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범일(梵日)의 진귀조사설(眞歸祖師說)
梵日의 眞歸視師說(梵日: 810-889 15歲 出家, 馬祖의 法嗣인 鹽官齋安의 法嗣 사堀山門의 開祖) 我本師釋迦 出胎說法 各行七步云 唯我獨尊 後踰城住雪山中 因星悟道 旣知是法 猶未臻極遊行數十月 尋訪祖師眞歸大師 始傳得玄極之旨 是乃敎外別傳也 -禪門寶藏錄(眞靜國師天책이 1293年에 著述)-
범일(梵日) 대사의 진귀조사설(眞歸祖師說)도 문제로 지적을 많이 합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조작했다고 여러 나라 불교 학자들이 신랄한 비판을 합니다. 범일(梵日)스님은 9세기 신라 때 분으로 이른바 구산선문(九山禪門) 가운데 하나인 사굴산문의 개조(開祖)가 된 스님입니다. 중국에 가서 마조(馬祖道一 707-786) 스님의 제자인 염관제안(鹽官齋安) 선사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진귀조사설도 범일 대사가 스스로 저술한 것이 아니라, 400여년 뒤 진정 국사 천책(眞靜國師天책)이 저술한 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에 나오는 것입니다.
내용은 "우리 본사인 석가모니께서 태어나서 사방으로 각기 일곱 걸음을 걷고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의 설법을 하였다. 그 뒤에 성을 넘어 출가하여 설산 중에서 공부를 하다 샛별을 보고 도를 깨달았는데 이미 깨달은 이 법은 지극한 깨달음이 못되었다. 그래서 수십개월 동안 다시 유행을 하여 진귀(眞歸) 조사를 심방(尋訪)하고서 현묘하고 극진한 사무친 도를 비로소 깨달았다. 그래서 이것이 바로 교외별전이다 " 고 되어 있습니다.
이 진귀조사설은 한국 외에는 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어디에도 없다고 비판들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까 비문을 든 것이 무엇인고 하면, 적어도 마조계통의 정통으로 법을 받으시고 사굴산문의 개조가 되시는 범일 대사께서, 이렇게 훌륭한 분이 이런 말을 과연 했을 것인가? 의심이 안 갈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조사어록에 대해서도 꼭 자성(自性)에 비추어서, 본래적인 부처님의 중도실상(中道實相)의 궁극에 비추어 조명을 해보아야하는 것입니다. 다 그대로 묵수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일본의 선종사에 가장 위대한 분이 도원(道元希玄 1200-1253) 선사라고 합니다. 중국 송나라 천동여정(天童如淨 1163~1228) 스님에게 사법(嗣法)하고 일본 조동종의 개조(開祖)인 도원 선사는 이러한 여래선 조사선의 우열론(優劣論)에 대하여 "여래선이다 조사선이다 하는 이름이 일찌기 옛날에는 전하지 않았는데 오늘날 비로소 망령되게 전해져 부질없이 헛된 이름에 미혹하여 집착하기 몇 백년이니 참으로 가련한 일이 아닌가? 말세에 용렬한 인연 때문이니 다 이익이 없는 한갈등(閒葛藤)이다" (如來禪祖師禪 往古不傳 今妄傳 迷執虛名 何百歲可怜末世劣因緣 皆是無益之閒葛藤也) 이렇게 말씀하였습니다.
우리 후학들이 참고할 만한 경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왕고에는 없던 것을, 경우에 따라 문자에 착(着)하지 말고 경에도 착하지 말고 오로지 마음공부에 정진하라는 의미의 방편 말씀이고 경책의 말씀인데, 그 뜻을 잘 모르고 헛된 이름에만 미혹되어 집착하니 참으로 가련하고 딱한 일이요, 말세의 용렬한 인연 때문에 쓸데없는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란 말입니다. 우리는 그 어떤 무슨 말에도 구속될 필요는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미 마음 닦는 모든 법을 다 팔만사천 법문으로 밝혀 놓으셨습니다. 따라서 새삼스럽게 부처님 경전 밖에 마음 닦는 법은 따로 있다고 하면 문제가 됩니다. 앞서 제가 말씀드린 바와 같이 설사 어록이라 하더라도 권위를 100%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부처님 경전과 우리 자성(自性)으로 조명하여 간택(簡擇)해야 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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