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臨濟錄)

임제록강설/상당14/무비스님

通達無我法者 2007. 8. 29. 14:55
상당  14


6-3 모두가 착각이다

師乃云, 但有來者하면 不虧欠伊하야 總識伊來處로라 若與麽來하면 恰似失却이요 不與麽來하면 無繩自縛이니 一切時中 莫亂斟酌하라 會與不會 都來是錯이라 分明與麽道하야 一任天下人貶剝하노라 久立珍重하라

임제스님이 이어서 말씀하였다.

“나에게 찾아오는 사람을 나는 조금도 잘못보지 않는다.

그가 온 곳[견해·공부의 수준]을 모두 안다.

만약 그와 같이[석실행자처럼 되어] 온다면 마치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것과 같고,

그와 같지 않게 온다면 그것은 밧줄도 없이 스스로를 묶은 것이다.

언제든지 함부로 이리 저리 짐작하지 마라.

‘안다, 모른다.’ 하는 것은 모두 착각이다.

나는 분명히 이와 같이 말하거니와,

천하 사람들이 헐뜯고 비방하더라도 상관하지 않겠다.

오래 서 있었으니 돌아가 쉬어라.”


강의 ; 앞서 석실행자의 무심이 된 공부에 대하여 평하고 나서 이어지는 말씀이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석실행자의 그와 같은 공부를 높이 평가하지만 그것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상태다.

불교공부가 자기 자신을 그렇게 목석처럼 만들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선시에 “무심(無心)을 도(道)라고 말하지 말라.

무심도 오히려 한 겹의 관문이 막힌 상태니라[莫言無心云是道 無心猶隔一重關].라고 하였다.

보고 듣고 울고 웃고 사랑하고 미워할 줄 아는 활발발한 무위진인의 삶을 주창하는 임제스님으로서는 인정할 수 없는 공부다.

큰 사람 큰 장용이 대지를 뒤엎고 하늘을 무너트리는 마당에,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이 치는 자리에 목석이라니 인정할 수 없는 일이다.

천하 사람들이 다 욕하고 헐뜯더라도 나는 상관하지 않겠다.

얼마나 확신이 넘치는 말씀인가.

만약 공부가 석실행자 같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것 역시 “밧줄도 없이 스스로를 묶은 것이다.”

그리고 안다. 모른다. 라고 하는 것은 모두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안다면 그렇게 나오지 않는다.

그런 표현들은 모두가 죽은 말이다.

앞서서 내가 그 예를 잘 보여주지 않았는가.

그러니 그쯤하고 모두들 돌아가 쉬어라.