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몸을 움직여 편안하게 일어나라〈32〉출정(出定) 할 때 주의점 |
약욕출정(若欲出定)인댄 서서동신(徐徐動身)하야 안상이기(安詳而起)요 부득졸폭(不得卒暴)이니라 출정지후(出定之後)에도 일체시중(一切時中)에 상작방편(常作方便)하야 호지정력(護持定力)하되 여호영아(如護兒)면 즉정력역성의(卽定力易成矣)니라
만약 선정(禪定)에서 나오려고 한다면 천천히 몸을 움직여 편안하고 조심스럽게 일어나되 갑작스럽게 일어나서는 안 된다. 선정에서 나온 후에도 언제나 항상 방편을 지어서 선정력(禪定力)을 호지(護持)하되 마치 어린아이 보호하듯 하면 선정력이 쉽게 이루어질 것이다.
이 장에서는 출정(出定)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참선하는 이가 입정(入定)이나 출정 없이 선정에 든다면 이는 곧 일행삼매(一行三昧)가 되어 부처님의 경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초심자는 반드시 입출(入出)의 과정을 반복해서 수행하게 된다. 입정의 방법은 이미 <좌선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여기에서는 출정에 대해서 요점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출정할 때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 편안하고 조심스럽게 일어나되 갑작스럽게 일어나서는 안된다”라고 했는데, <법화경> ‘방편품(方便品)’에서는 “그때 세존께서 삼매로부터 편안하고 조심스럽게 일어나셨다 (爾是世尊從三昧 安詳而起)”라고 하였다.
갑작스럽게 일어나서는 안 된다
선정에서 나온 후에도 언제나
항상 방편을 지어서 禪定力을 護持하되
마치 어린아이 보호하듯 해야 한다
출정에 대해서 <소지관>에서는 “수행자가 좌선을 끝내고 선정에서 나오려고 할 때는 마음을 풀어 선정에서 나와 입을 벌려서 기(氣: 호흡)을 뱉어내고 혈관으로부터 모공에 이르기까지 기(氣)를 발산시킨다고 관념(觀念)하라. 그런 후에 천천히 몸을 움직이며, 다음에 어깨.팔.머리.목덜미 등을 움직이고 다음에 양발을 움직여서 완전히 유연하게 된 후에 손으로 모든 모공을 마찰하고 다음에 손을 마찰하여 따뜻해지면 두 눈을 덮고 그런 후에 눈을 뜬다. 신열(身熱)이 약간 가신 후에 수의(隨意)로 출립(出入)하라”고 말하고 있다.
출정의 과정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 마음으로 좌선이 끝났음을 생각한 후 눈을 조용히 감고 몸과 마음을 추스린다. 그 후 몸을 천천히 움직이되, 먼저 손을 살살 쥐었다 폈다 한 뒤 목을 앞과 뒤, 좌우로 움직여준다. 다음에 허리를 살살 앞뒤, 좌우로 틀어준 다음 두 발을 천천히 움직여 유연하게 한다. 다음 손으로 팔과 다리 등을 골고루 맛사지 한 후 이어 손바닥을 문질러 따뜻해지면 두 눈을 덮기를 한두 번 반복한다. 몸의 열이 약간 가라 않고 온 몸이 부드럽게 된 후 좌선을 끝낸다. 마음은 때와 장소가 없어서 입정과 출정에 구애받지 않지만 몸은 유한해서 이와 같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수행자 스스로의 신체 상황에 맞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끔 갑자기 일어나 목이나 허리가 삐끗하는 경우도 있고, 등같은 곳에 담이 결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앉는 자세가 바르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라 하겠다.
여기에 덧붙여 주의할 점이 있다. 참선할 때 출정할 시간을 정해 놓고 정해진 시간에 출정하려고 자명종 시계를 틀어 놓고 수행하는 경우가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삼가야 할 일 중 하나이다. 자명종 시계 소리는 초심자에게는 무관하지만 초심의 경지를 벗어나 고요해진 실참 수행자에게는 위험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육근(六根)이 일여해지면 작은 경계에도 크게 놀라게 되고, 정(定)이 더욱 깊어지면 자명종 시계 소리는 천둥소리처럼 들려 크게 놀랄 수 있다. 선방에서 방선(放禪)할 때 죽비를 바로 치지 않고 방바닥에 끌거나 작은 소리를 먼저 낸 다음 죽비를 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이 출정할 때는 주의해야 할 점도 많지만 대중과 함께 참선할 경우 계속 입정하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도 방해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가끔 자신만 참선이 끝나면 계속 참선하고 있는 사람은 배려하지 않는다면 그 참선은 잘못된 것이다.
그러므로 “참선할 때 출정하고 난 뒤에도 항상 방편으로 선정을 유지하되 마치 어린 아이 보호하듯이 하라”고 한 것은 좌선할 때는 선정에 있다가도 출정하고 나서 일상으로 돌아와 매양 보통 때와 똑같다면 그 수행은 하나마나인 것이다. 참선수행에서 선정을 얻고 그 얻은 선정을 유지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선정이 쌓여 힘을 얻고 난 뒤라야 행(行, 가고)·주(住, 머물고)·좌(坐, 앉고)·와(臥, 눕고)·어(語, 말하고)·묵(黙 , 침묵하고)·동(動, 움직이고)·정(靜, 고요하고)에 늘 일여(一如)하게 되며, 일상의 일에서도 부동하게 되어 수행과 일상생활이 둘이 아닐 때야 비로소 득력(得力)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선정의 힘이 아니고는 안 된다. 그러므로 실참 수행할 때 선정을 유지하기 위하여 묵언도 하고 계율도 지키는 등 수행자 나름대로의 규칙을 정해놓고 수행정진하면서 어린아이 보호하듯이 이 선정이 깨지지 않도록 조심조심하는 것이다. 이 선정이 쌓이고 쌓여 선정의 힘이 깊어지면 두려울 것이 없게 되는 것이다. 선정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도록 방법이 모색되면 비로소 참선하는 길을 찾았다고 할 수 있다.
좌선에는 입정과 출정 과정이 정밀하고 정밀하기 때문에 방해받지 않을 처소를 가리는 것이다. 참선하는 곳으로 흔히 말하는 명당을 찾는다거나 생기(生氣)가 도는 자리를 찾는다면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참선수행을 방해받지 않는 곳이면 어느 곳이라도 상관 없다. 옛 선사들이 깊은 산 속이나 무덤가에서 좌선하는 경우가 혹 있었는데 이는 무덤가가 명당이기 때문이 아니라 방해받지 않는 환경과 무상(無常)을 관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수행을 촉발시키는 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행주좌와에 정(定)이 이루어지면 시끄러워도 시끄러운데 끌리지 않고, 고요해도 고요한데 끌려가지 않아서 이미 공간에 얽매임이 없고, 아침인 듯 하면 저녁이고 저녁인 듯 하면 아침이어서 시간의 구속에서도 멀리 벗어나게 된다. 이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일념이 유지되어야 정력(定力)을 얻었다 할 수 있다.
정(定)에서 나와서 유념해야 할 것은 선정 중에서 부족했던 점을 찾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공부는 명심하고 또 명심하며, 반복하고 반복하는 것 이외에 다른 법이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혜거스님 / 서울 금강선원장
[불교신문 2555호/ 9월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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