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스님

[제 4 장] 1. 오종선 - 3) 사선근(四善根)

通達無我法者 2007. 4. 13. 07:39

 

 


사선근(四善根)36)


                

36) 사선근(四善根)난법(煖法), 정법(頂法), 인법(忍法), 세제일법(世第一法)

     1. 난법(煖法)명득정(明得定)

     2. 정법(頂法)명증정(明增定)

     3. 인법(忍法)인순정(印順定)

     4. 세제일법(世第一法)무간정(無間定)

구사론(俱舍論), 유식론(唯識論)

사선근(四善根)은 견도전(見道前)의 가행정진(加行精進)이므로 사가행(四加行)이라고도 함,



다음에 사선근(四善根)이라, 이 사선근 법문도 역시 능엄경과 구사론, 유식론 등에 있는 법문입니다. 일반 조사론에는 그냥 단박에(頓悟頓修) 되어 버린다는 쪽으로 주로 하기 때문에 이런 전문성 있는 법문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재가 불자님들이 알아두시면 자기 점검을 하실 때에 필요합니다.

사선근, 이것은 우리가 견성오도 하기 전에 우리 선근을 더욱 증가시켜야 하는 네 가지를 말합니다. 난법, 정법, 인법, 세제일법상, 이것은 우리가 견성오도 하기 전에 즉 견도직전(見道直前)의 수행계위(修行階位)를 말합니다. 견성오도를 해야 참다운 자유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견성오도 하기 전에는 범부중생입니다. 따라서 미처 성자가 못된다 하더라도 그 과정은  좀 알아야지 그걸 모르고 가다보면 여려 경계가 많이 있는 법인데 자기 공부가 얼마만치 되어 있는지 짐작을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선근 법문이나 특히 능엄경 같은 경에는 우리가 점차로 올라가는데 대해서 아주 세밀하게 말씀해 놓았습니다. 또, 구사론 같은데도 역시 공부하는 과정에 대해서 아주 자세하게 밝혀 놓았습니다.

이 사선근 가운데 난법(煖法) 이것은 명득정(明得定)이라, 불교는 주로 한문 문화권을 거쳐 온지라 한문을 알면은 참 쉽습니다. 밝을 명()자 얻을 득()자, 우리 마음이 항시 어둡고 무겁다가 훤하게 밝아온다는 것입니다. 광명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시원해 오는 경계를 말합니다.

맨 처음에 들어앉으면 마음이 답답하고 괴롭습니다. 그러나 참선을 꾸준히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가운데 마치 구름이 개이듯이 마음이 개운해 옵니다. 그래서 몸이 마치 전류에 감전 된 것처럼 찌릿찌릿해지기도 하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아주 시원스럽게 개어오는 것입니다. 이런 때가 난법(煖法)상, 이른바 명득정(明得定) 밝음을 얻었다는 경계입니다. 그만치 우리 인간이 선량해졌다는 증거가 되겠지요.

그러나 그 명득정, 맑음을 얻었어도 말 많이 하고 남하고 싸우고 함부로 행동하면 그것이 간 곳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공부를 해서 명득정이라는 밝음을 얻었으면 그 자리를 행여 놓칠세라 소중하게 아끼면서 보다 더 깊이 공부해 들어가야 더 정화가 되는 것입니다.

그 다음 제 2는 정법(頂法)이라, 정법은 명증정(明增定)이라 밝은 기운이 들어온다는 말입니다. 밝을 명()자, 더할 증()자, 밝은 기운이 더 증가해진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밝은 기운이 온 전신을 엄습한단 말입니다. 이런 때 기분 좋은 것은 다른 즐거움에 비교 할 수 없습니다. 그 어떤 세속적인 재미도 이것에 비할 바는 아닌 것입니다.

부처님 공부는 우리 건강을 도모함에 있어서도 비교급이 없습니다. 가사, 우리가 공부해서 몸도 시원하고 마음도 시원해지면 잔병치레 같은 것은 붙지 못하는 것입니다. 힌두교에서는 이른바 신비의학이라는 것이 있는데 정신수양으로 해서 병을 고친다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이 들이 아니기 때문에 몸이 정화되면 마음도 정화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 명증정은 우리 마음이 그만치 시원스럽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마음이 시원스러우면 자연히 혈액 순환이 왕성해지고 머리도 눈도 시원해지는 것입니다. 참선을 경험하신 분들은 다 아시지만 몇 시간을 눈을 뜨고 있어도 조금도 피로하지 않는 것입니다.

공부하는 학생들이 그런 상태로 독서도 하고 공부를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따라서 명증정이라, 밝은 기운이 우리 몸과 마음 전체로 들어와서 머리도, 눈도, 가슴도 훤히 트여 시원하고 다리도, 허리도 저리고 아프던 것이 다 풀려 개운하고 그러다가 제 3의 인법(忍法)이라, 인법은 인순정(印順定)이라.

인법은 밝은 기운이 이제 후퇴하지 않음을 말합니다. 그 기운이 몸에 완전히 관성으로 배어서 후퇴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이 나쁜 짓을 못하게 되고, 욕심도 미운 생각도 사라지게 되며, 그 다음에는 그것들이 다 허망한 줄을 알게 됩니다.

그러다가 거기에서 더욱더 공부를 정진해서 그 다음이 세제일법(世第一法)이라, 세제일법은 문자 그대로 세상에서 제일가는 법이란 뜻입니다. 견성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 성자의 법은 못 되어도 세간적인 범부에서는 제일가는 법이 세제일법입니다.

이때에는 우리 마음이 맑아져서 그 가운데 훤한 광명이 비추는 이른바 심월(心月)이라, 마음 달이 비춰 온다는 것입니다. 심월이 비춰오면 그때는 공부가 후퇴하지 않는 법입니다. 그러나 심월까지 비쳐와도 도인의 경계가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해버리면 또 간 곳이 없게 됩니다. 따라서 경망한 사람들은 그 명득정, 몸이 좀 시원하고 알음알이도 좀 생기고 판단이 좀 잘되면 그만 공부가 다 되었다고 뛰쳐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는 평생 거짓말쟁이가 되고 남도 어두운 길로 빠뜨리고 말겠지요. 따라서 이 사선근, 즉 명득정, 명증정, 인순정, 세제일법, 이런 경계에서 가짜 도인이 많이 나옵니다.

우리는 참으로 경계를 해야 됩니다. 이 사선근 법에 관해서 깊이 음미를 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사선근 법은 일본 사람이 쓴 불교 책에도 잘 안 나온 것 같습니다. 더구나 우리 한국 선에서는 그저 단박에 되어버린다(頓悟頓修) 하는 화두 일변도로 나가기 때문에 이런 법문 체계가 나올 리 만무합니다. 그러나 능업경이나 구사론 또는 유식론 등에는 이렇게 점차로 공부하는 법을 아주 착실하게 밝혀 놓았으니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사실 공부할 때는 이런 경계를 꼭 거치는 것입니다. 다만 좀 빠르고 더딘 차이는 있겠지만


여러분들이 차근차근 공부를 하시다 보면 다 짐작이 되실 것입니다. 더러는 이런 경계를 한번에 다 초월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점차로 닦아서 서서히 가는 것입니다. 그런 것은 다 개인의 품성이나 용맹정진의 힘 따라서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분명히 이것은 우리 범부가 거치는 선근이고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과정인지라 참고로 하시면 그때그때 우리 공부를 점검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위()를 몰라버리면 조금 기분이 좋고 밝아진 것 같으면 견성오도 한 것으로 알고 함부로 행동하고 묘각(妙覺)이라는 것도 함부로 생각해 버리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묘각(妙覺)이란 초지보살의 환희지(歡喜地)를 성취한 뒤에도 십지(十地)까지 올라가서 부처(佛界)를 성취해야 묘각인데 그걸 모른단 말입니다. 우리는 조사어록이나 불경을 보면서 한없이 겸허해야 됩니다. 겸손하게 조그만 자기 알음알이를 배제해야 교만심과 증상만을 피할 수 있습니다.

‘증상만(增上慢)’ 이것은 말씀드린 바와 같이 못 깨닫고 깨달았다 하고 못 증하고 증했다고 거짓말 하는 것입니다. 이래 버리면 우리 수행자로서는 가장 큰 병입니다. 우리 승려가 그러면은 결국 승적을 박탈당하고 쫓겨나가는 것입니다. 도인 아니면서 도인인 척 하는 그것이 가장 무서운 병 아니겠습니까?

내 공부가 지금 어느 정도 이르렀는가? 이것을 훌륭한 스승이 곁에 있어서 점검을 해주면 좋지만 그런 스승이 없으면 자기 나름대로 한계를 몰라서 기분이 좀 좋으면 그만 공부가 다 되었다고 생각한단 말입니다.

돌아가셔서 이 사선근을 잘 보시고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난법(煖法), 이것은 밝음을 얻는 때고 정법은 더욱더 정화가 되고 맑음이 증가되어서 몸도 마음도 가슴도 시원하고 피가 맑아져서 순환도 잘 되고 그래서 자연히 건강도 좋아집니다. 선방 가보면 모두 약봉지들을 다 갖고 있어요. 그러면 ‘공부를 잘 못했구나’ 하고 반성 해야 합니다. 정말로 우리가 공부를 바로 하고 청정하게 생활할 때는 웬만한 병 같은 것은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명증정이라, 우리 몸도 마음도 가슴도 시원하다 생각할 때는 병균도 침범을 못하는 것입니다. 그 맑은 피가 흐르고 있는데 어떻게 에이즈나 암 따위가 침범 하겠습니까? 이렇게 하셔서 금생에 재가 불자님들도 도통은 못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세제일법(世第一法)이라, 세간에서 제일가는 이 법을 애쓰고 닦아 가노라면 언젠가는 견성오도 하시는 날이 올 것입니다. 모두 부지런히 닦아 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