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선의 강의·혜거스님

〈31〉마경(魔境) ⑦/‘능엄경’ 50마경은 타락한 修禪人 경책

通達無我法者 2009. 9. 21. 03:21

 

 

‘능엄경’ 50마경은 타락한 修禪人 경책

〈31〉마경(魔境) ⑦

 
  
<능엄경>의 50마경은 수선할 때, 색.수.상.행.식이 차례대로 녹으면서 나타날 수 있는 선경계가 성증(聖證)이라는 생각, 경계에 탐착하고 구하는 생각, 경계를 계탁하여 내는 사견, 경계에 승해(勝解)를 내고 집착하므로 해서 결국은 성불하지 못하고 마에 떨어질 수 있음을 상세하고 자세하게 설명한다. 이를 통해 수선하는 이들로 하여금 지표로 삼도록 하는 반면, 타락한 수선인들을 꾸짖는 경책이 되고 있다.
 
<서장> ‘이참정문서(李參政問書)’에 “대개 적은 것으로 만족할까 염려함이니, 마땅히 넓히어서 충실하게 할지언정 어찌 달리 수승한 견해를 구함이리까?”하여 오히려 적은 깨달음에 만족하여 그 얻은 경지에 안주하게 될 것을 염려하면서 다짐하기를, 따로이 수승한 견해를 구하지 않을 것이며, 다만 깨달은 경지를 넓히고 충실하게 할 뿐이라고 하였다. 이렇듯이 수선인은 항상 스스로를 경책하여야 하는 것이다.
 
또 <능엄경> 권6 에서도 “세계의 중생이 비록 신심으로 살생.도둑질.음행을 하지 않아서 3행이 완전해졌어도 만약 큰 거짓말을 하면, 삼매가 청정하지 못하며 애견(愛見)의 마구니가 되어 여래의 거룩한 종자를 잃어버리느니라. 거짓말이란 ‘도를 얻지 못하고도 도를 얻었다’하고, ‘깨치지 못하고도 깨쳤다’함이다. 이런 사람 중에서 더러는 세상에서 제일로 존경받고 싶은 마음에서 사람들에게 ‘내가 이미 도과(道果)를 증득하였다’하여 그들의 절과 참회와 공양받기를 탐한다.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이 사람은 선근이 영원히 없어져 다시는 바른 지견이 없을 것이니, 삼도의 고해에 빠져서 삼매를 성취 못하느니라”라고 경책하고 있다.
 
위에서 나타낸 뜻과 마찬 가지로 또한 대혜선사도 “어찌 보지 못하였는가. 교중(敎中)에서 말씀하신 것을. ‘득도하지 못하고 득도하였다’고 함은 증상만인지라. 대반야를 비방함이니 참회로도 통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이렇듯이 ‘얻지 못하고도 얻었다’고 하고 ‘깨치지 못하고도 깨쳤다’고 하는 무리들이 말법시대에 명리를 구하면서 구경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하고서도 ‘득도했다, 견성했다, 위없는 열반을 얻었다’라고 사칭하여 세상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대망어죄를 경계하고 또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르치게 되며
 
부처의 종자까지도 끊어지는 일이 되기 때문에
 
자신 살피는 일 소홀히 해서는 안됨을 ‘상기’
 
 
그런가 하면 법안선사(法眼禪師)는 <종문십규론(宗門十規論)>의 첫머리에서 “근래에는 오만하고 경솔한 자가 많아서 총림에 들어오긴 했으나 참구하는 것을 태만히 하며 설령 큰 도에 마음을 두었어도 바른 안목을 가진 종사를 선택하지 않아서 잘못된 스승의 지도를 받아 어디로 어떻게 나가야 할 지를 모른다. 6근.6진도 다 벗어나지 못하고 잘못된 견해를 가져 저 마구니 경계에 잘못 들어가 바른 인연을 모두 잃어버린다. 주지 자리에만 급급하여 함부로 선지식이라 사칭하고 세상의 허명만 귀중히 여기니 어찌 죄악이 자기 몸에 다가옴 만을 논하겠는가”라고 하였다.
 
또한 <대혜서>에는 “선성(先聖)이 말하기를 차라리 파계하기를 수미산같이 할지언정 삿된 스승에게 삿된 생각으로 훈습되어 겨자씨 만큼이라도 식정(識情) 중에 침입하여서는 안된다” 하였는데, 이는 삿된 스승을 만나 삿된 도를 만나는 것에 대해서 깊이 경책하고 있음이다. 수행함에 한 번 삿된 스승을 만나 삿된 생각으로 훈습되면 삿된 견해에 가려져 바른 스승을 만나도 삿된 견해를 영영 포기하지 못하고 마구니와 외도가 된다. 그러므로 정안종사(正眼宗師)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박산무이(博山無異, 1575~1630) 의 <참선경어(參禪警語)>는 참선을 하다가 생길 수 있는 병통을 지적하고 후학을 경책하기 위해 지은 책이다. 특히 이 중 ‘의정을 일으키지 못하는 납자에게 주는 글(示疑情發不起警語)’10가지와 ‘의정을 일으킨 납자에게 주는 글(示疑情發得起警語)’ 10가지에서 지적하고 있는 병통들은 <능엄경>의 50마경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흡사하다.
그리고 “공안을 참구하는 납자를 위한 글[示禪人參公案警語]’에서 ‘화두가 절실하면 마에 떨어지지 않는가’라고 한 데 대해서도 역시 <능엄경>의 50마경을 요약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글의 원래 제목은 “공안을 참구하면서 ‘납자가 화두에 절실하면 <능엄경> 50마와 외도에 떨어지지 않습니까’라고 묻는 육설관주(六雪關主)의 물음에 답하는 것(答六雪關主問參公案行人話頭眞切不落楞嚴五蘊魔外)”으로 되어 있다.
 
이 가운데 특히‘의정을 일으키지 못하는 납자에게 주는 글(示疑情發不起警語)’에서는 지식으로 헤아리는 장애, 고요한 경계만을 찾는 장애, 망념으로 망념을 다스리려는 장애, 공에 빠지는 장애, 알음알이로 공안을 해석하는 장애, 사대육신에 주인공이 있다고 생각하는 장애, 일상의 작용에 진성이 있다고 보는 장애, 유위공덕을 믿어 고행에 빠지는 장애, 세속사를 무애행으로 착각하는 장애, 대중생활을 피해 고요함에 빠지는 장애, 조그마한 경지에 집착하는 장애, 경계에 빠져 나아갈 바를 모르는 장애, 경계를 헤아림에 빠지는 장애, 쉼에 빠져 의정을 놓아버리는 장애, 고요한 경지에서 主宰를 세우는 장애, 알음알이로 나타난 경계를 형상화하는 장애, 얻은 경계를 경론에 맞춰 이해하는 장애, 담담한 경계를 궁극적인 깨달음이라 여기는 장애, 신기한 경계에 현혹되는 장애, 경안에 집착하는 장애 등을 열거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지적하고 있는 병통들은 50마경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능엄경>의 50마경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흡사하다.
 
또한 <기신론>에서 말한 마구니의 20가지 차별상도 거의 <능엄경>의 50마경에서 말하는 것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전이나 논서들에서도 경책이나 마에 대한 설명이 많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능엄경>의 50마경처럼 그 구성이 매우 체계적이고 상세하게 되어 있는 것은 없다.
 
<능엄경>의 50마는 간단히 말하면 자기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르치게 되며 부처의 종자까지도 끊어지는 일이 되기 때문에 자신을 살피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됨을 상기시키는 것이며, 50마에서 보여주고 있는 경계들이 그 시대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들이므로 <능엄경>에서 뿐만 아니라 여러 종사들이 경책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깊이 새겨 잘못됨이 없어야 할 것이다.
 
 
혜거스님 / 서울 금강선원장 
[불교신문 2553호/ 8월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