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이 무너져도 동요하지 말라〈20〉몸을 바르게 함 |
‘몸의 모양이 이미 안정되었다(身相旣定)’는 것은 몸의 자세가 이미 정좌해졌다는 뜻으로 몸가짐이 중후하여 태산이 무너져도 동요되지 않을 만큼 바른 자세를 말한다. 이와 같이 바른 자세는 몸의 자세만을 바르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바르게 해야 되는 것이다. 마음이 바르다고 한 것은 신심과 원력이 사무쳐서 다른 마음이 없는 것을 말한다. 몸이라고 하는 것은 마음의 반영이기 때문에 마음의 바른 신심과 원력이 사무쳐야 몸이 극복되어 바른 자세가 이루어진다. 신심과 원력은 누구나 다 말하지만 실제로 사무치도록 간절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여기에서 특별히 힘을 다해 발심 해야만 공부에 성취할 수 있다. 중후하여 무게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몸의 자세가 올바르고 마음의 깊이가 느껴지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니 참선이란 공부를 성취하기 전에 이미 이러한 기틀이 마련되는 것이고 공부가 이루어지고 나면 가장 기품 있고 존경받을 만한 인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호흡이 이미 조절되었다(氣息旣調)’는 것은 호흡이 이미 조절되어 헐떡임이 없고 급하거나 느슨하지 않아서 집중할 수 있는 준비가 다 된 것을 말한다. ‘하복부를 느슨하게 한다(寬防臍腹)’는 것은 아랫배를 편안하게 한다는 말로써 허리띠를 너무 조이거나 너무 풀지 말고 앉은 자세에서 적당하게 함을 말한다. 도(道)를 닦는 수행자는 앉는 자세뿐 아니라 행(行) 주(住) 좌(坐) 와(臥)에 항상 적당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 마치 활 쏘는 사람이 시위를 당길 때나 가야금을 비롯하여 현악기를 연주할 때에도 그 줄이 너무 조이거나 느슨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이 우리의 행주좌와의 모든 일상도 항상 적당함을 유지해야 한다.
마음이 바르다고 한 것은 다른 마음이 없는 것을 말한다 몸이라고 하는 것은 마음의 반영이기 때문에 마음의 바른 신심과 원력이 사무쳐야 몸이 극복되어 바른 자세가 이루어진다
<육조단경(六祖壇經)> 에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다. 혜능이 오조 홍인대사를 하직하고 남쪽으로 간지 두 달 반 만에 대유령에 이르니 그 뒤를 수백 인이 쫓아와서 의발을 뺏으려 하였다. 한 승려가 속성은 진(陳)이고 이름은 혜명(惠明)으로 전에 사품장군을 지냈는데 성품과 행동이 거칠었다. 모든 사람의 선두가 되어서 혜능을 쫓아왔기에 혜능은 의발을 돌 위에 던져놓으며 말했다. “이 옷은 믿음을 나타내는 것이니 어찌 힘으로 다툴 수 있겠는가?” 혜능이 수풀 속에 숨었더니 혜명이 와서 들어 올리는데 움직이지 않거늘 이에 불러 말하였다. “행자여, 행자여, 나는 법을 위해 온 것이지 옷 때문에 온 것이 아닙니다.” 혜능이 마침내 나와 바위 위에 앉으니 혜명이 예를 하면서 말하였다. “행자는 나를 위하여 법을 설해주기를 바랍니다.” 혜능이 말하였다. “네가 이미 법을 위해 왔다면 가히 모든 반연을 다 쉬어서 한 생각도 내지 말라. 내가 그대를 위하여 설하리라.” 조금 있다가 혜명에게 일러 말하였다.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말라 (不思善 不思惡). 정히 이러한 때에 어떤 것이 명상좌의 본래 면목인가?” 혜명이 언하에 크게 깨닫고 다시 물었다. “이제까지 하신 그 비밀한 말씀과 비밀한 뜻 밖에 또 다시 어떤 비밀한 뜻이 있습니까?” 혜능이 말하였다. “그대에게 말한 것은 곧 비밀한 것이 아니니 그대가 만일 돌이켜 비춘다면 비밀이 그대 곁에 있느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선과 악을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 이는 시비(是非)하는 마음.증애(憎愛)하는 마음을 두지 말라는 뜻이다. 선과 악을 사량하지 않으려면 먼저 하나를 잡을 줄 알아야 한다. 하나를 잡음으로써 다른 망념이 끼어들 수 없게 하는 것이 곧 의정(疑情)이며, 의정이 하나로 집약된 것이 화두이다. 의정이 간절하지 않고 화두(話頭)가 순일하지 않으면 망념이 생긴다. 망념이란 다름 아니라 선과 악을 분별하고 사량함을 말한다. 염기즉각 각지즉실 (念起卽覺 覺之卽失) 즉, ‘생각이 일어나면 곧 알아차려라 알아차리면 곧 생각이 사라질 것이다’라고 한 일구(一句)는 <원각경> ‘보현보살장(普賢菩薩章)’에서 “환인줄 알면 곧 여의어져서 방편 지을 것이 없고, 환을 여의면 곧 각이므로 또한 점차도 없느니라 (知幻卽離 不作方便 離幻卽覺 亦無漸次)”고 한 구절의 뜻과 같은 말로서 생각이 일어나면 곧 생각이 일어난 줄을 알아차려야 한다는 뜻이다. ‘한 생각이 일어난 것을 알아차리면 그 생각은 곧 사라진다’는 말은 한 생각 일어날 때 일어난 그 한 생각을 바로 알아차리면 그 일어난 한 생각은 바로 사라지고 만다는 뜻이다. 그러나 바로 뒤따라 다시 다른 생각이 일어나는 것이 문제이지만 생각이 일어날 때마다 알아차리면 된다. 알아차릴 때마다 그 생각은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백 천 만 가지 망념이 일어났다 사라져도 알아차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망념인 줄도 모른다. 이미 망념인 줄 알면 아는 순간 망념은 없는 것이다. 생각이 이미 일어나면 망(妄)이어서 정(定)은 아니다. 마음에 생각이 일어나는 것은 곧 물에 물거품이 일어나는 것과 같아서 물에 물거품이 일면 물의 맑음을 상실하듯이 마음에 한 생각 일어나면 이미 청정심이 아니다. 그러므로 달마대사도 오도송(悟道頌) 중에서‘심생즉시죄생시(心生則是罪生時) 즉, 마음이 생겨나면 곧 죄가 생기는 때이다’ 라고 하셨다. 마음이 일어나면 바로 망이다. 육조스님께서도 <무상송(無相頌)>에서 “보리본자성 기심즉시망 (菩提本自性 起心卽是妄) 즉, 보리의 본래 자성에 마음을 일으키면 곧 이것이 망이다”라고 바로 말씀하셨다.
혜거스님 / 서울 금강선원장 [불교신문 2530호/ 6월6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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