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득좌경우측전궁후앙(不得左傾右側前躬後仰)하야 영요척두항골절상주(令腰脊頭項骨節相)하야 상여부도(狀如浮屠)요 우부득용신태과(又不得聳身太過)하야 영인기급불안(令人氣急不安)이니라 요령이여견대(要令耳與肩對)하고 비여제대(鼻與臍對)하며 설주상악(舌拄上咢)하고 진치상저(唇齒相著)하며 목수미개(目須微開)하야 면치혼수(免致昏睡)니라 약득선정(若得禪定)이면 기력최승(其力最勝)이니라
왼쪽으로 기울거나 오른쪽으로 치우쳐서도 안 되며, 앞으로 구부리거나 뒤로 젖혀서도 안 된다. 허리와 척추.머리와 목의 골절을 서로 일직선이 되도록 하되 모습이 부도처럼 되어서도 안 된다. 또 몸을 지나치게 곧게 세워서도 안 되며, 호흡이 가빠서 불안하게 해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귀와 어깨가 나란히 되도록 하고, 코와 배꼽이 일직선이 되도록 하며, 혀는 윗잇몸에 대고 입술과 이는 맞붙이며 눈은 가늘게 떠야 혼침(昏沈)과 졸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만약 선정(禪定)을 얻는다면 그 힘이 가장 수승할 것이다.
이 장에서는 손과 발의 자세를 바로 잡은 후에 취해야 할 몸가짐과 호흡법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여 좌선의 참된 자세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좌선시 왼쪽으로 기울거나 오른쪽으로 치우쳐도 안 되고, 앞으로 구부리거나 뒤로 젖혀서도 안 된다. 또한 허리와 척추.머리와 목의 골절을 서로 떠받치게 하여 모양이 부도처럼 되어서도 안 되고, 또 몸을 지나치게 곧게 세워서도 안 된다. 그리고 힘을 지나치게 써서 불안하게 해서도 안 된다고 하고 있다. 이 문단에서 크게 유념해야 될 것은, 흔히 몸이 부도처럼 되게 앉아야 되는 걸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 데, 여기에서는 지나치게 경직된 자세를 경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장에서 참선을 할 때의 구체적인 자세를 제시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바른 자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득좌경우측전궁후앙(不得左傾右側前躬後仰)하야 영요척두항골절상주(令腰脊頭項骨節相)하야 상여부도(狀如浮屠)요 우부득용신태과(又不得聳身太過)하야 영인기급불안(令人氣急不安)이니라
이 문장에 대하여 지금까지 나와 있는 몇 가지의 번역본에서, 앉아 있는 모습을 부도처럼 해야 된다고 해석하고 있으나, 이 문단의 문맥이 부도처럼 앉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고, 문맥이 아니더라도 참선의 자세가 지나치게 경직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문맥에 따라 다른 번역본과 다르게 보는 입장을 설명하고자 한다.
여기서 부득(不得)은 불가(不可)의 뜻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한문 문장의 구성상, 부득(不得) 이하의 문장과, 우부득(又不得) 이하의 문장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부득(不得)은 ‘안 된다’, 우부득(又不得) 은 ‘또 안 된다’는 뜻으로, 안 되는 것이 크게 두 가지 있다는 의미이다. 안 되는 것은, 왼쪽으로 기울거나 오른쪽으로 치우쳐도 안 되고, 앞으로 구부리거나 뒤로 젖혀서도 안 되고, 허리와 척추, 머리와 목의 골절을 일직선으로 하되 부도처럼 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안 되는 것은 몸을 지나치게 곧게 세워서도 안 되며, 호흡이 가빠 불안하게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참선하는 동안 자세가 왼쪽으로 기울지는 않았는지
오른쪽으로 치우치지는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가 있는지
손에 힘이 들어가 있는지도 살피고 살펴야 한다
중국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목석(木石)과 같이 경직된 자세를 경계한 것을 여러 문헌에서 볼 수 있다. <장자(莊子)>에서도 목석과 같이 앉아 있는 선인(仙人)들의 자세를 두고 ‘이호목석(異乎木石, 목석과 달라야 한다)’이라야 한다고 했으며, 영가현각선사께서도 “고요히 비고 비어서 무지(無知)한 듯하지만 목석과 다르다”고 하여 이호목석이라 하였다. 다른 선사들께서도 이호목석이란 말을 자주 쓴 것으로 보아 부도처럼 앉아서는 안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바른 자세는 귀와 어깨가 나란하도록 하고 코와 배꼽이 일직선이 되도록 하며, 혀는 윗잇몸에 대고 입은 다물고 눈은 가늘게 뜬 자세이다. 좌선할 때 아랫배를 약간 내밀면 자연히 배꼽 아래 단전(丹田)에 기력(氣力)이 충실해져서 약간 내민 복부의 배꼽과 위쪽의 코와 연결되는 선이 수직이 되고, 또 후두부(後頭部)에서 천정(天井)을 끌어올리는 것 같이 하면 턱이 자연히 들어가고 양 귀와 양어깨를 연결하는 선도 수직이 되는 것이다.
참선할 때는 늘 자신의 자세를 스스로 살펴야 한다. 참선하는 동안 왼쪽으로 기울지는 않았는지, 오른쪽으로 치우치지는 않았는지, 또는 자세가 앞으로 구부러져 있는지, 아니면 뒤로 젖혀져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가 있는지, 얼굴은 인상을 쓰고 있는지, 손에 힘이 들어가 있는지 살피고 살펴야 할 것이다.
처음 참선할 때 몸이나 손, 얼굴 등에 힘이 너무 들어가 경직되어 보이는 경우가 많다.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 얼굴에도 인상을 가득 쓰고 참선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입에는 가볍게 미소를 띠고 표정은 온화한 모습으로 참선해야 한다.
특히 처음 참선하는 초심자는 늘 자신의 자세를 살펴 바른 자세를 익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하여 오래오래 바른 자세가 익어지면 자연히 몸과 마음에도 힘이 빠지게 될 것이다. 비록 처음에는 자세에 신경 쓰느라 힘이 들겠지만, 모든 일은 시작이 중요하고 기초가 바르게 된 후에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듯이 참선하는 데도 앉는 자세가 올바로 되어야 한다.
가부좌를 하여 몸이 곧게 일직선이 되고, 경직되지 않고, 편안한 자세가 되면 우선 바른 자세가 되었다 하겠다. 이 자세는 참선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반드시 훈련하여야 할 자세이니, 그것은 바른 의지와 지구력 그리고 집중력이 바른 자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성공한 사람은 몸이 굽지 않고, 도를 이룬 사람은 마음이 왜곡 되지 않는다 했으니, 그 중에서도 격을 갖추어 의지가 굳고 생각이 바른 사람을 으뜸으로 삼았으니, 참선의 바른 자세는 최상의 인격체의 상징이기도 하기 때문에 바른 자세에 유념해야 한다.
혜거스님 / 서울 금강선원장
[불교신문 2524호/ 5월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