지를 일컫는 것이니라. 이것들은 풀 가운데서도 장군(將軍)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런 뜻에서도 기미(氣味)가 흉험(凶險)한 것들이니라. 뿐만 아니라 이것들은 성질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 수행자를 다치게 할 것이니 금하라는 것이다.”달마는 혜가에게 자애로운 눈길을 보내면서 설명을 이었다.

“수행자가 파를 먹으면 신장 곧 콩팥을 상하게 되고 수기(水氣)가 밖으로 빠져 나갈 염려가 크니라. 마늘은 심장을 상하게 하고 화기(火氣)를 인멸(湮滅)시킬 것이니라. 부추를 먹으면 간장이 상하고 목기(木氣)가 모두 소산(消散)되느니라. 달래는 비장을 상하게 하고 토기(土氣)를 내몰아 피곤하게 하여 고통을 주느니라. 또한 무릇은 폐장을 상하게 하고 금기(金氣)를 쫓아내 흩어지게 하느니라. 이 오기(五氣)로 상처를 입게 되면 결코 결단(結丹)을 이룰 수 없느니라. 수도하는 사람은 오훈채를 먹지 말라는 계율은 내가 스승 반야다라 존자에게 전수받은 정전(正傳)이니 반드시 지키도록 할지어다. 이와 더불어 오계를 엄하게 지켜야 하느니라. 이렇게 해야 오기조원(五氣朝元)을 연성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할지어다.”혜가가 스승에게 물었다.

“제자는 오계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습니다만 그 깊은 이치는 아직 잘 알지 못하옵니다. 부디 가르침을 주시옵소서.”달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설명을 시작했다.

“오계 가운데 첫번째로 살생을 금하는 까닭은 인덕(仁德)으로 근본을 삼기 때문이니라. 하늘이 만물을 살리는 덕을 본받아 살생을 하지 말고 방생(放生)을 해야 하느니라. 사람은 인회(寅會)에 동토(東土)에서 태어나 오래도록 곤궁에 파묻혀 살고 있나니, 사람이 죽어 짐승이 되고 짐승이 죽어 사람이 되는 겁겁의 윤회전생을 거듭하고 있느니라. 이런 가운데 우매하게도 많은 잘못을 저질러 사람이 짐승을 먹고 짐승 또한 사람을 먹으니 이렇듯 비정(非情)할 수가 어디 있겠느냐. 사람은 도를 얻어 서천(西天)으로 돌아가서 마땅히 극락경계(極樂境界)에 초생(超生)해야 하느니. 원채(寃債)를 갚지 않고선 어찌 그것을 이룰 수 있겠는가. 반드시 방생하고 원채를 갚아야 하느니라.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원얼(寃孼)이 거미줄처럼 몸을 얽어맬까 두렵도다. 살생을 금하는 계율을 지키지 않으면 천리양심(天理良心)을 손상시키고 오직 원얼의 부채를 무겁게 할 뿐이니라. 비록 부처님의 자비심일지라도 이런 잘못은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행해질 수도 없느니라. 이런 원얼이 한 구멍을 혼미시키면 수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후퇴시키고 도조차 믿지 못하게 하느니라. 이렇게 하여 좋은 법연을 잃게 되면 만겁을 지나도 다시 만나기 어려우니라. 그러므로 이런 겁운(劫運)이 무엇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지 자세히 살펴야 하느니라. 하늘이 내신 동물을 어찌 참혹하고 잔인하게 죽이는가. 세상 사람들이 모두 흉악한 행동을 일삼아 독(毒)으로 물고기를 잡고 짐승을 살상하여 짓는 원얼이 결코 가볍지 않도다. 하늘이 법을 정해 겁운을 내리니 마왕(魔王)이 명을 받아 온 세상에서 벌떼같이 일어나느니라. 그대가 남을 죽이면 남 또한 그대를 죽이니 이로써 겁운이 그칠 새 없이 터져 나오느니라. 수행하는 사람이 생명을 아끼지 않고 살생하면 그 죄는 10배로 무거워지느니라. 부처의 자비, 공자의 충서(忠恕), 노자의 감응(感應)을 명심하라. 이 여섯 글자를 마음에 새겨두고 자신을 채찍질하고 남에게도 미치도록 할지어다. 천심(天心)을 몸받고 인심(人心)을 펼쳐 물성(物性)에까지 이르도록 하여야 하느니라. 이미 내가 이루었다면 또한 남이 이루게 하는 일을 가벼이 보지 말지어다. 초목(草木)을 꺾는 것도 기혈(氣血)을 손상시켜 죄가 되는 것이거늘 어찌하여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해 명(命)을 해치고 살생을 한다는 말인가. 불상생(不殺生)의 계는 그 이치를 말하려 하면 한도 끝도 없느니라.”혜가는 살생을 금하는 계가 여태까지 알고 있던 것처럼 단순한 것이 아님을 깊이 깨달았다. 스승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도둑질하지 말라는 투도계(偸盜戒)도 밝혀 가르쳐 주시옵소서.”
“도둑질을 하지 말라는 계율은 원래 의기(義氣)를 중요하게 여긴 데서 생긴 것이니라. 절대로 편견이나 각박한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되느니라. 비록 평등하다고 할지라도 남자는 마음을 밖에다 두고 여자는 마음을 안에다 두어야 하느니. 각자가 할 일을 다 하고 헛되이 구하지 않으면 지인(志人) 측에 드느니라.

남녀가 모두 단정(端正)을 철저하게 배워야 하느니. 망령되이 탐하지 말고 망령되이 취하지도 말며 오로지 청렴결백해야 하느니라. 한 포기의 풀, 한 푼의 돈도 가지게 될 때는 까닭이 있으며 한 오라기의 실, 한 발의 새끼줄에도 주인이 없을 수 없느니라. 물건을 살 때도 그렇거니와 물건을 팔 때도 공정(公正)을 마음에 새겨 두어야 하느니. 사람에게 재물을 속이면 오래 가지 않을 뿐더러 죄값을 받게 되느니라. 그렇게 하여 남이 금과 은을 가득히 쌓아 놓았다고 해서 두려워 할 까닭이 없느니라. 재물은 그것이 몸 가까이 있든 눈앞에 있든 간에 조금도 마음이 동요돼서는 안 되느니. 혹시 취할 일이 있더라도 함부로 취하거나 속여서 취해서는 안 되느니라. 만약 망령되이 취한다면 의(義)를 손상시켜 성인(聖人)의 도(道)를 배반하는 것이 되느니라. 불문에 들어 대도(大道)를 닦고자 할진댄 귀계(歸戒)하여 청정(淸淨)해야 하느니라. 이것을 어찌 거침없이 행하는 소인배의 행동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티끌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떠들썩하지만 어느 한 사람도 재물을 탐하지 않거나 금전을 움켜쥐지 않으려는 사람이 없구나. 눈을 감고 사람들을 상등(上等) 중등(中等) 하등(下等)의 세 부류로 나눠 생각해 보니 대개 미망 속에 빠져 계산기만 두들길 뿐 지음(知音)의 인(人), 곧 부처님의 소리를 아는 사람은 없구나. 도둑질하는 자만이 하늘의 양심을 잃었다고 말하지 말지어다. 비록 도둑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돈을 탐하지 않는 자가 있는가. 세상 사람들이 지나치게 이(利)를 탐한다고 말하지 말지어다. 수행하는 사람도 돈을 보고 마음을 움직이고 있지 않는가. 재물을 뜻한 재(財)라는 글자는 혼백(魂魄)을 혼미케 하는 큰 구렁텅이 같은 것이니라. 이후로는 계율을 엄히 지켜 미혹의 세계에서 벗어나야 하느니라. 수행하는 사람은 한시도 쉬지 않고 공(功)을 닦아야 하니 털끝만치도 탐하지 말고 털끝만치도 물들지 말아야 할 뿐 아니라 나아가 참되게 본성(本性)을 함양해야 하느니라. 이렇게 해서 공성(功成)하게 되면 온몸은 칠보(七寶)단장하듯 보신(寶身)으로 감싸 지느니, 그 보물은 아무리 써도 다 쓰지 못하리라. 이것을 일컬어 공을 이루어 성의(聖衣)를 입고 성반(聖飯)을 먹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이것은 곧 영득쾌락(永得快樂)의 길로 접어들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니라.”혜가는 스승 달마의 설법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마음 속 깊이 새겨들었다. 그는 진짜 ‘보신(寶身)’과 ‘성반’ 및 ‘성의’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알게 됨으로써 새로운 진경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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