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란 무엇인가 ④ - 찰나.연박.원속.분위연기“연기는 무아 드러내는 강력한 수단” |
북방 아비달마를 총괄하고 있는 <아비달마 구사론>에 의하면 아비달마에서는 연기의 가르침을 네 가지로 이해한다고 적고 있다.
존재론적 실체 상정 거부
첫째, 한 찰나에 연기의 12지가 동시에 함께 일어난다는 주장인데 이것을 ‘찰나(刹那)연기’라 한다. <구사론>은 탐욕으로 말미암아 살생을 행할 때 한 찰나에 12지가 모두 갖추어져 일어난다고 예를 들고 있다. 둘째, 12찰나에 걸쳐서 연속적으로 12지가 연이어서 상속(相續)한다는 것이 ‘연박(連縛)연기’이다. 셋째, 여러 생에 걸쳐서 시간을 건너뛰어서 12지가 상속한다는 것이 ‘원속(遠續)연기’이다. 넷째, 12지는 모두 오온을 본질로 하여 매순간 오온이 생멸하면서 상속하지만 특정 순간의 두드러진 상태(分位)에 근거하여 각각의 명칭을 설정한 것이라고 연기의 가르침을 설명하는 것이 ‘분위(分位)연기’이다. <구사론>에 의하면 설일체유부는 이 분위연기를 12연기 해설의 정설로 채택하고 있다. 이런 이론은 이미 <대비바사론>에 나타나고 있는데, 분위와 원속은 오로지 유정에 국한되는 연기이고, 찰나와 연박은 비유정 즉 법에도 통하는 연기라고 한다. 이처럼 경에서는 유정 즉 중생의 괴로움의 발생구조와 소멸구조로 연기를 설하고 있지만 아비달마 즉 논의 가르침에서는 이러한 연기가 제법의 상호관계를 밝히는 것으로도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연기의 가르침은 자아니 진아니 대아니 주인공이니 하는 존재론적인 실체를 상정하기를 거부한다. 연기의 가르침은 24연이나 6인-4연-5과라는 제법의 상호관계로 승화되어서 제법무아를 이론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괴로움을 소멸하기 위해서는 연기의 구성요소들 즉 12지 모두를 다 소멸시켜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12가지 구성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를 소멸하면 된다. 특히 인-과의 고리로 본다면 괴로움의 원인인 인(因)의 고리를 부수어야 하는데 갈애가 중점이다. 그래서 사성제에서도 괴로움의 원인으로 갈애를 들고 있으며 이 갈애가 남김없이 멸진된 경지를 열반이라 부르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이 갈애를 없앨 것인가? 팔정도로 대표되는 37보리분법을 닦아서 없애야 한다. 이제 다음 호부터는 괴로움을 없애고 열반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인 저 37보리분법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불교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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