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여래선 (如來禪)
如來禪... 云何如來禪 謂入如來地 得自覺聖智 三種樂住 成辦衆生 不思議 是名如來禪 - 楞伽經二 - 여래선(如來禪)에 대하여 능가경(楞伽經)에 있는 말씀을 보겠습니다. "무엇을 여래선이라고 하는가? 여래지(如來地)에 들어가서 성자(聖者)의 무루지(無漏智)를 깨달아서 삼종법락(三種法樂)에 머물고 또한 동시에 중생의 부사의한 일을 다 성취하는 것을 여래선이라고 이름한다" 하였습니다. 스스로 마음 깨달아 우주의 본 실상을, 성지(聖智)를 자각해서 여래지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또한 깨달으면 분명히 현법락주(現法樂住)라 하는 데가 있습니다. 현법락주란 우리가 온갖 법락에 머문다는 뜻입니다.
우리 공부하는 분들은 공부하기가 어렵다 하더라도 한 고비만 넘어서면 틀림없이 법락이 옵니다. 길을 올라갈 때에 가파른 길만 사뭇 있다고 생각하면 답답하고 더욱 더 피로할 것입니다마는, 가파른 길을 올라만 서면 내리막 길입니다. 또한 정상에 올라가면 훤히 다 보여서 그야말로 쾌적하고 마음이 툭 트이겠지요. 그와 마찬가지로 깨달으면 틀림없이 법락이 있고 항시 법락에 머문다는 뜻입니다.
법락을 나누어서 삼종법락(三種法樂)이라 합니다. 가장 재미를 느끼는 선정을 3선(三禪)이라고 합니다. 이른바 삼선천(三禪天)입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것을 비유할 때는 3선천락이라고 합니다마는 그러나 4선천에 올라가서는 그런 안락마저도 초월해 버리는 것입니다. 3종락은 3선천락을 말한 것이 아니라, 이른바 천상에서 받는 천락(天樂)이나 또는 선정으로 받는 선정락(禪定樂)이나 또는 열반락(涅槃樂)인 제일락(第一樂)입니다. 고락을 다 떠나버린 무량의 청정무비한 안락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천락 또는 선정락 열반락을 다 갖춘 3종락에 머물고 성판중생 부사의(成辦衆生 不思議)라, 우리 중생계를 다스린다거나 중생을 교화한다거나 또는 신통을 부린다거나 하는 부사의한 모든 것을 다 충분히 성취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경계를 여래선이라 합니다. 능가경에 있는 말씀입니다.
능가경은 선경(禪經)이라, 참선하는 경이라 해서 달마 대사께서 혜가대사에게 능가경 4권을 전수했다는 기록이 있지 않습니까, 달마 대사부터 6조까지 이르는데 있어서 4조 때까지는 보통 다 능가경을 의지했다는 것이고 또 우리가 어록을 보더라도 충분히 느낄 수가 있습니다. 5조 6조에서는 금강경을 위주로 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능가경에서 선(禪)의 종별도 구분한 것이 있으나 너무 번쇄하니까 인용을 않겠습니다마는, 능가경 주해(註解)에 나오는 여래선에 대한 주(註)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註曰 如來所得의 禪 卽 首楞嚴定이다. 此禪定에 依하여 法身· 般若· 解脫의 三德秘藏의 大涅槃을 窮竟하고 無作의 妙用을 일으킨다. 外道·二乘· 菩薩所得의 涅槃과 簡別하여 如來禪이라 云함. - 楞伽經註解 - "주에서 이르기를 여래소득의 선을 곧 수릉엄정(首楞嚴定)이라"고 합니다. 여래선이나 수릉엄정이나 같은 뜻입니다. 역시 모든 삼매 가운데서 가장 으뜸되는 선, 일체 종지를 다 깨닫는 선이 이른바 수릉엄삼매(首楞嚴三昧), 수릉엄정입니다. 여래선은 그와 똑같습니다.
"이 선정에 의하여 법신 반야 해탈의 삼덕비장(三德秘藏)의 대열반을 궁경(窮竟)하고" 깨달은 단계가 열반인데 열반이란 것은 어떤 공덕이 있는고 하면, 우주의 참다운 생명의 실상을 그대로 깨닫는 법신, 또는 모든 참다운 지혜를 깨닫는 반야, 또는 우리 인생의 모든 고액인 삼계(三界)를 초월할 수 있는 법을 깨닫는 해탈인 이른바 열반3덕(涅槃三德)입니다. 이런 "삼덕비장의 대열반을 다 마쳐버리고서 무작(無作)의 묘용(妙用)을, 무루법으로써 조금도 조작이 없는 묘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외도나 또는 성문·연각인 이승(二乘)이나 보살이 얻는 바의 열반과 간별(簡別)하여 여래선이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여래선의 능가경 주해입니다.
신라(新羅) 무상(無相 680-756) 대사의 4세 법손(法孫)이요 중국 화엄종의 5대 법사 가운데 마지막 법사가 규봉종밀(圭峰宗密 780-841) 대사입니다. 선교(禪敎)에 통달한 분으로서 선교일치(禪敎一致)를 창도(唱導)하였습니다. 강원에서 배우는 선원도서(禪源都序)는 종밀 대사의 저술로서 선과 교가 원래 둘이 아니라는데 입각해서 밝혀 놓은 법문입니다. 다시 보면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이 선원도서에 나오는 여래선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若頓悟自性 自心本來淸淨 元無煩惱 無漏智性 本來具足 此心卽佛畢竟無異 依此而修者 最上乘禪 亦名如來淸淨禪 亦名一行三昧 亦名眞如三昧 此是一切三昧根本 若能念念修習 自然漸得 百千三昧 達磨門下 展轉相傳者 是此禪也 - 禪源都序上 - 여래선에 대한 설명으로서 "우리가 자성을 문득 깨닫는다는 것은 자기 마음이, 범부의 번뇌에 덮여 있는 마음 이대로 본래 청정하고 본래 청정하니까 원래 번뇌가 있지가 않고, 조금도 때묻지 않은 참다운 지혜의 성품이 본래 다 구족하고 있는 것이니, 이 마음이 바로 부처로서 필경 부처와 더불어 다를 수가 없다 " 고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돈오(頓悟)란 것은 이런 도리를 알아야 하겠지요. 이런 도리를 이치로 알면 해오(解悟)인 것이고, 증명해서 깨달아 알면 증오(證悟)인 것 입니다. 증오와 해오의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돈오는 돈오인 것입니다. 돈오도 두 가지로 구분해야 하는 것입니다. 꼭 견성만이 돈오라고 못박을 수는 없습니다. 전통적인 해석이 돈오는 증오만의 돈오가 아니라 해오의 경계도 돈오라 해왔습니다. 다만 그 깊고 옅은 관계가 있을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범부지에서 우선 도리로 "이 마음 본래 청정하고 원래 번뇌가 없고, 때묻지 않은 지성(智性)이 본래 갖추어 있으니까 이 마음이 바로 부처고 이 마음이 범부나 또는 석가모니나 일반 성자나 다름이 없다 " 이렇게 알면 해오(解悟)인 돈오인 것입니다. 그러나 알기만 알면 해오이고, 닦아서 번뇌를 여의고서 금강불심(金剛佛心)을 증명해서 깨달을 때는 증오입니다. 그런 차이만 있을 뿐인 것이지 이치로 아는 해오도 돈오라 하여 왔습니다. 불교적 논의는 꼭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관행(慣行)술어를 알아야지 자기 식으로 해석하면 곤란한 것입니다.
"이러한 돈오에 의지해서 닦는 수행을 최상승선(最上乘禪)이요 또한 여래청정선(如來淸淨禪)이요, 역명 일행삼매(一行三昧)라, 다시 이름하기를 진여삼매(眞如三昧)라 하며 일체삼매(一切三昧)의 근본이니 만약 능히 생각 생각에, 다른 생각을 끼지 않게 지속적으로 닦고 익힐 때에 자연히 점차로 백천삼매(百千三昧)를 얻는다. 달마 문하(達磨門下)에 구르고 굴러서 서로서로 전하는 선(禪)은 바로 이 선이다 "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우리가 꼭 견성한 것만이 돈오라고 한다면 일행삼매나 진여삼매나 또는 일체삼매나 그런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겠지요. 우리 같은 범부도 닦을 수가 있으니까 일행삼매나 일상삼매 등을 닦으라고 하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이름 붙일 필요가 없습니다. 돈오는 인(因)과 과(果)가 있어서, 인(因)으로는 우선 해오로 "내 마음이 본래 청정하니까 본래 번뇌가 없고 때묻지 않은 지성이 본래 갖추어 있어서 이 마음이 바로 부처고 필경 부처와 더불어서 다르지 않다" 이렇게 알고 닦아 나가면 이것이 바로 최상승선이요, 최상승선은 도인한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범부도 그렇게 닦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도인한테만 있으면 새삼스럽게 이런 말을 낼 필요도 없겠지요. 그래서 과(果)로는 증오가 되는 것입니다.
영가현각(永嘉玄覺 647-713) 대사의 증도가(證道歌)에 "돈각료여래선(頓覺了如來禪)하면 육도만행체중원(六度萬行體中圓)이라" 문득 여래선을 깨달아 마치면 육도만행을 본체를 여의지 않고 원만히 갖춘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따라서 여래선이 아직 덜된 것이 아니고 여래선 자체가 원만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증도가도 6조 대사로부터 정법을 그대로 인가받은 영가현각 대사의 증도가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중국 선교사(禪敎史)에서 볼 때 달마 대사 때부터서 6조 혜능대사때까지는 조사선이란 이름이 없습니다. 조사선이 처음부터 있은 것이 절대로 아니란 것이 역사적인 정확한 해석입니다. 물론 조사선적인 뜻은 다 있어 왔습니다마는 이름으로 조사선이라 한 것은 6조 스님의 뒤에야 붙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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