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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② 물질의 무더기(色蘊)

通達無我法者 2010. 3. 20. 01:02

 

 

나는 누구인가 ② 물질의 무더기(色蘊)

지수화풍 4대와 24가지 파생물질

부처님께서는 나라는 존재를 물질(몸뚱이, 色), 느낌(受), 인식(想), 심리현상들(行), 알음알이(識)의 다섯 가지 무더기(蘊)로 해체해서 말씀하셨다. 나를 해체해서 봐야 무상이 보이고 고가 보이고 무아가 보이며 그래야 궁극적 행복인 열반을 실현하기 때문이다. 이제 물질의 무더기에 대해서 조금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초기불전에서 물질의 무더기는 “변형(變形)된다고 해서 물질이라 한다. 그러면 무엇에 의해서 변형되는가? 차가움에 의해서도 변형되고, 더움에 의해서도 변형되고, 배고픔에 의해서도 변형되고, 목마름에 의해서도 변형되고, 파리, 모기, 바람, 햇빛, 파충류들에 의해서도 변형된다.”(S22:79 §4)고 정의된다. 여기서 변형(ruppana)은 변화(viparinnama)와 다르다. 변형(變形)은 형태나 모양이 있는 것이 그 형태나 모양이 바뀌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물질만의 특징이다.

내 몸뚱이를 해체해서 보면

‘변형’이라는 ‘무상’ 드러나

그리고 초기불전 자체에서 이미 “비구들이여, 네 가지 근본물질과 네 가지 근본물질에서 파생된 물질 ― 이를 일러 물질이라 한다.”(S12:2 §12)라고 하여 물질은 ‘근본물질’과 ‘파생된 물질’의 두 가지로 정의되고 있으며, 이것은 아비담마와 주석서 문헌에서 그대로 채용되고 있다. 상좌부에서는 근본물질인 지.수.화.풍의 4대와, 파생된 물질 24가지를 합하여 모두 28가지 물질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다시 구체적 물질 18가지와 추상적 물질 10가지로 분류한다. 구체적 물질은 지.수.화.풍 4대, 눈.귀.코.혀.몸의 5가지 감성, 형색.소리.냄새.맛의 4가지 대상, 여성과 남성의 성의 물질, 심장토대, 생명기능(命根), 음식의 18가지이다. 그리고 이러한 물질들이 가지는 성질을 상좌부에서는 추상적 물질이라 하여 물질의 영역에 포함시킨다. 그래서 허공의 요소, 몸을 통한 암시와 말을 통한 암시, 물질의 가벼움, 부드러움, 적합함에다 물질의 성.주.괴.공의 넷을 더하여 모두 10가지 추상적 물질을 들고 있다.

그런데 <구사론>을 위시한 북방 아비달마와 유식에서는 눈.귀.코.혀.몸의 5가지 감성과, 형색.소리.냄새.맛.감촉의 5가지 대상과, 업의 통로가 되는 물질로 무표색(無表色)을 인정하여 11가지만을 물질의 최소단위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북방 아비달마와 유식의 이러한 정의에 의아해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초기불전에서부터 강조하여 나타나는 지.수.화.풍 4대를 그들은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설일체유부와 유식에서는 4대를 감촉의 내용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4대는 감촉으로 우리에게 인지된다. 그래서 땅의 요소는 견고성으로, 물의 요소는 점착성으로, 불의 요소는 열성으로, 바람의 요소는 유동성으로 이해하여 이들이 바로 감촉의 구체적 내용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감촉 하나만을 인정하고 4대는 따로 언급하지 않는다. 한편 상좌부에서는 지.화.풍의 3대만이 감촉의 내용이라고 설명한다. 물의 성질인 점착성은 감촉을 통해서는 인지할 수 없으며 마음이 직접 인지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상좌부에서는 4대를 근본물질로 드러내고 대신에 감촉이라는 물질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면 부처님은 왜 물질 혹은 몸뚱이를 변형(變形)으로 정의하셨을까? 내 몸뚱이를 해체해서 보면 변형이라는 무상이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형으로 정의되는 물질의 무상을 보면 깨닫게 된다. 뭉쳐두면 속고 해체하면 깨닫는다.

 각묵스님 /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불교신문 260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