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선의 강의·혜거스님

〈18>호흡하는 방법 (調息)/心氣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通達無我法者 2009. 6. 15. 05:37

 

 

心氣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18>호흡하는 방법 (調息)

 

 

마음이 동요되면 호흡이 흩어지고

호흡이 흩어지면 마음도 흔들린다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호흡은

복압력을 강화하여 내장운동을 돕는다

 

참선이란, 몸도 살피고 마음도 살피는 것, 그 자체가 바로 참선이다.

그리고 나서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에 힘이 빠져야 비로소 앉을 줄 안다고 하는 것이다.

운동도, 운전도, 그 이외의 어떤 것도 능해지면 힘이 안드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다시 설명하지만 처음 좌선할 경우 너무 똑바로 앉으려고 하다보면 몸에 너무 힘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이 보아도 경직되어 보이고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이렇게 좌선을 하다보면 오히려 몸이 경쾌한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아픈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므로 좌선하는 도중에 자신의 신체를 살피고 또 살펴서 자꾸 고쳐나가야 한다.

처음 좌선할 때 자세를 바로 잡지 않아 습관이 되면 고치기가 어렵다.

 

몸을 조절하는 방법에 관하여 <소지관>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수행자가 선정삼매에 들려면 조신(調身)의 적절함을 얻어야 한다.

만일 좌선 수행을 하지 않을 적이라도 움직임(行).머무름(住).나아감(進).멈춤(止), 움직임과 고요함(動靜) 등의 동작을 모두 자세히 살펴야 한다.

만일 동작이 거칠고 조잡하면 호흡이 거칠어지고, 호흡이 거칠어지면 마음이 산란하고 겸하여 다시 좌선할 때 번뇌로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다.

몸은 비록 좌선 수행 중에 있지 않더라도 늘 수행하는 마음으로 미리 방편을 지어야 나중에 좌선을 할 때 몸이 편안하고 제자리를 얻게 된다.

 

행인(行人)이 입삼매(入三昧)댄 조신지의(調身之宜)요 약재정외(若在定外)라도 행주진지(行住進止)와 동정운위(動靜運爲)를 실수상심(悉須詳審)이니라 약소작추광(若所作**)이면 칙기식수추(則氣息隨*)이니 이기추고(以氣*故)로 칙심산난록(則心散難錄)이요 겸부좌시(兼復坐時)에 번궤심불념이(煩*心不恬怡)이라 신수재정외(身雖在定外)라도 역수용의(亦須用意)하야 역작방편(逆作方便)이라야 후입선시(後入禪時)에 수선안신득소(須善安身得所)리라

 

수행자가 음식과 수면을 조절한 후에 선정에 들기 위해서는 3가지가 동시에 작용해야 한다.

몸을 조절하고, 호흡을 조절하고, 마음을 조절해야 한다.

어느 것이든 너무 느슨하게도 급하게도 하지 않아야 한다. 이 가운데서도 몸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기 때문에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몸을 조절하는 여러 동작 가운데 바르게 앉는 자세가 마음을 안정되게 하고 삼매에 이를 수 있게 하는 가장 적합한 자세이며, 정신이 어떤 한 대상에 몰입되어 삼매의 상태에 이르렀을 때 어떤 동요도 없이 절대 안정을 가져오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이 자세는 가장 안락하면서도 자연스럽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자세이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난 다음에는 호흡을 고르게 해야 한다. 호흡은 심기상태(心氣狀態)를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마음가짐과 호흡이 직결되어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참선하는 사람의 마음이 안정되면 호흡도 안정되고 마음이 불안정하면 호흡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호흡은 마음의 상태와 많은 관련이 있다.

마음이 동요되면 호흡이 흩어지고, 호흡이 흩어지면 마음도 흔들리게 된다.

호흡은 산소를 흡수하여 혈액을 정화하고, 이산화탄소를 밖으로 내보내 생명력을 촉진시킨다.

또한 복압력을 강화하여 내장의 운동을 돕기도 한다.

호흡은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므로 매우 중요하다.

 

<소지관>에서는 호흡을 풍(風).천(喘).기(氣).식(息)의 4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풍(風)은 씩씩 소리나는 호흡이고, 천(喘)은 숨이 차서 내는 호흡이고, 기(氣)는 소리도 없고 끊어짐도 없는 호흡이다. 이 3가지를 호흡이 조절되지 못한 모습이라 하고, 나중의 식(息)을 호흡이 조절된 것이라고 한다.

호흡이 조절된 상태인 식(息)에 대해서는 “호흡이 소리도 없으며 막히지도 않고 거칠지도 않으므로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호흡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정신이 안정되어 기쁘고 즐거운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라 말하고 있다.

 

다음으로 ‘혀는 윗잇몸에 대고 입술과 이는 맞붙어야 한다’고 했는데, 처음 좌선을 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말을 따라 혀를 입천장에 붙이려고 애쓰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입을 다물면 혀는 자연히 천장에 닿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설명에 너무 마음을 써서 오히려 부자연스러움을 경험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오직 참구에 전념하도록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또 ‘눈은 가늘게 떠야 혼침과 졸음을 면할 것이다’라고 했는데, 간혹 눈을 감고 좌선하라고 하는 곳도 있지만 눈을 감으면 잠과 혼침에 빠져들기 쉬워서 눈은 반드시 뜨고 좌선해야 한다.

처음에는 눈을 감아야 집중이 더 잘 되고, 눈을 뜨면 산만하고 집중도 안 되는 듯하다.

그러나 참선을 바르게 하고 싶으면 눈을 뜨고 집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만약 이렇게 하여 선정을 얻는다면 그 힘이 가장 수승할 것이다.

눈을 가늘게 뜨라는 것은 눈에 힘을 빼라는 뜻이지 일부러 눈을 가늘게 뜨라는 뜻은 아니다.

특히 정좌를 하고 시선을 한곳에 집중하는 자세로 화두를 챙기는 훈련을 반복해서, 유심무심 상관없이 자연스러워 질 때까지 상당기간 자세에 유념해야 한다.

모든 공부가 시작이 중요하듯이 참선도 역시 시작이 중요하기 때문에 <좌선의>에서 처음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이와 같이 구체적인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반야지(般若智)를 이루고자 하거든 반드시 참선을 하고, 참선을 하고자 하거든 반드시 바른 자세부터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라 하겠다.

 

처음 참선을 하고자 발심한 사람은 업습을 점검하여 탐진치에 찌들은 잘못된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되고, 오로지 대자비의 심원이 사무쳐야만 한다.

오욕을 버리는 것이 참선이요, 탐진치에서 벗어나는 것이 참선이기 때문이다.

대원력의 발원이 사무칠 때 이루어지지 않는 공부는 없다.

이와 같이 큰 공부의 첫 단초는 자세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혜거스님 / 서울 금강선원장

[불교신문 2526호/ 5월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