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제7장 화엄종사상] 4. 제법무애도리 - (1) 이문상입의

通達無我法者 2007. 4. 30. 11:44

 

제7장 화엄종사상

  4. 제법무애도리


현수스님은 탐현기(探玄記)에서 제법이 원융무애한 도리를 연기상유고(緣起相由故), 법성융통고(法性融通故), 각유심현고(各唯心現故) 등의 열 가지로 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 중 첫 번째인 연기상유(緣起相由)를 거론하여 해설한 것입니다. 즉 이 연기상유에도 또한 열 가지 이유가 포함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 이문상입의(異門相入義), 이체상즉의(異體相卽義), 체용쌍융의(體用雙融義)의 세 가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제7장 화엄종사상

  4. 제법무애도리

   (1) 이문상입의


다른 문이 상입하는 뜻이란 모든 연(緣)의 역용(力用)이 서로 의지하여 서로 모습을 빼앗으므로 각자 전력(全力)이 있음과 전력이 없음의 뜻을 갖고 있어 마침내 연기가 성립됨을 말한다. 논(論)에 말하는 것과 같이 인(因)에서 나는 것이 아니고 연(緣)에서 나기 때문이며 연에서 나는 것이 아니고 자기의 인(因)에서 나기 때문이다. 만약 각자 오직 유력(有力)만 있고 무력(無力)이 없으면 곧 결과[果]가 많은 허물이 있으니 낱낱이 각자 생기기 때문이다. 만약 각자 오직 무력만 있고 유력이 없으면 곧 결과가 없는 허물이 있으니 연이 아닌 것과 같아서 함께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연기는 반드시 서로 의지하여 유력과 무력을 갖추어야 한다. 만약 한 가지 연이라도 없으면 일체가 성립하지 못하며 나머지도 또한 이와 같다.


그러므로 하나가 능히 여럿을 지님은 하나가 유력이므로 능히 여럿을 포섭함이요, 여럿이 하나에 의지함은 여럿이 무력이므로 하나에 숨어들어간다. 하나의 유력이 반드시 여러 유력과 함께할 수 없으므로 이 때문에 하나이면서 여럿을 포섭하지 않음이 없다. 여러 무력이 반드시 하나의 무력과 함께할 수 없으므로 이 때문에 여럿이면서 하나에 들어가지 않음이 없다.


마치 하나가 지니고 여럿이 의지함이 그러한 것과 같이 여럿이 지니고 하나가 의지함도 또한 그러하니 위에 돌이켜서 생각하라. 이것은 또 여럿이 하나를 포섭하지 않음이 없고 하나가 여럿에 들어가지 않음이 없음이다. 마치 하나가 여럿을 바라볼 때 의지[依]와 지님[持]이 있고 전력과 무력이 있어 항상 모든 것이 자기 가운데 있고 (자기가) 숨은 뒤에 여럿 가운데 있어 동시에 무애한 것과 같다. 여럿이 하나를 바라볼 때에도 또한 그러함을 알라. 구존(俱存), 쌍민(雙泯) 두 구가 무애함도 이에 준하여 생각할 것이다.

異門相入義는 謂諸緣力用이 互依持하며 互形奪故로 各有全力無全力義하여 緣起方成이라 如論云 因不生

緣生故며 緣不生自因生故라 하니라 若各唯有力하고 無無力하면 卽有多果過하니 一一各生故요 若各唯無力하고 無有力하면 卽有無果過하니 以同非緣하여 俱不生故니라 是故로 緣起는 要互相依하여 具力無力이러니 如闕一緣하면 一切不成하며 餘亦如是니라 是故로 一能持多하니 一是有力일새 能攝多요 多依於一하니 多是無力일새 潛入一하니라 由一有力必不得與多有力俱니 是故로 無有一而不攝多也라 由多無力必不得與一無力俱니 是故로 無有多而不入一也라 如一持多依旣爾하며 多持一依亦然하니 反上思之하라 是卽亦無多不攝一이요 一無不入多者也니라 如一望多에 有依有持하며 全力無力하여 常全多在己中하고 潛已在多中하여 同時無碍하니 多望於一도 當知亦爾니라 俱存雙泯二句無碍도 思準之니라. [探玄記;大正藏 35, p. 124中]


‘다른 문이 상입하는 뜻[異門相入義]’이란 다른 문에서 서로 들어간다는 뜻인데, 예를 들면 나무와 돌이 서로 들어가는 식입니다. 이것이 무슨 뜻인가 하면 모든 인연의 역용(力用)이 서로 의지하고 서로 빼앗으므로 제각기 유력과 무력의 뜻을 갖고 있어 연기가 성립된다는 것입니다.

유력과 무력이 있기 때문에 유력과 무력이 서로 연기가 되고 화합이 되는 것이지 유력뿐이고 무력이 없고 무력뿐이고 유력이 없으면 연기가 성립되지 못합니다. 즉 유력만 있고 무력이 없으면 과(果)가 많은 허물이 생기고 무력만 있고 유력이 없으면 아무것도 생기지 않으므로 과(果)가 없는 허물이 생겨 버립니다. 연기는 서로 의지하여 생기는 상의성(相依性)이므로 유력과 무력이 서로 의지하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면 원융무애가 성립되지 못합니다.


하나[一]와 여럿[多]이 있는 경우에, 하나가 유력이고 여럿이 무력일 때 하나가 여럿을 포섭하고 여럿이 하나에 들어가지만, 만약 여럿이 또한 유력이면 서로 버티어 화합이 안 됩니다. 무애자재한 연기가 성립되려면 하나가 유력일 때 여럿은 반드시 무력이 되어야 하고 여럿이 무력일 때 하나는 반드시 유력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가 여럿을 지니는 경우[一持多]에는 하나가 유력이고 여럿이 무력이지만 여럿이 하나를 지니는 경우[多持一]에서는 여럿이 유력이 되고 하나가 무력이 됩니다. 이것은 앞의 것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원문에서 논(論)의 구절을 인용하여 연(緣)에서 나거나 인(因)에서 생겨난다고 한 것은 지금까지 설명한 유력과 무력의 작용을 적용하여 연기법의 일면을 해설한 것입니다. 이와 같이 서로 의지[依]와 지님[持]이 있고 전력과 무력이 있어 항상 여럿을 포함하며 하나가 여럿 가운데로 들어가서 하나와 여럿이 동시에 무애하게 됩니다. 또 여럿이 하나를 바라보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로 서로 유력과 무력을 구비하여 여럿이 하나를 포섭하며 여럿이 하나에 들어가는 것이 무애합니다. 또한 하나와 여럿이 함께 존재하고[俱存] 함께 사라지는[雙泯] 두 구가 원융무애한 것도 앞의 설명에 의거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